<테넷> (강스포) CIA 암구호 오역이 중요한 이유
프롤로그부터 등장하는 CIA의 암구호는 아래와 같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어둠이 내린다.'
'어두워지면 친구가 없다.'
원문은
'우리는 황혼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We live in a twilight world.)'
'그리고 황혼이 끝나는 순간에 친구는 없다. (And there are no friends at dusk.)'
라 하니 뜻 자체가 사뭇 다르고,
특히 어둠이 아니라 저녁이란 '시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것만 따로 두고 보면 큰 문제는 없는 것 같지요.
하지만 영화 마지막에 넘어가 캐서린이 활약하는 베트남에서의 요트씬.
사토르가 CIA의 독약을 만지작거리며 죽으면 끝난다고 하자 캐서린이 말리고, 왜 말리냐 묻자 '해가 지니까(sunset)'라 합니다.
방금 전 일몰을 보기로 한 약속을 말하는 거지만 관객들에게 시간대를 알리는 역할도 있습니다.
영어라 헷갈리니 정리하자면
sunset(일몰) -> twilight(황혼) -> dusk(황혼이 끝나는 순간) 순입니다.
즉 주인공과 일행들이 스탈스크-12에서 미션을 끝났을 때는 배경의 하늘에서도 보이듯이 twilight(황혼)이며,
그렇기에 <테넷>에서 '우리는 황혼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We live in a twilight world.)'는 말이 인상깊을 수밖에 없지요.
또한 그들은 황혼에 헤어짐을 약속하고, 주인공과 닐의 우정도 끝나게 됩니다.
'그리고 황혼이 끝나는 순간에 친구는 없다. (And there are no friends at dusk.)'는 걸 문장 그대로 보여주네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미션의 결말을 스포하는 말이 CIA의 암구호였다는 건 상당히 수상쩍지 않나요?
그렇다면 이건 주인공이 엔딩 이후에 과거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이런저런 상상을 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떡밥입니다.
정리하자면. 해당 번역은 단순히 떼어놓고 보았을 때는 의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 부분이 영화 앞뒤의 호응을 무너트리기에, 아쉽다 못해 비판받아야 하는 오역이라고 생각합니다.
p.s 제 기억력 문제로 암구호 대사는 leehs0409님의 글에서 가져왔고, 이외에는 뜻만 가져왔습니다.
정확한 대사를 제보해주시면 글 수정하겠습니다. 이외에도 지적 환영합니다.
p.p.s. 이 글은 황혼을 맞이하며 일몰에 올렸습니다.
추천인 112
댓글 65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영화 외적으로도 참 인연이 깊네요 ㅋㅋㅋ
아 제가 순간 반대로 생각했네요.
근데 일몰이 sunset 일출이 sunrise라 dusk는 해질녘에 가까울 것 같아요
물론 단어사전은 혼재되어있긴 하지만
dusk 사전에 (※twilight보다 어두운 단계) 라고 부가설명도 있어요
해질녘은 아직 햇빛이 있을 때거든요.
그런데 황혼녘은 해가 저버렸으나 햇빛이 남아 있어 어슴프레 밝은 시간이거든요.
개와 늑대의 시간이죠,
트와일라잇의 시간대는.
정확하게는 해가 뜨기 시작하기 전의 어슴프레 밝은 시간,
해가 지고 나서 어슴프레 어두워지는 시간,
즉,
던 = 일출이 시작되기 전 어슴프레한 시점!
선라이즈 = 일출이 시작되는 시점!
그사이의 시간이 트와일라잇이죠.
또한 반대로,
선셋 = 일몰이 완료한 시점!
더스크 = 일몰이 완료 이후 어슴프레한 시점
그 사이의 햇빛이 직접 보이진 않지만 영향이 있어 어슴프레한 시간이 트와일라잇입니다.
그런데 우리말에서 황혼은 주로 일몰 타임대의 트와일라잇을 말하는 거죠.
그래서 노년을 황혼의 시간대라 부르고,
노년의 이혼을 황혼이혼이라 하죠.
뱀파이어 영화 트와일라잇의 시리즈 제목 중 하나가 브레이킹 던이라던가였던 이유도 연관성이 있어서였죠.
타란티노의 명작
From Dusk Till Dawn의 우리나라 방영작 제목명이
황혼에서 새벽까지였잖아요.
From Sunset Till Sunrise 가 아닌게,
문학적인 비유가 부족한 느낌이거든요.
