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자살소동The virgin suicide
토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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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뺴어난 외모와 눈부신 미래만이 있을 것 같던 리스본가 5자매가 10대라는 꽃다운 나이에 모두 자살했다.
억압적인 부모, 먼저 자살로 세상을 떠난 막내동생, 첫사랑의 실패...그 모든 것이 원인일 수는 있겠지만 결정적인 원인이라고는 할 수 없다.
13세인 막내동생 세실리아는 처음에 자살미수에 그친다. 그리고 입원한 그녀에게 중년의 남자 담당의가 와서 말한다.
"넌 나쁜 인생이 어떤 건지 알만큼 많은 나이가 아니란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분명한건요. 선생님은 절대 13세 소녀가 되어보지 않았다는 거에요"
이 장면에서부터 나는 왜 이 영화를 이제서야 보게되었는가하고 통탄했다. 보이는 모든 객관적인 사실이 자살을 하거나 절망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인생은 수학공식처럼 이렇고 저렇기 떄문에 반드시 일정한 결말로 흐르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깊은 절망감이 소녀시절에는 존재한다. 나의 10대 시절도 다만 극단적인 비극으로 결말나지 않았을 뿐 세실리아와 다르지 않았다. '내가 웃어도 웃는 게 아니야'는 어쩜 어른들보다 아무 걱정없이 사는 것 같은 아이들에게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말일수도 있다. 비록 그렇다할 객관적인 이유따윈 없어보여도 당신은 절대 13세 소녀가 되어보지 않았지 않는가! 그러나 10대가 지난 지금은 나조차도 그때의 기분을 기억만 할 뿐이다. 열정적인 사랑의 순간들이 단지 추억이 되는 것처럼
10대의 소녀인 5자매가 모두 자살하는 비극을 그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밝다. 하늘의 햇살과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는 나뭇잎들 그리고 푸른 하늘...소녀들의 금발도 반짝거리고 뺨은 붉다. 온통 핑크와 크림색으로 뒤덮인 소녀들의 방. 그리고 영상만큼이나 나풀거리는 영화음악들...
극 중 리스본 자매들의 집 근처를 맴도는 10 대 청소년들과 자매들이 전화를 하는 장면이 있다. 그들은 말로는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해주는 가사의 팝의 레코드를 전화기에 대고 틀면서 대화를 나눈다. alone again같은 주옥같은 팝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그들 사이를 떠다닌다.

반 컵의 물을 가지고 말들이 많다. 희망적으로 세상을 보라며 이렇게들 이야기한다. '물컵에 물이 반밖에 안남았잖아'라고 하지 마세요. '물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라고. 나는 이 주제가 초등학교시절부터 지독히도 싫었다. 왜 물컵에 물이 반남은걸 가지고 지지고 볶고 난리들인가!
그냥 물컵에는 물이 반 차있다. 그것 뿐이지 않는가!
이 영화의 방식도 그런 식이다. 슬픈 이야기를 슬프게 풀어가지도 극적인 부분을 극적으로 풀어내지도 않는다. 다만 10대 소녀들의 사랑스럽고 달콤한 향이 입에 감돈다. 그러나 그녀들의 상큼한 모습은 이미 존재하지 않기에 달콤한 향이 더욱 아련하게 느껴진다.

토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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