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이 신지 전작 회고전- 러브 호텔] 후기입니다!(스포 있음)
한 남자가 붉은색 배경의 한 호텔 객실 안에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겁니다. "은하클럽이죠? 이제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301호입니다."
잠시 후, 한 여성이 방에 들어오며 "유미라고 해요.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를 합니다. 그는 시간을 2시간 연장하고, 10만엔을 선불로 건넵니다.
사무실로 전화를 하는 그녀에게, 그는 선물을 줄 게 있다며 눈을 감아보라고 이야기한 뒤, 잠시 후 그녀의 손엔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그는 갑자기 칼로 그녀를 위협하며 방 안에 있는 이불과 그녀의 옷, 속옷을 갈기갈기 찢어버립니다.
"넌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없어. 나랑 같이 죽는거야!"
호기롭게 그녀를 침대에 묶어놓았지만 꿈을 꾸는 모양인지 그녀는 혼자 신음소리를 내며 몸부림을 칩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그는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객실을 나옵니다.
그의 이름은 무라키. 출판사를 운영하다가 자금 조달을 위해 야쿠자에게 사채를 빌린 게 화근이였습니다. 어느 날, 사무실로 들어온 무라키는 자신의 아내가 야쿠자에게 강간을 당하고 있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후 출판사는 폐업을 하였고 아내가 강간을 당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은 무라키는, 텅 빈 사무실에서 창문 아래로 뛰어내려 자살하기로 결심하지만, 콜 걸인 유미와의 만남 이후 그의 삶은 변화가 찾아옵니다.
그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흐르고..
택시기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무라키. 손님을 태우고 가다가 어딘지 낯이 익은 여성을 발견하고 그녀의 뒤를 쫓습니다.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린 뒤 그녀가 자신의 택시를 잡게끔 그녀 앞으로 택시를 이동합니다.
"바람을 쐬고 싶으니 요코하마로 가주세요." 그녀는 바다에 도착하자마자 구두를 벗고 바다로 뛰어들려는 것처럼 행동하자, 무라키는 다급히 그녀를 껴안으며 이를 제지합니다.
2년 전에 그녀의 손님이었다며, 유미씨가 맞냐고 물어보지만 그녀는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며 그를 따돌리고 저 멀리 뛰어갑니다.
그녀의 본명은 츠치야 나미. 디자인 회사에서 연예인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것으로 보였고, 그 회사의 과장인 오오타와 내연관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오타의 아내가 회사를 찾아와 남편에게서 떨어지라며, 그녀에게 소리를 지르고 협박을 합니다.
이 사건으로 나미는 회사에서 해고되었고, 우울한 마음에 오오타에게 다시 전화를 하지만 그는 매정하게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전화가 끊겼지만 그녀는 수화기에, "나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여자고, 지금은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새로 생겼어"라고 이야기합니다.
무라키의 집을 찾아간 그녀는 2년 전, 마무리하지 못한 걸 여기서 하자고 이야기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나중에 무라키는 음성메세지로 그녀에게, 2년 전 처음 만났던 호텔에서 오후 10시에 만나자고 이야기합니다. 다시 예전에 처음 만났던 호텔에서 만난 두 사람. 이번엔 수갑을 본인이 직접 챙겨온 나미. 그 때와 똑같이 그녀는 수갑에 묶인채 그와 사랑을 나누며 자신을 유미가 아닌 나미로 불러달라고 이야기합니다.
황홀하고 좋았던 시간이라며, 두 사람 모두 만족스러워하는 표정이었고 몇일 뒤 무라키의 집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그의 집을 찾은 나미. 그러나 집엔 가재도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고 무라키 역시 감쪽같이 사라진 상태.
