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추천 리뷰
관람 전에 제목의 ‘폭탄선언’이라는 단어만 보고 고발성 짙은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누구에 대한, 혹은 어떤 사건에 대한 고발인지 명확히 유추하지는 못했습니다. 예고편에서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언급이 되길래 현재 미국의 정치에 대해 비판하는 드라마 장르의 영화일 것이라고 예상해서, 미국의 정치적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으로서 쉽게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시선을 이끄는 것은 명배우들의 연기였습니다.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 등 할리우드의 카리스마를 대표하는 세 연기파 여배우의 이름만으로도 큰 기대가 되던 영화였는데, 역시나 실망 시키지 않는 훌륭한 명연기였습니다.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은 이전의 작품들에서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실존 인물들과 거의 일치해 보이는 것은 분장의 힘도 물론 있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실존 인물들의 표정, 말투, 행동, 성격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배우들이 직접 분석하고 연기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인물들이 느꼈을 내적 갈등, 두려움과 혼란, 공황, 무기력감 등의 감정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세 주연 배우 외에도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인물인 ‘로저 에일스’ 역의 존 리스고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보수 언론사의 권력자로서의 특성이 두드러지는 장면과 연기를 볼 때면 제가 마치 그의 부하직원이 된 듯 불편감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에 대한 섬세한 분석으로 인해 더욱 밀도 높은 연기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속도감 있는 전개와 연출은 이야기의 집중도를 높여주었습니다. 메긴 캘리, 그레천 칼슨, 케일라 포스피실, 로저 에일스 등 영화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헷갈리거나 난잡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이야기의 구성이 균형 있게 정리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금융계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다룬 <빅쇼트> 제작진이 참여한 작품답게, 제4의 벽을 깨는 내레이션과 재치 있는 풍자 등이 돋보였습니다. 다큐멘터리 같은 고발적 특성과 영화 본연의 재미를 동시에 취하는 연출과 편집이었습니다. 실제 피해자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피해 내용을 읊어주는 장면은 이야기에 현실감을 부여함으로써 공감을 자극하였고, ‘로저’가 사무실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하는 상황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피해자들의 심리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감각적인 음악 역시 몰입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너무 무겁거나 진지하지 않고, 적당히 경쾌한 분위기의 음악이 긴박감의 완급을 적절히 조절해주었습니다. 특히나 엘리베이터에서 세 여자가 마주치는 장면과 엔딩 크레딧에 삽입된 독특한 멜로디의 아카펠라 [Clear and Simple]이라는 곡은 기묘한 긴장감을 주기도 하면서, 여성들의 목소리로 이루어져 영화의 메시지를 담아낸 듯합니다. 이외에도 뉴스 스튜디오나 FOX의 사무실 등 혼잡하고 정신없는 방송사 내부를 구현해낸 세트, 실존 인물과 거의 일치하는 분장은 현실감을 더해 영화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해주었습니다.
영화는 ‘보수’ 언론사의 ‘남성’ 회장이 직원들을 상대로 직권을 남용한 사건에 대해 다루지만, 남성과 여성,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부당한 권력에 대항하는 위로와 용기, 성찰과 경각심을 전달하는 메시지를 지녔습니다. 작년에 개봉했던 전세계적 ‘미투 운동’의 시발점이 될 정도로 파장이 큰 사건을 다룬 <와인스타인>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와는 달리,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극 영화’입니다. 실제 사건과는 다른 캐릭터나 이야기가 추가 및 각색되었지만, 이는 영화적 재미를 부여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왜곡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의기과 깨달음을 얻고, 능력으로 인정받고 권력이 정당하게 행사되는 윤리적이고 이상적인 사회가 실현되어 더는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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