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애니 '드래곤 퀘스트' 생각보다 좋네요

일단 CG 퀄리티와 액션 연출이 상당히 좋습니다.

일본 2D 애니메이션적인 이쁜 그림체와 박력에 3D CG 기술을 적절히 융합시켰습니다. 2D로 미소녀 캐릭터만 너무 내세운다 싶은 일본 애니를 너무 얕봐선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드래곤 퀘스트라는 일본의 국민적 인기 게임의 흥미진진한 요소들을 최대치로 멋지게 재현했습니다. 특히 수십년 전에 나왔던 <드래곤 퀘스트 5>의 스토리를 재밌게 각색했어요.

문제는 8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꽤 방대한 분량의 원작 게임 스토리를 펼치기 위해 이야기가 휙휙 넘어간다는 점입니다. 원작 게임을 해본 사람이어야 이야기를 제대로 따라가고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어요. 2D 도트 그래픽으로 원작 게임에 몰입했던 사람이라면 첨단 기술로 영상화된 캐릭터의 매력에 충분히 빠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무리일 거 같습니다.

그리고 악질 혐한으로 악명 높은 작곡가 스기야마 코이치의 음악은... 웅장하고 아름다워서 듣기에는 좋습니다. 그래서 기분이 찝찝하지만요.

한편 원작 게임의 팬으로서 이 영상물을 즐기기에 가장 큰 걸림돌이 엔딩 즈음의 갑작스런 대반전입니다. 일본 개봉 때 크게 논란이 돼서 악평이 쏟아지는 원인이 됐죠. 원작 게임팬들 중 원작의 추억을 망쳤다며 분노하는 사람들이 속출했습니다.

개인적으론 원작을 해봤지만 그정도로 광팬은 아니고, 또 대충 각오를 하고 봐서 그런지 나름 괜찮게 넘어가지더라고요.

원작 게임팬에게 굉장히 기분 나쁠 수 있는 대사 "어른이 돼라"라는 부분이 상당히 충격적이지만.. 한편으로 그에 반박하는 대사 "또 다른 현실이야" 란 부분도 확실히 나옵니다. 전자가 너무 임팩트가 쎄서 후자가 묻힌 게 문제였지만요. 제작진이 그부분을 스무스하게 잘 연출했음 악평 세례를 받을 정도로 논란이 되진 않았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암튼 드래곤 퀘스트란 게임에 추억이 있다면... 특히 5편 게임을 해봤다면 한번 관람하는 걸 권합니다.^^

..추가로 번역도 매끄럽던데.. 파후파후 라는 매니악한 드래곤 퀘스트 용어도 우리말로 잘 옮긴 거 보고 좀 놀랐습니다. 번역에 꽤 신경 썼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