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 (스포有), 끝이 없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아름답지만 괴기스러운 잔혹 동화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
끝이 없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아름답지만 괴기스러운 잔혹 동화
맨 처음 한 편의 명화 같은 몽환적이고 화려한 영화 포스터에 눈길이 가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가로네 감독은 한국판 포스터를 보고 나서 감탄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포스팅 끝에 추천 기사를 확인해주세요^^ )
'테일 오브 테일즈'는 동화 속 세 가지 옴니버스식 스토리를 영화라는 하나의 스토리 안에 담아내었다.
왕자를 잉태하기 위해 바다 괴물의 심장을 우걱우걱 씹어먹는 여왕, 하루아침에 젊어져 난봉꾼 왕과 결혼하게 된 노파, 왕의 허세 탓에 괴물과 결혼하게 된 공주. 비밀의 숲을 둘러싼 세 왕국을 배경으로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집착,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강렬한 욕망, 세대 간의 갈등과 사랑에 대한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어 전개되는 호러 판타지.
욕망에 휩싸인 세 여인이 있다. 영화의 시작을 여는 건 아기를 갖기 위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왕비(셀마 헤이엑) 이야기다. 아무리 노력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던 중에 한 마법사가 찾아와 술책을 내놓는다. 왕은 그가 말한 비법을 실현키 위해 자살임무나 마찬가지인 바다 괴물의 심장을 꺼내려고 잠수하고 임무수행 후 죽는다. 왕비는 처녀가 요리한 바다 괴물의 심장을 먹고 하루만에 아들을 얻는다. 여왕이 아들 엘리아스를 잉태한 무렵, 바다 괴물의 심장을 요리한 하녀 역시 임신한다. 두 아이는 모두 피부색소 결핍증처럼 눈 같이 하얀 머리와 피부를 지녔다. 엘리아스와 똑같이 생긴 하녀의 아들(조나)을 경계한 여왕은 두 소년의 친한 모습이 영 못마땅하다. 결국 둘을 갈라놓은 여왕, 엘리아스는 어느날 조나를 찾아 떠난다. 아들을 찾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기세인 여왕은 대가를 치르며 마법사의 도움을 다시 받는다.
두 번째는 왕의 사랑을 얻기 위해 젊음을 탐하는 노파와 그 동생의 이야기다. 도라는 이마(셜리 헨더슨)와 자매 사이다. 나이를 먹어 젊음을 잃고 숨어 산다. 다만 아름다운 목소리로 난봉꾼 왕(뱅상 카셀)의 관심을 끈다. 왕은 매일 같이 집으로 찾아와 도라를 유혹하고, 그는 밤에 불을 켜지 않는 조건으로 왕과 잠자리를 갖는다. 왕은 그녀의 모습이 궁금하여 촛불로 확인하다 그녀의 쭈글쭈글한 피부에 기겁하고 근위별에게 명령을 내려 창밖으로 던져 버린다.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한 도라는 우연히 지나던 마녀의 젖을 먹은 후 젊음을 얻는다. 이를 시기한 동생 이마는 도라의 말만 믿고 온 피부를 벗겨내 젊음을 되찾으려 한다.
마지막은 거인에게 잡혀간 공주, 바이올렛(비비 케이브)의 이야기다. 아버지인 왕(토비 존스)은 개나 고양이 같은 정상적인 애완동물이 아닌 벼룩을 자신의 피를 먹이며 키우고, 벼룩이 놀 수 있는 장난감이나 만들며 국사를 멀리한다. 애완(?) 벼룩은 양분을 듬뿍 섭취해 거대하게 자라고 어느 날 갑자기 목숨을 잃어 왕을 실의에 빠지게 한다. 시집갈 나이가 된 바이올렛은 신랑감을 구해 달라는고 왕에게 요청한다. 왕은 벼룩의 존재를 아무도 알지 못하리라 생각하고는 벼룩 피부를 전시해 이것의 정체를 알아맞힌 남자에게 공주를 주겠다고 공고를 낸다. 바이올렛이 눈여겨 본 남자들은 줄줄이 탈락하고, 그 와중에 흉악한 외모의 거인(기욤 드로네이)이 답을 맞힌다. 거대 애완 벼룩에게 정신이 팔린 왕의 실수 때문에 바이올렛은 어쩔 수 없이 거인의 동굴로 끌려가 신혼생활을 하게 된다. 죽을 고생을 하다가 어느날 줄 타는 곡예사의 도움으로 탈출을 하지만...
영화는 욕망에 얽힌 처절한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그 주체는 대부분 여성이다. 욕망하고, 쟁취하고, 극복하고, 또 운명을 거스른 대가도 톡톡히 치른다. 바다 괴물의 심장을 구한 남편이 큰 상처를 입어 죽어 가는데도 여왕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언니처럼 젊어지고 싶던 여동생은 자신의 피부를 벗겨 내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괴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공주는 자신에게 도움을 건넨 이들이 죽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다. 피 칠갑을 한 채 집으로 돌아온 공주의 모습은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했다.
가수 샤넌의 쌍둥이 친오빠가 출연했다고!! 극 중 신비롭고 몽환적인 쌍둥이를 연기했는데 샤넌의 실제 쌍둥이 오빠라고 한다. 영화를 보고난 뒤에 알았다는ㅋㅋ 크리스찬, 조나 리스 형제는 괴물의 심장을 먹은 여왕의 아들인 왕자 엘리아스와 같은 날 운명적으로 시녀의 아들로 태어난 조나 역을 맡았다.
