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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낙인찍힌 두 소년이 사랑하는 법

바바 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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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비행'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소개된 작품으로, 전주에서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정말 정확하게 제가 관람가능한 시간만을 빗겨가서 아쉬워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극장에 정식개봉하게 되어 정말 뿌듯하네요 ^^ 이송희일 감독 작품은 한번도 본적이 없었는데, 퀴어 영화를 자주 만들어 오신 분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작품마다 완성도에 대한 편차가 있다고 들었는데, 이번 영화에 대한 평이 상당히 좋길래, 개봉 첫주에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어찌되었든 영화를 보기 전 영화에 대한 반신반의했던 감정이 무색할만큼, '야간비행'은 굉장히 좋은 작품이었는데, 감히 '한공주', '10분'에 이어 올해의 독립영화에 손꼽을 수 있을만큼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1등급 우등생 용주(곽시양), 학교 내 폭력서클의 우두머리가 된 일진 기웅(이재진). 중학교 시절부터 절친했던 두 친구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서로 엇갈린 학창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함께 중학교를 다닌 기택이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자, 기택을 감싸고 여전히 가까이 지내는 용주와 달리, 기웅은 이들을 지켜보기만 합니다. 한편 홀로 용주를 키우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힘든 삶을 살아가는 용주의 엄마, 직장에서 해고되고 복직을 위해 싸우고 있는 기웅의 아빠, 친구가 성적보다 중요하냐며 다그치는 학교 선생님까지. 세상의 잣대와 어른들의 시선은 더욱 어둡기만 합니다. 집도 학교도 친구 하나도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 외로운 용주는 어릴 적 친구였던 기웅에게 다시 한 번 손을 내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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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고, 이 영화를 어떻게 정의내려야 할지부터 고민이었습니다. 이송희일 감독님의 작품답게 이번 작품 또한 동성애를 소재로 하고 있는 건 맞지만, 단순히 동성애 영화로 이 영화를 설명하기엔, 이 영화의 폭은 훨씬 크더군요. 저는 이 영화를 한 마디로 '낙인찍힌 두 소년이 살아가는 법'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서로 다른 이유로 낙인찍힌 부모의 밑에서 자란 두 소년은, 자신에게 부여된 낙인에 대해 서로 상반된 방식으로 대응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랐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한 명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반면, 다른 한 명은 자신의 약한 감춘 채, 강한 척 하며 살아갑니다. 자전거를 타며 자신의 신분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한 소년과, 오토바이를 타며 비행을 저지르면서, 자기를 거부하는 한 소년이 대비시키면서, 결국 두 소년의 사랑으로까지 이야기가 전개 되는 이 영화는, 결국 '낙인찍힌 두 소년이 사랑하는 법'의 범위로 까지 의미를 확대하고 있는 영화라고, 제 스스로 정의내리기로 했습니다.

 

  이 영화는 '사건'보다는 사건에 마주한 인물들의 감정이 참 중요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를 뒤덮고 있는 주요한 감정은 설렘, 사랑의 감정부터 분노, 그리고 희망까지 다양한 감정들을 이 영화안에 녹여놓고 있고, 이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는 것이 중요한 작품이랄까요. 이송희일 감독님은 이 영화의 감정들을 백마디 대사보다는 침묵, 여백으로 영화를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어요. 기웅이가 분식집에서 도망쳐나오면서, 용주의 자전거를 훔쳐 달아나는 장면이 있는데, 용주가 그의 하반신을 보고 그를 찾아내는 장면이 있죠.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두 사람은 마주보며 숨만 쉬고 있을 뿐인데 어찌나도 긴장되고 설레던지요. 그 외에도 주인공들의 표정과 침묵 속에 그들의 감정을 실어놓는 한편, 바람소리나 주변의 소리로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장면들이 많이 있는데, 찰나의 침묵에 제 감정이 찔릴 때마다,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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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이 영화는 '감정'의 영화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영화의 다양한 감정을 지닌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하나같이 다 좋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신인 배우들인데, 신인 배우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연기력이 모두 좋아요. 특히 이 영화의 메인 주인공인 곽시양씨는 첫 영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참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네요. 지금까지 개봉한 올해 독립 영화에 출연한 남자배우 중, 개인적으론 가장 발군의 연기력을 펼친 배우라고 생각됩니다. 깨끗하고 순수한 마스크에 설렘부터 가슴절절한 감정까지 너무나도 잘 담아내고 있는데, 숱한 클로즈업에도 불구하고 그는 용주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인상적으로 담아냈습니다. 그냥 곽시양씨가 용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는 용주라는 캐릭터에 온전히 젖어있었거든요. 또 하나 연기력이 인상적이었던 배우를 한 명 더 굳이 꼽자면, 김창환씨가 기억에 남습니다. '1999, 면회'에서 그를 처음 보고는, 깐죽 혹은 선한 느낌밖에 표현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성진이라는 캐릭터까지 온전히 연기하는 걸 보고는, 그는 한계를 쉽게 단정지을 수 없을만큼 대단한 배우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추측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이 영화를 연출한 이송희일 감독은 참 좋은 사람이겠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의 나쁜 인물들도 절대 악으로 규정짓지 않고 그 인물들에게 조차 따뜻한 시선을 부여하고 있는 게 느껴졌거든요. 사실 '야간비행'을 보면서, 두 눈을 뜨고 보기 힘들만큼 절망적인 현실을 확인해야만 했지만, 그 속에서 희망의 기운까지 엿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힘든 현실을 달달한 멜로물로 포장하고 한 것이 아니냐고 이 영화를 비판하실 수도 있지만, 그 두 사람이 나눈 감정은 사랑을 뛰어넘은 공감과 이해, 희망을 포함한 복잡한 감정이라고 생각했으며, 영화를 보고나서, 이송희일 감독님만의 따뜻한 시선을 지지할 수밖에 되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추측이 아닌, 확신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있습니다. '야간비행', 이 작품은 제 가슴 속에서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는 사실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야간비행'이 '한공주', '파수꾼'이라는 작품들과 비교하는 게 단순한 홍보성 멘트가 아닐까하고 치부하기 일쑤였지만, 영화를 직접 보고나니 그냥 갖다붙인 멘트가 아니라는 사실을 제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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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일 밤부터 끄적대기 시작하다가, 주말 동안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일요일 밤에 다시 끄적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리뷰 쓰기 힘든 작품을 만났습니다. 사실 쓰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내일 아침에 출근해야 해서 이 정도로 마무리지으려고 합니다... 리뷰를 아무리 읽어도 만족스럽지가 않아 

 

  * 사실은 기택이는 용주를 많이 좋아했던 것이 아닐까. 단순히 '기택이가 게이다'라고 영화를 협소하게 한정지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용주가 자신을 괴롭혔던 기웅이와 사랑에 빠져서 혹은 두 사람이 게이라서 두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했던 한 남자를 누군가에게 뺏겼기 때문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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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후기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09:01
14.09.01.
profile image
바바 작성자
adoobe
멋진후기라고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ㅎ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01:09
1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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