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북을 소개합니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그린 북이라는 이름은 관객에게 널리 알려진 명사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린 북은 어디에 기원을 두고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19세기 말 뉴욕 할렘에서 태어난 빅터 휴고 그린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태생으로 우체국 직원이었습니다. 빅터 휴고 그린이 살던 미국은 인종차별이 널리 받아들여지던 시절이었고 특히 남부에서는 숙박시설과 음식점 심지어 주유소에서 검은 피부 사람들이 출입을 제한 받던 시대였습니다. victor hugo라는 이름에서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를 같이 연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미국인 빅터 휴고 그린은 자신과 이름이 비슷한 빅토르 위고처럼 인류 역사에서 저술자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처럼 피부가 검은 남자들을 위한 안내서를 발간하기로 결정합니다. 무하마드 알리나 마틴 루터 킹 그리고 말콤 엑스가 등장하기 한참 이전 시기였습니다. 그린 북은 1936년부터 1966년까지 출간한 검은 피부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였습니다. 처음에는 흑인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안내서라는 이름으로, 나중에는 흑인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그린 북은 책 제목에서도 negro라는 이름을 벗어나기 어려운 지침서였습니다.
그린 북이라는 책은 두 가지 의미가 있었습니다. 책 겉 표지는 퍼런색이었고 책 제목은 저술자 빅터 휴고 그린을 연상케하는 그린 북이었습니다. 검은 피부를 한 빅터 휴고 그린에게 그린 북이라는 책은 자신의 정체성이기도 했습니다. 매년 15000부 인쇄에 들어가던 그린 북은 흑인 여행자들을 환대하던 뉴욕의 상점과 숙박업소 그리고 주유소를 중심으로 자료를 모아 세상에 나온 책이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백인과 흑인을 분리하고 차별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규정하던 짐 크로우 법이 생활에 밀접하게 영향력을 미치던 문화였습니다. 그린 북은 곧 검은 피부를 한 남성들에게 널리 알려졌고 빅터 휴고 그린은 이에 자극을 받아 호텔과 레스토랑을 아우르며 자료를 점점 더 추가해 나갔습니다. 짐 크로우 법이 1965년을 기점으로 사라지자 그린 북도 이듬해인 1966년을 끝으로 출간을 멈췄습니다. 짐 크로우 법이 폐지된 1965년은 미국 남북전쟁이 끝난 해인 1865년에서 정확히 100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영화 그린 북은 미국이 급진적으로 변화를 앞둔 1960년대, 변함없이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아프리카계 미국인 피아니스트와 이탈리아계 미국인 운전사 사이 이야기를 각색하여 다루었습니다. 얼굴만 봐도 덴마크인이라고 쓰여있는 비고 모르텐센이 택시 운전사로, 기품있는 검은 피부 예술가 역을 맡은 마허샬라 알리가 이번에도 믿음직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 자자합니다. 연출을 맡은 피터 패럴리는 미국영화의 진정한 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증명하는 일례로 보입니다. 코메디로 뿌리를 다진 연출자와 연기자가 그간 얼마나 많은 인재를 배출했는지 모를 정도로 코메디에 기원을 둔 미국영화는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빅 쇼트를 연출하고 이번에 바이스로 돌아오는 애덤 매케이와 지난해 겟 아웃이라는 지적인 스릴러로 편견 없는 관객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던 조던 필 역시 피부 검은 코메디언이라는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익스트림 무비에서 그린 북이라는 작품이 주는 함의를 미리 꿰뚫어보고 두 차례에 걸쳐 시사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영화의 저력이 어디에서부터 나오는지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관객이라면 꼭 한 번 극장에 찾아가 확인해보시기를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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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알수록 가슴아프면서도 상징적인 소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