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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 3회차 후기 - 슈프림 인텔리전스는 왜 변신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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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0 9 14
(스포 있습니다)
 
 
 
beningmarvel.jpg

 

 
 <캡틴 마블>을 재밌게 본 제가 가장 혹평했던 부분은 빌런인 욘-로그의 비중이 적다는 것입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가 매력적인 빌런들 때문이기도 해서 처음엔 아쉬웠어요. 좋은 배우인 주드 로가 분했음에도 제대로 주인공을 압박 한 번 못하고 굴욕적인 퇴장을 했죠. 그런데 3회차를 하며 문득 느낀 게 있습니다. 욘-로그는 메인 빌런이 아니었어요. 그럼 메인 빌런은 슈프림 인텔리전스냐? 그것도 아닙니다.
 
 <캡틴 마블>의 메인 빌런은 "시스템" 그 자체입니다. 슈프림 인텔리전스는 상징적으로 그 꼭대기에 있는 것 뿐이죠. N차관람을 거듭할 때마다 계속 새롭게 보이는 것은 바로 <캡틴 마블>이 완전한 페미니즘 영화라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메인 빌런을 개인으로 특정할 수가 없어요.
 
 무엇보다 욘-로그는 캐럴을 싫어한 적이 없습니다. 캐럴을 기만했지만 그는 철저하게 시스템 안에서 움직인 거죠. 처음 대면했을 때부터 그는 불필요한 희생을 피하려고 이방인 입장인 캐럴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새벽에 깨워 귀찮게 구는 캐럴에게 대련상대가 되어주기도 했고 그가 아는 최고의 방법으로 캐럴을 지도하려 노력합니다. 다분히 인간적인 모습이 곳곳에 나타나요. 캐럴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그는 "진심으로" 조언했습니다. 다만 시스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
 
 여기서 파생된 의문이 "슈프림 인텔리전스는 왜 변신하는가?" 입니다. 그것이 메인 빌런 집단의 정점에 있다는 걸 인지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이유가 쉽게 보이죠. 슈프림 인텔리전스는 굳이 상대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의 모습을 띄고나서야 상대와 대면합니다. 존경심을 무의식적으로 이끌어내어 상대에게 시스템과 그 구조를 자연스럽게 심으려는 수작이죠. 사회구조의 부조리를 바꾸고자 하는 페미니즘 영화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메인 빌런입니다. 영화는 여기에다가, 마찬가지로 사회적 약자의 포지션에 있는 난민과 그에 대한 이슈를 끌어와 주제의식을 보강합니다. 무너뜨려야 하는 것은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 "시스템" 이라는 것을 거듭 주장하고 있어요.
 
 강하고 매력적인 빌런이 주인공을 괴롭혀주길 바라는 관객의 관점에서 보면 <캡틴 마블>은 다소 싱거운 결말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사회 전체를 상대로 그 고정된 인식에 정면으로 맞서 싸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캡틴 마블의 강력한 힘으로도 아직 갈길이 먼 것 같습니다. 크리 제국은 매우 거대하고 집단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논리구조도 치밀하고 교묘하게 잘 짜여있고요. 실제로 캐럴이 겪었던 부조리는 현대에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캡틴 마블의 다음 행보가 그래서 더욱 기대됩니다.
 
+ 주인공의 로맨스가 완전히 베제된 슈퍼히어로 영화 데뷔는 <캡틴 마블>이 역대 최초라는군요. 이제껏 없던 게 신기할 정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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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9

  • 앨런정
    앨런정
  • Howwasyourday?
    Howwasyourday?

  • Zooey
  • 타미노커
    타미노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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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고!! 저도 마블이 페미니즘마저 해냈다는 생각입니다.

곱씹을수록 감동적이고요ㅠㅠ

저도 곧 3회차할건데 슈프림 인텔리전스 유심히 봐야겠어요 :)

14:20
19.03.23.
SamAndSuzy

욘로그도 다시 보이더라고요. 자기나름대로는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는 캐릭터라 더욱 페미니즘 주제의식과 잘 어울립니다. 틀을 깨야만 느낄 수 있는 거죠ㅎㅎㅎ

14:42
19.03.23.
profile image

저도 공감합니다! 처음 봤을 땐 기대했던 액션씬이 약하고, 빌런들이 쉽게 나가리 된 점이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는 데 - 2회차 찍고 보니 이 영화는 온전히 캐롤 댄버스의 자각에 초점을 맞추고 있더라구요. 기존 마블 문법처럼 빌런과 싸우는 히어로 이야기보단 캐롤이 어떻게 슈프림 인텔리전스가 대표되는 가스 라이팅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힘을 깨닫게 되는 과정으로 읽어야 할 거 같아요. 

+ 저는 이 영화의 90년대 무드가 너무 좋아요. 단순히 배경이어서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90년대 만들어진 거 같은 느낌이 있어요 ㅋㅋㅋ

14:43
19.03.23.
Howwasyourday?

영화자체도 그렇고 브리 라슨도 스크럴들도 볼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립니다ㅎㅎㅎ

 

저도 수록곡 리스트 만들어서 쭉 듣는데 정말 좋네요ㅎㅎㅎ 

14:47
19.03.2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인디 영화 감독님들이여서 그런지 곱씹어 볼 수록 파고들만한 요소가 있는 것 같네요. 대사도 좋은 대사들이 많구요. 메인 빌런은 시스템이였다는 해석 멋지십니다.

15:46
19.03.23.
맥크리

처음엔 적당히 흥행은 하겠다 싶었는데 n차할수록 빠져드네요ㅎㅎㅎ 칭찬 감사합니다!!

16:01
19.03.23.

와.....정보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이 글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ㅠ

16:30
19.03.23.
제시카

제 의견일 뿐인데요ㅎㅎㅎ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16:40
19.03.23.
profile image

쓰신 평에 완전 공감합니다^^ 그래서 반복해서 볼때마다 점점 처음엔 싱겁게 느껴졌던 부분들도 의미를 곱씹게 되니 상당히 훌륭하고 영리하게 만들었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기존 히어로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한게 아니기 때문에 처음엔 싱겁게 느껴졌던 거죠.. 그래서 볼때마다 새로운 부분이 있더라구요.^^ 말씀처럼 앞으로 이어질 캡틴마블의 활약이나 어벤져스에서의 캐미가 그래서 더욱 기대됩니다.^^ 그리고 욘-로그도 또 나올 가능성이 있으니 기대해 보려구요 역시 많이 나오지 않아도 주드 로의 매력과 존재감 저는 만족했습니다^^

20:00
19.03.23.
앨런정

저도 주드로의 욘로그를 또 보고 싶어요ㅎㅎㅎ 이번에 사카아르에 불시착하는 쿠키영상이 빠졌다던데 속편에서의 재등장을 염두한거면 좋겠네요

23:33
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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