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속 미아가 오디션을 봤거나 출연한 극중극들
누가 했던 표현이었는지 까먹었는데, [라라랜드]는 정말 모든 장면을 한 컷 한 컷 액자에 담아서 걸어두고 싶어지는 작품입니다. 그렇게 모든 씬을 곱씹다 보면 미아가 오디션을 봤을, 혹은 실제로 출연했었을 극중극들은 과연 어떤 작품이었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순전히 그거 때문에 한 번 캡처를 떠봤어요.
1. 통화하다 우는 역할
첫 등장부터 운전하다 정차 중에 연습을 하지만 대사를 틀리고, 대본을 놓고 갈 뻔 하다 카페 손님과 부딪혀 오디션 복장인 흰 셔츠가 커피 범벅이 돼 버리는 것도 모자라서, 한창 눈물연기를 하던 중에 직원이 난입하는 바람에 중단된 채로 끝나버리는 등 모든 게 꼬여버렸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제목은 커녕 영화인지, 드라마인지 조차도 알 수 없지만, 대사를 보건대 이미 연인이 따로 있는 사람을 사랑했다가 그 사람에게 버림받는 역할이었다는 거 정도는 추측이 됩니다. 대사도 꽤나 긴 편이어서 비중이 좀 있었을 배역으로 보이지만 내용이 딱히 좋은 작품은 아니었을 거 같긴 합니다.
2. 의사 배역
세바스찬과의 두 번째 조우(첫 번째가 아닌 이유는 도로 위에서 엿가락을 올린 적이 있기 때문) 직후 암전이 되고 나면, 짧게 한 컷씩 등장하는 세 가지 오디션 장면이 있습니다. 그 중 처음 나오는 건 수술복을 입은 채 검사 결과에 대해 이상 소견을 말하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읊는 대사는 그냥 엉망진창입니다. CT가 아니라 'GT 스캔'은 대체 무엇이고, 전색맹(achromatopsia, 아예 색을 구별 못하는 증상) 검사했냐고는 왜 물어보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습니다. 메디컬 코미디면 모르겠지만 표정이나 대사 톤이 무척이나 진지했던 걸 보니 이런 건 오디션 떨어지는 쪽이 나았을 겁니다.
3. 경찰관 배역
현장에 출동해서 무전을 치는 대사 내용으로나 복장으로나 순경 역할로 보입니다.
다만 마지막에 "망할 미란다 원칙(Damn Miranda Rights)"이라는 대사를 냉소적으로 치는 걸 봐서는 범죄 소탕에 대한 의욕이 좀 과도한 타입의 캐릭터인 거 같습니다. 이런 캐릭터는 수사물에서 주인공들에게 사건 현장을 알려주며 잠깐 지나가는 단역이거나, 비중이 좀더 있더라도 명을 재촉해서 죽기 딱 좋습니다.
4. 청춘 드라마에서 선생 역할
미아가 세바스찬을 만나기 전에 본 마지막 오디션입니다. 미아의 설명에 따르면 "[위험한 아이들]에 [오렌지 카운티]를 섞은 거([Dangerous Minds] meets [The O.C.])"라는데, 종합해보면 버르장머리 없는 부잣집 아들딸들이 다니는 학교 선생 역할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거칠고 센 척 하는 위악적인 모습을 연기할 것을 주문했었나 봅니다.
나중에 세바스찬과 라이트하우스 카페에 처음 가게 됐을 때 콜백을 받고 2차 오디션에 불려가지만, 대사 한 마디도 채 다 읊기 전에 끝나버리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던 작품입니다. 그래도 청춘 드라마(teen soap)라고 했으니 아마도 고정적인 조연으로 TV에 나올 수 있으니 무명 배우에게는 충분히 큰 돌파구가 돼줬을 작품일 거 같긴 합니다.
5. [잘 있거라 볼더 시티(So Long Boulder City)]
극의 후반부로 훌쩍 뛰어넘어야 나오는, 미아가 극장을 대관해서 상연한 자전적 1인극입니다. 여름부터 쓰기 시작해서 카페 알바도 그만두면서까지 준비했지만, 가을이 되어서야 딱 하루 무대에 올릴 수 있었던 그 소극장에서 뒷담화에 무너져내려 꿈을 잠시 포기하기까지에 이르게 만든 그 작품입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꿈을 이루게 해준 계기가 되어버린 연극이 됐지만요.
영화 속에 제시됐던 정보들을 긁어모아보자면, 이 1인극은 향수에 젖은(nostalgic) 분위기와 방 안에서 전 세계를 여행하는 줄거리를 갖고 있습니다. 갓전등 바로 밑 지구본과 에펠탑을 보여주는 창문이 그걸 도와주는 장치였을 텐데 어떻게 전개됐을지 정말 궁금하긴 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 1인극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고 제목을 차용해서, 미아 돌런의 이야기를 상상해서 말하는 방식의 패러디 1인극을 연극 무대에 진짜로 올렸다고 합니다.
한 가지 덧붙일 건, 여름 시퀀스의 첫머리에서 미아가 노트에 스크립트를 적던 장면을 잘 보면, 주인공 이름은 제네비에브(Genevieve)로 나옵니다. 이건 억측이긴 한데, 아마도 이 이름은 미아가 어렸을 적 볼더 시티의 방에서 같이 연극 연습을 하며 배우의 꿈을 심어준 고모의 이름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6. 'Audition(The Fools Who Dream)'으로 따낸 영화 주연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오디션 자리에서 나온 게 전부입니다. 파리에서 찍고, 각본 없이 주연 여배우로 캐릭터를 빚어나가고, 3개월 리허설 후 4개월간 촬영하는 프로젝트. 사실상 로케이션이 파리라는 것 외에는 시놉시스도 컨셉도 전혀 알 수 있는 바가 없지만, 영화의 시간 흐름상 아마도 이 데뷔작으로 미아는 스타덤에 올랐을 겁니다. 저를 포함해서 [라라랜드] 속 미아에게 매혹된 관객이라면 전부 그 영화를 꼭 보고싶어 할 거라 확신합니다.
추측컨대 아마도 영화 속 에필로그의 환상 시퀀스 속 파리를 배경으로 나왔던 장면들 상당 부분 이 프로젝트의 결과물과 비슷했을 거 같습니다.
7. [엘레노어]
영화의 에필로그에서 세바스찬이 지나는 길의 벽에 커다랗게 광고되어 있던 작품입니다.
미아가 주연이라는 점과 [엘레노어]라는 제목 말고는 아무 정보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엘레노어 루스벨트의 전기 영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미아가 친구들과 같이 살던 집 벽에 걸려있던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했던 [엘레나와 남자들]의 리메이크일 거 같다는 상상에 좀더 기울어지더라고요. 물론 어느 쪽으로든 근거라고는 전혀 없이 그냥 제목의 이름을 끼워맞춘 시도일 뿐이지만.
LinusBlan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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