걸었던 길을 다시 돌아가며, 그녀는 계단 아래로 내려오던 그의 전 부인과 서로 눈을 맞춘 뒤, 이내 두 사람은 자신이 가던 길을 다시 걸어갔고, 잠시 후 벚꽃이 휘날리고 아이들이 뛰어나오면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닛카츠의 로망 포르노 현장에서 일을 했던 경험이 있었던 감독님께서 오랜만에 다시 돌아오셔서 만든 작품이며, 붉은색과 푸른색의 대비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랑을 나누는 공간인 호텔, 그리고 휴식처이자 생활 공간인 나미의 집. 두 공간은 확연히 다른 색감으로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의 집 역시, 오오타 과장과 사랑을 나누는 공간으로 사용되었는데 무언가 차갑고 불안정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상적인 사랑의 관계가 아니여서 결국 그 공간은 결핍과 상실의 장소로 뒤바뀌어 버립니다.
'유미'라는 가명을 사용하여 콜 걸로 활동하던 그녀는 수 많은 남자들과의 육체적 사랑을 경험했지만,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주는 무라키. 누군가로부터 자신이 쓸모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진심으로 그와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영화 초반에, 무라키가 사무실에서 자살하려고 창문 밖으로 뛰어 내리기 전, 벽에 붙어 있던 밥풀과 파리 한 마리리를 카메라가 클로즈업하여 보여줍니다. 특히 자살시도를 막 하려던 순간, 파리가 왱 하며 우는 소리가 들렸고, 그는 갑자기 자살하려던 마음을 거둡니다.
여기서 파리는 아마,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난 갈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였을 것이고, 결국 콜 걸을 불러 마지막으로 자기가 해보고 싶었던 섹스 환타지를 실현한 뒤 그 다음에 죽기로 결심한 듯 보입니다.
하지만, 유미가 옷을 모두 벗은 채 침대에서 자기 혼자 신음소리를 내며 흥분한 듯 몸을 이리저리 비틀대며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싱싱하게 살아 숨쉬는 물고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는 그런 유미의 모습을 보고 다시 살아가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지금까지 보았던 감독님의 작품에서는 보통 완전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고 오로지 아내와 남편, 혹은 내연관계라는 설정만 보여집니다.
전 부인과 관계를 가진 뒤, 부인은 무라키에게 "안에다 해도 되는데.."라고 말하자 무라키는 "혹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떡해"라고 이야기하며, 둘 사이에 태어날 수도 있는 아이의 존재를 아예 부정해 버립니다.
그렇다면 유미와 무라키는 서로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했으니 아이를 낳을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이 역시 예상을 빗나갑니다.
처음 만났던 호텔에서 두 사람은 과거에 마무리짓지 못했던 사랑을 나누며, 지금까지 있었던 그 어떤 섹스보다 가장 황홀하고 좋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두 사람이 섹스를 할 때, 천장에는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거울로 비춰지는 두 사람의 육체는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바닷가에서 나미가 잃어버렸던 별 모양의 귀걸이는 호텔 천장에서 반짝반짝 빛나던 별들과 연결됩니다. 귀걸이는 그녀가 가장 사랑하며 소중하게 여기던 물건이였고, 이는 무라키를 상징하는것 같았습니다.
택시 안에서 흘러 나오던 음악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한 그녀를 위해, 그 음악이 수록된 LP판을 구해서 그녀에게 선물하는 무라키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수줍었지만, 그녀를 사랑한다는 진실된 마음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던 장면이어서 그녀는 그 때부터 무라키에게 사랑에 빠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섹스를 할 때, 마치 민물가에 있는 장어들이 꿈틀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으며, 이는 두 사람이 섹스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걸 표현하고자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에 전 부인과 나미가 서로의 존재를 눈으로 힐끔 확인하는 장면도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그리고 엔딩 때, 벚꽃이 흩날리며 아이들이 뛰어나오는 모습은 너무나도 황홀하고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봄에 피는 벚꽃. 이것은 전 부인, 나미, 무라키 모두 서로에게서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사이임과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이들의 모습은 결국, 이 세 사람 모두 부모로써의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듯 보였습니다.
사랑에 목 말랐던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또 다른 관계를 맺어 사랑을 나누려고 하지만, 모두 실패로 끝이 납니다. 이혼, 결핍, 상처라는 슬픔을 안은 채 그들은 또 다시 사랑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이제는 상대방과의 사랑만이 아닌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그 범위가 확장되어 그들은 지금보다 더욱 성숙한 어른이 되어 있을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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