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코뮌'('사랑의 시대') 초간단 리뷰
1. 잠시 헷갈렸는데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연출작이 '백치들'인줄 알았다. 근데 그건 라스 폰 트리에 영화고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영화는 '셀레브레이션'이다. 아주 별 게 다 헷갈린다.
2. 사실 그의 영화는 '셀레브레이션' 이후 처음 본 게 '더 코뮌'이다. 그나마 '셀레브레이션'도 오래전 시네마떼끄1/24에서 일하던 시절 본 것이었으니 거의 기억도 안 날 판이다. 사실상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영화는 처음 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3.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상당히 재미있다. 구성은 과거 '남자 셋 여자 셋'이나 '논스톱' 같은 국산 시트콤을 떠올리지만 의외로 무겁고 어른스러운 이야기다. 그리고 그걸 또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며 웃음도 준다.
4. 이 발랄한 이야기 와중에 영화는 끊임없이 화두를 던진다. 이것은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갈등에 대한 화두로 집단의 영역과 그 속에서 보호받아야 할 개인의 영역의 구분을 에릭(율리히 톰센)과 안나(트린 디어홈) 부부를 통해 묻고 있다.
5. 영화가 시작되기 전 조지훈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는 "덴마크 영화가 한국의 막장드라마와 닮을 때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 영화가 의외로 우리의 현실과 관련해 할 이야기가 많은 영화라고 보여진다.
6. 한국에서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굳이 데이터나 숫자화 된 자료를 들이대지 않아도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다. 이대로라면 수백년 뒤에는 '한민족' 자체가 멸종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출산과 혼인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은 국가 경제적으로나 큰 손실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해 큰 걱정을 하고 나름대로 대안을 내놓기도 한다. ...물론 그 대안이라는 것들은 대부분 '개소리'인 경우가 많다. 정치권 뿐 아니라 이미 결혼한 중장년 기성세대들 중 상당수 역시 "요즘 젊은 것들은 왜 결혼을 안 하는지 몰라"라며 그들을 나무란다. 가벼운 일상이지만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너는 왜 결혼을 안 하냐"라며 잔소리 하는 어른들 역시 이런 경우가 아닌가 생각된다.
7. '더 코뮌'은 개인의 문제에 대해 공동체가 개입했을때 일어날 부작용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공동체란 국가가 해당될 수도 있고 먼 친척, 혹은 가족이 해당될 수도 있다. 이들은 같은 '공동체 구성원'인 타인에 대해 어디까지 간섭할 수 있을까? 그 논란이야 여러 사람의 의견으로, 길게 이어져야 할 부분이지만, 적어도 결혼·연애처럼 개인의 감정과 삶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공동체의 간섭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개인의 사랑이 공동체에 의해 통제당하며 갈등을 빚는 장면이 나온다.
8. 집단이 한 개인에게 "결혼을 해라", "아이를 낳아라"고 종용하는 것은 대단히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처사다. 그것은 공동체의 역할이 아니며 국가의 역할도 더더욱 아니다. '더 코뮌'에서도 에릭과 안나 부부의 감정에 따른 선택이 집단에 의해 선택을 받는다. 만약 이 영화의 '마지막 안건'이 공동체 생활이 아닌 에릭과 안나의 가족만 모인 자리에서였다면 갈등은 덜했을지도 모른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집단의 시선이 주는 부담이 결국 큰 갈등과 비극을 일으킨 것이다.
9. 개인의 삶에 대한 집단의 노력은 그들이 더욱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 국가적인 손실이다. 그렇다면 국가(공동체)는 청년세대들이 결혼과 출산·육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것은 옳은 노력이 아니며 '기성세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무책임한 폭력이다. '더 코뮌'은 그런 '집단과 개인의 갈등'을 잘 엿볼 수 있는 영화다.
10. 이 영화의 국내 개봉명은 '사랑의 시대'다. 영화를 보면 이 제목은 의외로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기 전에는 절대 관객을 끌어 당길 수 없는 제목이다. 이제 와서 제목을 바꾸기도 어려운 상황인 듯 한데, 대체 누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
11. 이 영화에서 안나를 연기한 트린 디어홈은 이 작품으로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다. 초반에 안나는 의외로 차분하게 정숙하게 연기한다. "왜 여자연기상 감일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그녀의 존재는 두각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러나 갈등이 시작되고 중후반에 이르러 그녀는 흡사 '지옥의 묵시록'에서 말론 브란도처럼 관객을 빨아들이며 연기한다. 이 영화가 극장 개봉되고 많은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면 분명 그녀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질 것이다. 굉장한 연기였다.
12. 결론: 이야기꺼리가 많지만 유쾌한 영화다. 특히 6세 옴므파탈 빌라스는 잊을 수 없다. 원래 불특정 다수에게 영화 추천은 잘 안 하지만 이건 감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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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터브그 감독 영화는 역시 미즈 미켈슨이 나온 [더 헌트]가 최고죠 ~ 그리고 작년에 나온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도 나름 로맨틱햇고...이 영화 기대가 큽니다 ~
아,뭔 영환가 했더니..이건 감독인가 각본가던가 실화라던데..
저 여자배우분 덴마크의 국민 여배우급이더라구요.덴마크 영화에 자주 보이심.

오호,.
오호....개봉하면 챙겨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