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 오어 데어' 초간단 리뷰
1. 오래전 공포영화 '고사:피의 중간고사'와 최근 공포영화 '곤지암'이 10대들의 티켓파워를 등에 업고 흥행한 현장을 목격한 다음, 나는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한국에서 공포영화가 잘되는 조건 중 몇 가지: ①게임처럼 전개될 것 ②빠른 템포를 가질 것. '공포영화는 무서워야 한다'는 몹시 당연한 진리 외에 빠르고 치밀하게 전개되는 엔터테인먼트가 현대 공포영화의 필수조건이 돼버렸다. 그렇다면 제프 와드로의 영화 '트루스 오어 데어'는 한국 극장가에서 잘 될 만한 충분한 조건을 갖춘 영화다. 게임처럼 전개되는 것도 모자라 '게임'이 주인공인 영화이며 10대들이 주인공인 만큼 당연히 빠른 전개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잘되기 충분한 영화일까? 애석하지만 확실히 그건 아니다.
2. 우선 '트루스 오어 데어'는 '게임'이라는 '무형의 살인자'가 등장한다. 슬래셔무비 중 살인자의 실체가 없는 경우는 '데스티네이션'이 가장 대표작이다. 이 영화에서 살인자는 '죽음 그 자체' 혹은 '운명'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관객들이 재미를 느끼는 지점은 이 실체없는 살인자가 어떻게 죽음을 설계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지 지켜보는데 있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중간에 이야기가 산으로 향한 적도 있지만 결국 효과적으로 시리즈는 막을 내렸다. 죽음 그 자체를 살인자로 내세운 발상은 지금 생각해도 대단히 신선하다.
3. '트루스 오어 데어'의 살인자 역시 '진실게임'이라는 실체없는 살인자다. 이 '진실게임'이라는게 한국과 미국이 다소 차이가 있는데 민감한 질문에 답을 하거나 벌칙을 수행하는 방식이다(한국의 경우는 대체로 술을 마신다). '트루스 오어 데어'는 이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를 찾고자 시도한다. 예를 들어 강제로 진실을 말하게 해서 인물들이 곤란을 겪게 하는 경우다. 적어도 여기까지는 살인자가 나름 자신만의 개성을 살려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4. 살인자가 살인을 하는 방식은 주로 '벌칙'이다. 그러니깐 진실을 말하지 않거나 미션을 수행하지 않은 경우 '벌칙'으로 죽여버린다. 이 정해진 틀은 마치 '1 더하기 1은 2'만큼 재미없는 결론이다. 이 지점에서 이야기는 좀 더 지적으로 쓰여질 수 있었다. 나름 상상력을 발휘해보자면, 앞서 말한대로 살인자는 불편한 진실을 말하게 해서 인물들의 관계를 어긋나게 해버린다.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명제가 있는 만큼 이것은 지켜져야 하는 룰이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진실 때문에 관계가 어긋나서 서로를 죽여버리는' 상황을 충분히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심지어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에서도 시도한 방식이다)? 영화는 충분히 그럴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길을 따르지 않는다. 대신 영화가 선택한 것은 전적으로 '쉬운 길'이다.
5. 이야기가 쉬운 길을 선택한 만큼 당연히 재미는 없다. 나름 '게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게임은 '쏘우'의 그것보다 하찮고 시시하다. 미국에서도 틴에이저들을 겨냥해서 수위조절을 한 모양인데 이 정도면 '뽀로로'와 관람등급을 같이 해도 충분할 것 같다('몬스터 주식회사'도 이거보단 무서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쏘우'를 '시리즈가 갈수록 똥망진창인 영화'라고 '트루스 오어 데어'를 보고 나니 그 개떡같았던 '쏘우3D'조차 '잘 만든 영화'라고 부르고 싶어진다(차마 '직쏘'하고는 비교하고 싶지 않다).
6. 결론: 그러니깐 '트루스 오어 데어'는 '데스티네이션'보다 시시하고 '쏘우'보다 노잼인데 박력도 없어서 '뽀로로' 수준의 관람등급을 가진 영화다. '몬스터 주식회사'가 이거보단 더 무서울 것이다. 감독의 필모를 살펴보니 나의 '최애 히어로무비'인 '킥애스'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이력이 있다. ....썅
추신) 썸네일 사진 저것도 이제 웃기다.
추천인 5
댓글 4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발상은 신선한데 만듦새가 아쉬운 작품인 것 같네요.
첫문단 '오늘날 젊은 관객들에게 인기 있는 공포영화'에 대한 언급이 인상적이네요. 굉장히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관객들의 취향 덕분에 최근 호러는 어린 관객들에게는 '영화 예술'이라기 보다는 'VR체험'같은 용도로 소구되는 것 같아요. 컨셉추얼한 기획에 점프스케어 적재적소에 쓰면 최소한 1시간 반동안 시원한 극장에서 아무생각 없이 연인, 친구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되니까요.
초반의 몇 캐릭터의 표정만 기괴했지 뒤로갈수록 어설프고 지겹더군요..

참신한 망작이네요 ㅋㅋ
킥애스2 감독이군요 정말 이상하게 만들었던데 역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