천의 얼굴, 뱅상카셀
왕국 안에 사는 수많은 여성들을 탐하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새로운 여성을 정복하기를 꾸꾸는 난봉꾼 왕으로 허무주의에 빠진, 본능적 감각만 살아있는 볼품없는 왕으로 나온다. 오직 여색에만 빠져 있으며 어느 날, 성 밖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홀려 목소리 주인공에게 보석을 바치며 구애한다. 숲에서 젊음의 비밀을 간직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고 겉모습만으로 그녀를 왕비로 맞이는 모습은 눈앞의 진실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테일 오브 테일즈>를 연출한 마테오 가로네 감독은 이탈리아의 셰익스피어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걸작 동화에 매료되어 영화화를 결심, 원작에 수록된 50개의 이야기 중 가장 매혹적인 세 가지의 이야기를 선택하여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만화집 『펜타메론』은 국가적인 규모로 편찬 된 최초의 동화로 베니스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민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나폴리 고대 방언으로 쓰여 해석의 어려움으로 묻혀있던 원작은 200년이 지나서야 후대에 알려졌다.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원작은 그림 형제, 안데르센, 샤를 페로와 같은 유명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라푼젤>, <신데델라>, <장화 신은 고양이>, <헨델과 그레텔>, <잠자는 숲속의 공주>와 같이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걸작 동화들을 탄생시킨 원형이 되었다.
이탈리아는 가장 오래되고 다양한, 인기 동화들이 탄생한 곳이다. 영화의 원작이 된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동화는 총 50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하나의 이야기는 액자식 구성으로 되어 있으며 한 무리의 사람들이 5일 동안 서로에게 49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화려한 언어유희가 돋보이는 바실레의 작품은 에로티시즘과 폭력성을, 우아함과 기괴함을, 명예로움과 음란함을 한데 섞어 놓은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동시에 윤리성과 사회적 관심에 대한 문제의식도 담고 있다.
칸 국제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마테오 가로네 감독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제작진과 의기투합해 만든 영화.
영화에 등장하는 고딕풍의 화려한 의상은 오랜 전통을 가진 세계적인 코스튬하우스 브랜드 '타렐라'의 장인 정신이 녹여져 있는 작품이다. 초기 바로크 시대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의상들은 바실레의 원작이 집필되었던 시대와도 맞물리며 강렬한 인상을 전해 준다. 17세기 스페인 미술을 대표하는 궁정 화가 벨라스케스와 바로크 시대의 대표 화가 렘브란트의 명화를 참고하여 만들어졌다는 주조연들의 의상은 정말 아름다웠다.
감독은 바실레의 동화세계를 스크린으로 고스란히 옮기기 위해 '티렐리'의 수석 디자이너 '마시모 칸티니'와 손을 잡는다. '마시모 칸티니'는 '찰리와 초콜릿 공자', '타이타닉', '그랜드 부자페스트 호텔'까지 수많은 영화의 의상을 담당한 세계 최정상의 디자이너이다. 그는 특히 '셀마 헤이엑'이 맡은 원하는 걸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는 여왕의 붉은색 드레스에 오랜 시간 공을 들이며 단순한 의상이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들어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매장에 전시되어 패션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탈리아의 오스카로 불리는 유럽의 권위 있는 시상식 다비드 디 도나텔로에서 의상상을 받았다.
또 눈길이 가는 것은 바로 중세 바로크 시대를 재현한 로케이션!
유니스코 세계 우산에 빛나는 명소에서 촬영되었다. 감독은 배우들이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고, 임의로 제작된 세트장보다 실제 외부 장소에서 촬영하는 데 뜻을 모았다.
이텔리아 시칠리아 주에 위치한 '알칸타라 협곡', '돈나푸카타 성', '카스텔 델 몬테 성' 등을 쵤영 장소로 선택. "그 곳의 건축물들은 실제로 존재하면서도 강렬한 상상력을 내뿜고 있었고, 초자연적인 기이함뿐만 아니라 중세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라고 감독은 말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자연 절경으로 손꼽히며 이탈리아 최고의 휴양지로 유명한 시칠리아 주의 '알칸타라 협곡'은 영화에서 중요한 장소로 등장한다. 왕자를 낳기 위해 괴몰의 심장을 먹어야 하는 여왕(셀마 헤이엑)을 위해 왕은 바다 괴물을 찾아 나서고, 왕과 괴물이 혈투를 벌이는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회색 현무암 기둥이 초자연적인 기이함을 자아내며 괴물의 서식지 같은 느낌을 완벽히 살렸다.
또한 '카스텔 델 몬테 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건축물이자 중세시대 고딕 양식을 그대로 복원한 '돈나푸가타 성'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친언니 마리아 카롤리나 왕비의 피난처이자 유배지기도 했다고 한다. 팔각형의 구조로 건축된 이 성은 언덕 위의 요새와 같은 구조로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곳은 완벽한 결혼을 꿈꾸지만 괴물과 결혼하게 된 비운의 공주 이야기의 배경이 된다.
내용상 서로 관련 없는 세 이야기지만 영화는 '집착과 그에 따른 대가'을 주제로, 자식을 향한 지나친 사랑,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비정상적 집착, 권위를 상실한 리더의 추악함은 지금 시대에도 여전하며 그 끝이 어떻게 될 지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공주의 즉위식을 맞아 광대가 긴 막대로 균형을 잡고 외줄타기 하는 장면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원하는 것을 얻게 되면 그에 따른 희생을 치러야 삶의 균형이 이뤄지는 법이다.
정말 기묘하고 오싹한 영화였다. 많은 부분에서 불친절한 영화라서 마니아 관객에게만 환영받지 않을까.
"욕망에는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
주술사가 왕비에게 건넨 대사는 세 이야기를 관통하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추천기사 http://news.joins.com/article/20855964
원글 http://blog.naver.com/wanderlust328/220872815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