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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거위를 노래하다(Ode to the goose, 2018), 8월9일 관람후기(노스포)

크림슨20
923 0 0

<춘몽(2016년)>에 있어 장률감독의 11번째 장편영화 <군산:거위를 노래하다(2018년)>를 집에서 관람했습니다. 장률감독의 이전 작품들인 <중경(2007)>, <이리(2008)>, <경주(2013)>처럼 도시이름을 제목으로 하고 있는데 부제를(거위를 노래하다) 붙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네요. 원래 당나라 시인 낙빈왕이 7세때 지은 시 <영아(咏鹅)>에서 받은 느낌을 영화로 만들었고 원래 부제를 제목으로 하려고 했으나 제작자들과의 협의를 거쳐 군산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영화 촬영지도 일제강점기의 영향이 아직 남아있는 목포로 결정했으나 문화재로 지정되어 촬영할 수 없는 곳이 있어 군산으로 바꿨는데 군산 또한 일제 강점기의 영향이 많이 남아있고 적산가옥과 같은 일본 양식의 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어 장률 감독이 만족스러워 했다고 합니다.

군산.jpg

송현(문소리배우 역)과 송현을 누나라고 부르는 윤영(박해일배우 역)이 군산 버스터미널에서 민박집을 찾아가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손님을 선택해서 받는다는 까다롭고 조금은 이상해 보이는 주인(정진영배우 역)이 자폐증에 걸린 딸(박소담배우 역)과 함께 살며 운영하는 Guest House에 묵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영화의 큰 줄거리입니다.

 

장소와 사람들에 데자뷔(기시감)가 있는 조금은 엉뚱해보이는 윤영과 발랄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송현을, 두 연기파 배우가 너무나 잘 소화해 냈습니다. 특히, 문소리배우의 나이를 초월한 귀여운 매력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많은 과거가 있는 듯한 미스테리한 분위기의 민박집 주인, 손에 꼭 쥐고 있는 일본인형같이 무표정하지만 슬퍼 보이는 소녀의 역할을 정진영배우와 박소담배우가 관록의 연기로 보여줍니다. 그 외, 문숙, 명계남(지금은 동바우라는 자신의 호를 프로필에 사용하는), 이미숙, 윤제문, 정은채, 김희정, 한예리, 백현진배우 등 놀랄만큼 화려한 배우들이 조연, 단역으로 출연해서 영화를 빛내줍니다.

 

장률감독의 "실제 우리 삶을 기억하는 그대로 찍으려고 한다"는 인터뷰 내용처럼 영화의 전반부, 후반부가 시간순이 아니고 뒤섞여 있는 점도 영화의 매력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산의 적산가옥, 동국사, 변산 반도의 바다풍경 등을 담은 멋진 영상이 아름답습니다.친숙한 장소들인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 위치한 윤동주문학관, 시인의 언덕, 신촌(연래춘, 마이시크릿메이트, 일심약국, 신촌잎사귀 치과), 연희동 등의 뒷골목 모습도 반가웠고 실제 모습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전 작품인 <춘몽>의 흑백 영상도 아름다웠지만 이번 작품은 촬영지 선정과 촬영에 노력을 더 많이 기울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운드를 시각보다 더 중요시한다. 항상 영화 현장에서도 소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중략) 사람의 감정이 시각보다 소리로 훨씬 깊게 들어온다. 우리의 어떤 추억의 제일 깊숙한 곳에는 소리가 가장 오래 깊이 남아있다. (중략) 나는 시골에서 살아서 디테일한 소리를 들어왔다. 서울은 소리가 다 엉켜있다. 군산이란 곳에 가보니 소리들의 순서가 보였다. 가끔 소리의 순서가 깨질때에는 전투기가 날아간다. 영화속 전투기 소리도 다 일상의 소리다. 일부러 녹음한게 아니다." (네이버포스트 이슈데일리 장률감독인터뷰 내용에서 발췌, 2018년 11월9일) 음향적인 측면은 아무래도 영화관이 아니라서 느끼기가 어려웠는데 9월 개봉예정인 <후쿠오카>에서는 사운드 측면에서도 집중해서 관람해 봐야겠네요.

 

삶을 다룬 이야기들을 가볍고 무거움으로 나눌 수는 없지만 사회의 주변인들의 이야기였던 <춘몽>에 비해 조금은 밝은 분위기의 영화이고 장률감독 특유의 유머코드를 박해일, 문소리배우를 포함한 배우들이 잘 살려내고 있어 재밌고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재일교포, 조선족 등 한중일 삼국의 역사적, 민족적인 문제도 살짝 터치하고 있으나 그렇게 심각한 수준은 아니고 잠시 생각해 볼 거리를 주는 정도입니다. 다시 한 번 책장에서 꺼내 읽고 싶은 한 편의 소설, 시와 같은 독특한 이야기와 여운이 있는 작품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군산과 서울의 뒷골목으로 마법같은 여행을 떠나보시기 바랍니다.

영화의 모티프가 됐다는 시 <영아(咏鹅)>의 번역문을 소개드리며 후기를 마칩니다.

거위를 노래하다 - 낙빈왕 -

거위야 거위야 거위야

굽은 목으로 하늘 향해 노래하네

흰 깃털 푸른 물에 떠다니고

붉은 발바닥으로 파도를 일으킨다

movie_image.jpg

PS: 윤동주시인이 세상을 떠난 곳이 후쿠오카 형무소라고 하고, <후쿠오카>에 출연하는 박소담, 윤제문배우가 <군산:거위를 노래하다>에도 출연해서 두 작품이 연관관계가 있어보이지만 전혀 별개의 독립적인 작품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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