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기봉의 삼인행을 보고 주저리주저리
드디어 봤네요.
사실 전작 <화려상반족: 오피스>는 좀 당황스러웠어요. 전작을 다 보지 않았지만, 그 영화는 두기봉 영화답지 않았거든요.
일단 뮤지컬 장르에 총격씬도 없고ㅋㅋㅋ 게다가 보시면 알겠지만 영화가 상당히 막 나가죠.
그 영화에서 눈에 띄는 건 아무래도 세트였던 거 같아요. 두기봉 영화에서 공간이 중요하게 다뤄진다고 하죠. <오피스> 속 오피스는 딱 봐도 현실의 사무실처럼 보이지 않아요. 말 그대로 뮤지컬을 위한 무대를 짓고 거기서 영화를 찍은 느낌이었어요. 결말은 기억나지 않지만 애써 밝게 끝났던 거 같은데 그게 어딘가 암울해 보였던 거 같아요. 두기봉 영화를 좋아해서 완전 나쁘진 않았지만 당황스러운 기분은 어쩔 수 없었던 영화에요. 당연히 왓챠 반응도 좋진 않더라구요.
<삼인행>도 마찬가지로 혹평이 많았습니다. '두기봉의 졸작'이라는 평이 다수였어요. 저도 보기 전에 걱정을 했죠. '이 형님이 <오피스>에 이어 아예 막나가는 건가..' 하지만 생각해보면 두기봉은 졸작을 만드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죠. 두기봉은 어쩌면 항상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현실적인 타협을 해서 돈 벌기 위해 그저 그런 영화들도 만들긴 하지만요. 그래서 걱정은 관두고 봤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어마어마한 영화였어요. 두기봉의 최고작은 아니지만 충분히 매력적이고 졸작은 분명히 아닌 것 같았어요. 찾아보니 2016년 영자원에서 사사로운 리스트로 상영되기도 했더라구요.
종종 두기봉 영화에 대한 평이 갈리는 건 그의 스타일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스타일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두기봉이 잘 짜인 서사와 캐릭터로 승부하는 감독이 아니라고 알고 있죠. 두기봉은 언제나 스토리보다 비주얼을 우선시하는 감독이죠. 그가 공간을 중요하게 다루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네요. 두기봉의 영화는 언제나 '보는' 영화로써 시각적인 완성도에 집중을 하는 것 같아요.
<삼인행>은 <오피스>보다 훨씬 두기봉스럽습니다. 여전히 세트인 게 분명해 보이는 세트에서 벌어지는 영화입니다. 동시에 그의 장르영화에서 볼 수 있던 충실한 직업인들이 등장하죠. 전반부와 중반부에서 컷을 쪼개면서 눈을 사로잡고 후반부에선 트레이드 마크인 총격씬이 보여집니다. 중간중간 소소한 코미디는 물론이구요.
<삼인행>은 익숙한 두기봉의 누아르와 낯선 <오피스>를 섞은 것 같습니다. <오피스>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두기봉의 누아르 같은 느낌이에요. 병원이라는 공간 자체가 <익사일>의 야매 병원이 연상시킵니다. 후반부의 총격씬은 그의 누아르에서 항상 그렇듯 화약연기와 피의 안개가 자욱하죠. 두 세계를 합치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해낸 거 같아요. 두기봉은 여전하면서 새로웠어요.
두기봉 영화를 뜨문뜨문 봤기 때문에 이런 감상이 정확하진 않을 거에요.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이 영화 덕분에 두기봉의 영화를 다시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흑사회 3편을 만든단 거 같았는데 엄청 기대되네요. 앞으로 나올 두기봉 영화는 제발 극장에서 봤으면 좋겠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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