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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후기]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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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6일에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한 것을 보고 극장을 갔다. 벌써 일주일 전이라 연설한 것이 15일이었는지, 16일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어쨌거나 나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서 쓴침을 삼키며 그걸 보고 시사회에 갔다. 굳이 영화에 개인적인 체험을 덧붙이는 것은, 나는 이 글을 리뷰라고 생각치도 않고, 비평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며, 그저 내가 본 단상(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지만) 내지를 적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영화를 두고 이렇게 쓸 수 밖에 없는 이 상황에 대해 궁색한 변명을 하자면, 영화는 때때로 언제 그 영화를 보았는가가 중요해지는 영화들이 있기 때문이다. 관람이란 것을 세르주 다네의 말처럼 "그것은 기록되었다. 그러나 나는 보아야 한다"는 식으로 받아드린다면, 관람은 결코 동등한 경험일 수 없다. 그건 누가 많이 알아서도 아니고, 많이 느껴서도 아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이미지는 제각각이기 마련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당장 이 영화가 가져온 어떤 충격에 대해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영화는 조재휘 평론가가 <동주>와 <귀향>을 비교하며, 페이스북에 적은 것 처럼 "프로파간다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황진미 평론가는 이 영화에 대하여 분노가 아닌, 치유와 반성과 회복을 위한 씻김굿이라고 간략한 평을 내놓았다. 둘 다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린 말일 수도 있다. 나는 저 두 개의 감평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에 대하여 관심이 없다. 내가 충격을 받았던 것은 큐브에서 도륙당한다 싶도록 포르노틱한 이미지를 전시했던 장면들이다. 이미지 자체의 선정성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 장면에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 그 이미지는 이 영화가 가진 맥락과 정치성에 관계없이 내가 혹은 우리가 눈 돌렸던 끔찍한 현실들과 마주하게 하는 것 같다. 소녀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끌려들어간 큐브같은 공간과 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도륙의 포르노는 지금까지 별다른 이야기가 없이, 그저 페이스북에서 잠시 읽었던 공단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떠오르게 한다.

 

물론 이는 감독의 의도도 아니거니와, 그 장면에서 이런 감상을 얻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정리되지 않아 너저분한 내 방에서 모니터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보았다. 거기서 써진 댓글들을 읽었고, 그게 지금 박근혜가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거기서 분노를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나는 이 영화를 두고 정치적 올바름에 호소하고 싶지 않다. 다만, 식민지를 지배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군인이 된 이들의 손에 이끌려 큐브에 갇힌 후 도륙당하는 소녀의 모습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듣고 분노를 배출하는 댓글창을 본 후에 보고 있기가 힘들었을 따름이다. 나는 극장에 앉아 이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힘들었고, 도륙의 이미지를 버텨내기가 버거웠다. 그리고 문뜩 한 가운데 부분이 완전히 허물어져 건물 두 동만 덩그러니 남은 장면이 라스트 씬이었던 어떤 순진했던 영화가 생각났다. 그리고 언제 이 피로는 조용히 가장자리에서 소멸을 기다리게 될 알 수 없었고, 나는 슬펐다.

 

※ 글을 읽고 불편하셨던 점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후기를 핑계로 답답한 감상을 조금이라도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글을 읽고 불편하셨던 점이 있다면,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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