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제국> 보신 분들이 읽어보면 좋은 글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_m.aspx?CNTN_CD=A0002417878
'아베 사다'를 근현대의 일본, '기치조'를 서구로 대입해 영화를 역사적 맥락에서 해석한 글입니다.
저는 일부만 가져오지만, 여기 전문이 담긴 링크를 남깁니다ㅎㅎ
당연히 영화 전체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많이 있습니다.
감독의 대표작 중 가장 논란이 일었던 작품 <감각의 제국>
오시마 나기사에게는 세 가지 대표작이 있다. <교사형>(1968), <감각의 제국>(1976), <전장의 크리스마스>(1983)이다. 당신이 영화에 관심이 없더라도 이 작품들은 충분히 재미있고 흥미롭다. 시간 내서 관람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당신이 인터넷을 자주 하는 편이라면 <전장의 크리스마스>에서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곡한 '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교사형>은 연극적인 연출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시작할 때 사형제도 찬반 비율을 보여주고 끝날 때는 당신(관객)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것은 <감각의 제국>이다. 보통 사람들이 예술이란 무엇인지 궁금해하곤 하는데, 그럼에도 이 작품만큼은 예술이 아니라고 확실히 단정 짓는 사람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은 외설(猥褻)로 구설(口舌)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포르노와 이 작품의 차이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는 많다. 라스 폰 트리에의 <님포매니악>(2014)이나 <살로 소돔의 120일>(1975), 박찬욱의 <아가씨>(2016) 정도가 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이 영화보다는 수위가 덜하다는 것이다. 성행위의 묘사가 자극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살로 소돔…>은 섹스보단 가학성, <님포매니악>은 섹스보단 핍진성, <아가씨>는 섹스보단 성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반대로 <감각의 제국>은 영화의 90%가 성행위이며, 끝내 여자가 남성기를 잘라내는 것으로 끝나버린다. 즉, 영화의 초점은 오로지 육욕(肉慾)이다.
성교 장면이 대역과 합성이 아니라 배우 본인이었다는 점도 평가에 일조한다. 그런 이유로 뭇 남성들이 이 영화를 좋아했던 것도 사실이나, 그로 인해 영화 자체의 평가절하가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를 오독(誤讀) 하는 것이 영화 자체의 수준이 낮다고 폄하하는 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 전문가들이 이 영화를 '군사주의에 대한 비판'이라 부르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 글은 그 이유를 설명하려 한다.
<감각의 제국>과 군사주의에 대한 비판
감독의 다른 작품인 <교사형>처럼 이 작품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의 전체적인 시나리오는 이렇다. 요리점에서 일하는 게이샤 '사다'는 그곳 주인 '이시다 기치조'와 눈이 맞는다. 물론 둘 다 남편과 아내가 있는 상황, 그러나 두 사람은 개의치 않고 성교를 일삼다가 기치조의 아내에게 들키고 만다.
기치조는 쫓겨나는 사다와 함께하기 위해 아내를 속이고 집을 나온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점점 육체에 대한 집착으로 변해버린다. 그렇게 목을 조르는 가학적인 섹스(사디즘)까지 시도하다 끝내 기치조가 질식사한다. 사다가 죽은 기치조의 시신에서 성기를 잘라내는 것으로 영화가 끝이 난다.
내용만 보면 무슨 이런 영화가 있나 싶다. 그러나 이 영화가 '군사주의 비판'과 '포르노에 가까운'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관람한 우리는, 그것을 통해 이 영화를 바라보게 된다.
<감각의 제국>에서 감각은 성욕이고 제국은 '(구) 일본 제국'을 뜻하는 것이다. 영화의 배경이 된 '아베 사다' 사건은 1936년에 있었고, 그것은 2차 세계대전 시기이다. 그렇다면 작품의 제목은 일차적으로 '성욕에 의해 지배당하는 국가'가 된다. 여기서 '성욕'이란 본능인데, 작품에서 묘사되는 성욕은 원초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것이니 명백하게 부정성을 띠고 있다. 즉 제목의 이차적인 뜻은 '자기 파괴적인 본능만 남은 일본 군국주의'이다.
