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리뷰

영화의 포스터나 예고편을 보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의 외모였습니다. 독특하고 개성있는 외모가 마치 분장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외모를 가진 사람을 캐스팅했다고 착각할 정도로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대략적으로 예상한 주제나 이야기는, 남들과 조금 다른 외모로 인해 차별 받는 여자가 비슷한 외모의 남자를 만나 동질감을 느끼고 사랑으로 발전해나가면서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는, 무난하면서도 심심한 내용일 것이라고 추측을 했습니다. 때문에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관람에 임했습니다.
상영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호흡이 느리면서도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하면서도 공백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고, 매우 몰입을 하게 되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타지 요소의 기이함, 혹은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공간적 배경이나 음향의 신비스러운 느낌 등 여러 요소들이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게 해주었습니다. 북유럽 판타지를 소재로 이용했다고 하는데, 이해하기 위해 많은 집중력이 필요할 정도로 전문적으로 다룬다거나 과도하게 판타지를 우겨넣지 않고,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 공통의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일반적인 드라마 장르에서 툭, 하고 판타지 요소가 들어오는데, 갑작스럽거나 어색하지 않고, 이야기의 현실적인 배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국가와 다른 국가 사이의 경계인 출입국 세관에서 일하고, 여성의 외모를 가졌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고, 인간의 삶을 살면서 사실은 트롤인, 그야말로 경계선 위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한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불안정한 경계선 위의 삶에서 안정적인 한 편을 선택하는 과정과 갈등을 보고,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혹은 자신들만의 경계를 구분하고, 또 살면서 수많은 경계선 위에서의 갈등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어떤 선택을 어떤 기준으로 해야할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