일몰에서 일출까지이라고 한다면 이과 느낌이랄까...
(죄송합니다, 이과 님들)
그렇다면 저 대사를 저라면,
"우린 개와 늑대의 시간을 살고 있지."
"하지만 황혼녘엔 친구는 남아있지 않아."
라고 했을 것 같아요.
물론 정확하게는 작성자님의 말씀이 맞아요.
하지만 저 말의 뉘앙스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힘든 시간이라서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라서
개늑시라고 번역하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대구가
황혼이 끝나는 순간에 친구는 남아있지 않아로 귀결되는 거죠.
이런 심오한 뜻이 있었군요! 정보 감사합니다. 영화에서 되게 중요하게 다룬 대사라고 생각했는데 훨씬 더 의미 있어졌네요ㅋㅋ 다소 아쉬운 번역입니다ㅜㅜ
end..game...
따라서ᆢ 닐 주인공ㅎㅎㅎ
멋부리지 말고 ..
우린 황혼에 산다/우정은 해질녁에 끝난다..
원문에 가깝게 했음 좋았겠네요.
그리고 golgo님 댓글 2개 감사합니다! 2개는 처음이네요 ㅎㅎ
오역이고 자시고랄게 없으니..
아마 국내 프롤로그 상영땐 다른 번역가였을 거 같네요
테넷 관람하고 본 나무위키에서도 이렇게 써있어서 뭔가 했더니 1월에 프롤로그 상영때 번역이 이랬다는 의미였군요. 용아맥만 가서 프롤로그는 못봤었거든요. ㅠㅠ
의역을 한게 너무 아쉽네요.
의역이 영화를 즐기는 요소에 방해를 준 케이스네요.
아쉽습니다 ㅠㅠ
진짜 답없는 번역이었네요. 누가 박 모 씨 좀 잡아다 감금해서 번역 못하게 안 되려나요.
어떤 사람은 감독과 계속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자막을 만들어서 호평을 받는데 이 인간은 정말 생각할수록 한숨만 나요.
그냥 어차피 철밥통인거 이정도 자막 수준만 유지해주면 바랄것도 없겠네요...
이런식으로는 생각 못했는데 좋은 글이네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번역가가 '친구'라는 단어에 더 중점을 두고 번역한 게 아닌가 싶었어요. CIA 암구호 첫 등장 이후에 이어지는 장면에서 주도자의 동료가 도와주러 와서 "No friends at dusk huh?"(한글 번역은 "친구가 없다고?"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니까요. 그래서 해당 오프닝 시퀀스 내에서는 나름대로 이어보려 했던 게 아닌가 추측했습니다. 시간에 중점을 두고 더 섬세하게 분석했다면 더 좋은 번역이 나왔을텐데 정말 아쉬운 부분이네요ㅠㅠ
그러니까 저기선 일반적인 친구라는 느낌보다는
적과 아군을 구분할때 아군의 느낌이 강한 거 같아요.
빠른 전개 와중에도 갸우뚱하게 만드는 자막 많았는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twilight 과 dusk 뜻을 못살렸다고 생각해서 너무 아쉬웠어요ㅠㅠ 의미있는 대사였는데 번역 실망이 크더라고요..
저는 원문의 뜻 그대로 직역했을 뿐이고, 제 번역을 사용하자는 게 아닙니다.
dusk를 황혼이 끝나는 순간이라 길게 풀어놓을 것만 봐도 번역 실력이 좋다고 할 수도 없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 자막에 맞게 번역하자면 위에 golgo님이 적어놓으신 것처럼
'우린 황혼에 산다/우정은 해질녁에 끝난다'
정도로 했으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다른 번역은 잘 모르겠지만, '세상에 어둠이 내린다 / 어두워지면(어둠이 내리면) 친구가 없다' 이 번역은 저도 잘된 번역이라고 생각했어요.
비밀조직원들간의 암호화 된 대사로 사실 너무 그럴싸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황혼이라는 단어는 뭔가...요원들간의 대사로는 쫌...생뚱맞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둠'이라는 단어가 비밀조직 요원들에게 더 나은거 같은데... 번역도 취향의 차이인거 같아요ㅠㅠ
당연히 영화 자막은 간결해야죠. 단지 원문의 뜻을 해쳐가면서까지 '황혼'을 '어둠'으로 바꿔놓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오역이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해질녘'은 공식번역에서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나름 영화 전체의 맥락을 함축한 대사였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