(중략)
자끄 라깡(Jacques Lacan, 1901~1981)은 남근을 '영원히 충족되지 않는 것'이라 말했다. 이것이 라깡이 말하는 '남근 선망'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두 남녀는 각자의 '남근 선망'이 있다. 그것이 바로 성욕이다. 그러나 이것은 무척 은유적인 것으로 읽어야만 한다. 만약 우리가 이것을 곧이곧대로 본다면 단순히 섹스중독에 대한 경고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 '사다'를 일본으로 대입하고, 남주인공 '기치조'를 서양으로 대입해보자. 물질적으로나 성적으로나 불만족의 상태에 있던 사다가, 그 모든 것을 가진 기치조를 만나게 된다. 사다에게 기치조란 '자신에게 없는 것이 있고, 동시에 목적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전쟁 전 일본은 '서양보다 국력이 약했지만 영토 확장에 대한 욕망이 같았'다. 그래서 일본은 서양 제국처럼 되기 위해 충족되지 않을 욕망을 세계에 뻗치게 된다.
즉 이 영화는 일본 군국주의의 발단-전개-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의 마지막에 사다가 기치조의 남근을 제거해 움켜쥐는 것은 말 그대로 '남근 선망'을 시각화한 것이다. 그녀는 끝내 충족되지 않을 욕구를 손에 넣었으나 법의 심판으로 죽음에 이르게 된다. 물론 죽음에 이르는 장면은 영화 내부가 아니라, 영화 외부의 실화에서 찾을 수 있다. 말하자면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사다의 죽음'만이 실재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일본의 패전'만이 실재한다. 그러나 전후 세대로 갈수록 일본은 국가적으로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에 급급했고, 따라서 당시의 관객들은 전쟁의 발단-전개를 잘 모르고 있었다. 혹은 말로만 전해 들어 그다지 와 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관객들에게 성욕이라는 원초적인 욕망성을 빌려 옛 일본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준다.
일본의 팽창욕은 서양의 그것, 기치조의 그것과 결합해 탄생한다. 서양이 되고 싶은 심리가 아니라 '그들처럼 강인해지고 싶은' 잘못된 마음을 낳았다. 아마 그들의 팽창욕은 전 대륙을 통일하기 전까지 계속되었을 것이다. 바꾸어 말해 오직 죽음만이 그들을 멈추게 할 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연쇄 살인마의 심리 같은 것이다. 살인이라는 행위가 아니라, 살인을 통해 얻는 희열감이 그들을 지배했던 것이다.
일본 제국은 결코 서양이 될 수가 없다.라고 이 작품은 말한다. 성교에는 성교할 상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 상대가 죽어버렸기 때문이다. 되고 싶은 이상향이 죽은 이상, 이제 사다는 이도 저도 아니다. 그녀가 취하는 건 자신에게 쾌감을 주던, 기치조가 아니라 기치조의 성기다.
라깡을 제외하고도 남성기는 폭력과 확장의 은유다. 남성기는 삽입의 이미지가 있고, 그건 강제성이 있든 없든 간에 변화를 이끌어 낸다. 필연적으로 상처를 동반하는 주사바늘 정도로 이해하면 쉽다.
작품에서 사다와 기치조가 최초로 섹스하는 장면은 기치조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니 강간에 가깝다. 그런데 사다는 (아마도) 색정증이 있어서 오히려 기뻐하는 듯한 눈치다. 이것은 일본이 서양에 개항하게 된 계기를 떠올려 보면 무척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서양으로부터 강제로 서구성을 삽입 당해야만 했던 일본은 오히려 피해자이기보단 자발적이었던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렇게 작품의 전개를 따라가다 보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한 사다가 아니라 '가해자'인 사다만 남는다.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는 자신들이 서구 열강으로부터 먼저 피해를 받았다며 호소하는 의견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비판도 오시마 나기사가 노린 것 중에 하나다. '일본은 그저 충족되지 않는 섹스에 미친 살인마'라고 말하는 것이다.
(중략)
이 작품이 그토록 자극적인 것은 폭력을 섹스로 치환한 것이기에 그러하다. 어쩌면 <직쏘> 시리즈나 그와 비슷한 폭력 영화를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우리에게, 같은 강도의 섹스 영화는 왜 비판받아야 하는지 묻는 것 같기도 하다. 평자에 따라 이 영화는 섹스와 죽음의 결합으로 보이기도 하고, 혹은 육체의 관능미를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글을 보는 우리는 (아마도) 감독의 의도대로 이 영화를 보았으면 한다. 이것은 사랑과 전쟁이다.
추천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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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직쏘도 못보는데 크흡.ㅠ
좋은정보글이네요 추천하고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