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보고(스포없음)
과연 76회 베니스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될 만하네요. 수작이었습니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 영화를 보시길 바랍니다.
올해작 중에 쥐스틴 트리에의 <시빌>과 정성일 감독의 <백두 번째 구름>도 보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마지막 장면을 말하진 않겠지만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파리의 겨울은 아직도 푸르구나’
나무들은 아직도 색을 뽐내며 빛을 받아들입니다(실제 촬영기간도 2018년 10월부터 12월까지였습니다)
올해 저에게 가장 인상 깊은 연기를 펼친 배우 중에 <트루 시크릿>의 줄리엣 비노쉬와,
<퍼스트 리폼드>의 에단 호크가 있었습니다.
거기다가 작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처음으로 외국어영화를 찍었습니다.
이러니 어떻게 아니 볼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결국 이 영화는 까뜨린느 드뇌브의 영화입니다.
‘위대한’이란 말은 함부로 남용되어선 아니 될 말입니다.
그러나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봉준호에게 전했던 이 배우는,
그 수식어를 고민할 필요도 없이 붙일 자격이 있는 배우입니다.
대배우인 줄리엣 비노쉬와 에단 호크조차 까뜨린느 드뇌브를 위해 받쳐주는 연기를 합니다.
올해는 유독 영화를 보며 뭉클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라스트 미션>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보며,
<아이리시맨>의 로버트 드 니로를 보며,
<나이브스 아웃>의 크리스토퍼 플러머를 보며,
그리고,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의 까뜨린느 드뇌브를 보며...
우리는 어쩌면 귀중한 순간을 스쳐 지나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삶에서 기억이 진실을 담보하지는 않습니다.
타인과의 허심탄회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야 진실이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역시나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 영화의 방식으로 이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갑니다.
영화제작의 과정과 동반해서 말이죠.
이 영화 속의 SF영화와 파비안느 가족의 라이프는 서로를 비추는 거울처럼 보였다가
나중엔 경계를 지우기 시작합니다. 영화속에만 존재하던 대본은 실제로 전이됩니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에는 마법적인 요소가 약간 있습니다.
거북이와 관련된 이야기인데 영화를 보시면 아실 겁니다.
고레에다의 아역 연기 디렉팅은 늘 탁월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샤를로트 역의 클레망틴 그르니에는 올해 잊지 못할 아역이 될 겁니다.
에단 호크는 영화 속에서 아이들과 참 능숙하게 잘 놀곤 하는데
(<보이후드>는 물론이고 올해 개봉한 <퍼스트 리폼드>마저 그런 장면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저를 흐뭇하게 하는군요.
의외로 밝고 유쾌한 순간이 많은 따스한 영화입니다.
저는 <사이코> 흉내를 내는 파비안느와 뤼미르 모녀의 모습을 보며 터졌습니다.
뜬금없이 작년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가 떠오르며...
거울 앞에서 머리를 빗던, 차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던, 창가를 서성이던,
담배를 피우던 옆모습의 까뜨린느 드뇌브를 저는 오래도록 기억할 것입니다.
‘영화제작의 프로세스로 풀어보는 삶과 관계의 실마리. For 까뜨린느 드뇌브’
★★★☆
텐더로인
추천인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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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 잘 읽었습니다 빨리 보고싶네요 ㅎㅎ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파비안느에 나오는 건가요?
흥미롭네요
파비안느를 봐야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