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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흉폭하다] 폭력의 미학, 기타노 다케시의 그 시작

재야 재야
1804 1 3

 

그남자흉폭하다.jpg

 

 

 

 

폭력의 미학이라는 말이 있다. 폭력을 하나의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다는 의미일 텐데 한편으론 아이러니하고 모순적인 말이기도 하다. 폭력과 아름다움이 과연 공존할 수 있단 말인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만큼은 진정으로 폭력적이면서 아름답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폭력의 미학에 있어서 빠질 수가 없는 감독 기타노 다케시.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 중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는 ‘하나비’였다. 폭력의 미학을 뛰어넘어, 영화라는 매체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내게 알려준 인생 영화였다. 남들에게는 투박하고 폭력적일지도 모를 그 남자의 영화가, 내게는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태연의 탱창력보다, 김연아의 트리플 악셀보다, 김혜수의 매혹적인 유혹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기타노 다케시의 장편영화 데뷔작 ‘그 남자 흉폭하다’ 또한 폭력적이면서 아름다웠다. 시작부터 기타노 다케시는 후에 보여줄 자신만의 폭력의 미학을 있는 그대로 그려냈다. 데뷔작이었지만 데뷔작에서 느껴져 오는 풋풋함이나 어설픔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그 완전한 완성도에 나는 위압감과 경외심마저 느꼈다.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엔 일종의 공식 같은 것이 있는 듯했다.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지만, 혹은 하나비의 영향 때문인지 모르지만 어딘가 아프거나 연약한 여성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여성을 사랑하는 남성 주인공이 그 여성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폭력적이면서도 마초적이면서 다정하기까지 하다. ‘하나비’에서처럼 ‘그 남자 흉폭하다’에서도, 주인공 경찰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동생이 그런 여성상으로 등장한다.

 

기타노 다케시가 연기한 주인공 경찰은 아픈 여동생을 돌보는 폭력적인 경찰이다. 경찰이 저래도 되는가 싶을 정도로 그는 ‘그 남자 흉폭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흉폭한 모습을 보인다. 허나 그 흉폭함이 무조건적으로 폭력적으로만 봐야 할지는 의문이다. 그는 경찰이라는 직업상의 문제도 있거니와, 영화 속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지켜야 하는 정의와 여동생을 위해 위악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라면, 결말 부분에서 기타노 다케시가 자신을 노린 마약사범 암살자와 몹쓸 짓을 당한 여동생을 총으로 쏴 죽이는 모습이었다. 마약에 중독되어 죽은 암살자의 호주머니를 뒤지는 여동생의 모습을 바라보는 기타노 다케시의 표정을 그 무엇보다도 슬퍼 보였다. 너무도 슬퍼서, 현실을 감당할 수 없어서, 모든 걸 부정해버리고 싶어 하는 한 남자의 무너지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결국 주인공 경찰은 여동생마저 총으로 쏴 죽인다. 절대로 이 험한 세상에 더럽혀져서는 안 될, 그 무엇보다 순수하고 순결해야 할 여동생이 더럽혀진 모습에 좌절했던 걸까. 아니면 그런 여동생을 지키며 힘겹게 위악적으로 살아온 자기 자신에게 지친 것일까. 혹은 둘 다일까.

 

나는 잘 모르겠다. 다만 칼에 찔리며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는데도 무너지지 않던 남자가 자신의 여동생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대신 눈물을 삼키며 진정한 결말을 제 손으로 냈다는 것만은 틀림없다.

 

기타노 다케시가 연기한 주인공 경찰은, 그 누구보다 거칠고 위험하고 흉폭하지만, 사실은 이 영화에서 가장 따뜻한 인물이 아니었을까. 누구보다 사랑하기에, 사랑할 줄 알기에, 더욱 이 험난한 세상에서 흉폭해질 수밖에 없던 게 아닐까?

 

그는 타협하지 않았다. 시말서를 쓰고 상사에게 비난당하고 경찰직에서 해임되더라도 타협하지 않았다. 그 어떤 외부의 압력과 폭력에도 굴하지 않으며 자신의 순수함을 지키려고 했다. 노숙자를 괴롭히는 불량청소년들, 빠따를 들고 형사를 폭행하며 도망치는 탈주자, 겉으로는 레스토랑 사업을 하는 척 하며 마약을 파는 폭력집단과 냉혈한의 암살자. 그런 그들과 맞서기 위해서 주인공은 더 무자비한 폭력으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이 그를 그럴 수밖에 없도록 흉폭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기타노 다케시. 그는 누구보다 흉폭한 영화를 찍었을지 모르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영화를 찍었고, 그 안에서 나는 가슴이 아련해지는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이 영화만큼은 그러했다.

 

 

 

 

 

* 한글 워드프로세서로 리뷰를 작성하는데 오타가 났다고 해서 살펴보니 ‘흉폭’이란 단어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맞춤법에 맞는 ‘흉포하다’는 표현 대신 ‘흉폭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싶다. 그래서 리뷰 본문에서도 흉폭하다는 표현을 썼다. 양해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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