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넌 - 4DX with 스크린X ] 간략후기
- ji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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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완 감독이 구축한 '컨저링 유니버스'의 새 영화 <더 넌>을 보았습니다.
<컨저링 2>에 등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수녀 귀신' 발락을 소재로 만들어진
이 스핀오프작을 '4DX with 스크린X' 포맷으로 보게 되었는데, 이런 특수 포맷은 크게
'영화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거나 '영화의 단점을 보완'하는 두 가지 측면의 효과를 낳습니다.
<더 넌>의 경우는 후자에 가까운 효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되네요.
<컨저링 2>에서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고 <애나벨: 인형의 주인>에서도 단서가 언급된
수녀 귀신 '발락'에 관한 이야기는 2차 세계대전 직후 루마니아의 한 수녀원에서 전개됩니다.
한 수녀의 자살 소식 후 버크 신부(데미안 비쉬어)와 아이린 수녀(타이사 파미가)가
루마니아의 수녀원으로 조사 차 파견되고, 그곳에서 거대한 악령의 실체와 마주한다는 내용입니다.
<컨저링>에서 퇴마사와 심령술사 역할을 띤 워렌 부부가 귀신 들린 집에 들어가 악령의 실체를 쫓는데,
<더 넌>에서는 엑소시즘에 능한 신부와 혼령을 볼 수 있는 견습수녀가 짝을 이루어
비밀을 간직한 수녀원에 들어가 악령의 실체를 추적하며 스토리 면에서 일종의 데칼코마니를 이룹니다.
거기다 '수녀 귀신'이 컨저링 유니버스 전체를 통틀어서 최상위권에 오를 만한 임팩트를 지녔고,
컨저링 유니버스 영화들이 대부분 만족스런 완성도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는데
아쉽게도 <더 넌>은 쉬운 공포 효과와 전략적이지 않은 만듦새로 유니버스에서 옥의 티로 남았습니다.
컨저링 유니버스 영화들의 특징은 으레 전통적으로 보이는 심령 호러의 틀을 유지하며
드라마의 강화,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장면의 밀도, 가족 지향적 호러물의 제시 등
매 편마다 나름의 변주를 시도해 왔다는 점입니다. (<애나벨> 1편 같은 실패 사례도 있습니다만)
그에 비해 <더 넌>은 기본적으로 주어진 조건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안일한 전개를 보입니다.
<컨저링>의 워렌 부부가 개인 스킬과 팀 플레이의 조화로 믿음직한 활약을 보여준 데 반해,
<더 넌>의 주인공들은 아무리 초면이래도 팀 플레이는 물론 각자의 역량마저 제대로 과시하지 못합니다.
두 사람이 좀처럼 붙어 다니지 않고 따로 떨어져 수녀원 곳곳을 탐험하며 각자의 고초를 겪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은 명석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진실을 규명하기보다 놀라고 혼란스러워하기 바쁩니다.
컨저링 유니버스 영화의 공식에 따라 어찌저찌 진실에 접근하게 되는 것도
그들의 자발적인 결정과 행동 덕이기보다 곳곳에서 놀래키는 악령들에 휩쓸려 온 결과처럼 느껴집니다.
사실 <더 넌>은 다른 컨저링 유니버스 영화들에 비해서 충격 효과를 주는 장면이 많은 편입니다.
그러나 그런 장면들이 자주 놀라게는 해도 공포스런 잔상을 남기지 못하는 것은
공간과 인물들이 겪어 온 역사, 사건의 기승전결로 긴장감을 촘촘하고 입체적으로 쌓지 못한 채
'평이한 탐사 후 점프 스케어' 식의 전개를 반복하여 공포 연출의 파장마저 줄어들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전 영화들에서 수녀 귀신 '발락'은 압도적 비주얼만큼이나 대단한 비밀을 품었을 것으로 짐작됐는데,
막상 드러난 비밀은 이전 영화들 속 심령 캐릭터들과 비교해서도 파괴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쉽습니다.
'수녀'라는 특성상 보다 대담한 스토리를 투영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배경 이야기에서 주는 임팩트가 기대보다 떨어지는 바람에
메인 빌런인 발락의 존재감도 피상적인 수준으로 남게 된 것 같습니다.
그나마 영화 자체가 지닌 평이하고 안일한 전개의 약점을 스크린X와 4DX 효과가 어느 정도 메웁니다.
영화가 대부분 어두운 밤, 빛이 잘 들어오지 않는 실내 공간에서 전개되다 보니
화면이 밝을수록 더 실감나는 스크린X 효과가 구현되기 쉽지 않은 환경인 것이 사실인데,
그럼에도 영화는 포인트를 줘야 할 일부 장면에서 스크린X를 효과적으로 활용합니다.
주로 범상치 않은 공간들을 탐사할 때 스크린X 효과가 발동하는데,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3면 스크린이 영화 속 음침한 공간을 좌우로 훑을 때 주는 현장감이 공포 분위기 조성에 효과적입니다.
또한 스크린X 효과 덕분에 인상적인 장면이 두 곳 있었는데, 공동묘지 곳곳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아이린 수녀가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에서 측면 스크린을 활용해 종소리를 시각화하는 장면,
악령을 물리치기 위해 수녀원의 수녀들이 홀에 모여 기도문을 읊을 때
그들을 부감으로 비추는 카메라를 측면 스크린으로까지 확장하여 보여주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4DX 효과가 격렬하게 움직이는 모션 체어와 티클러 효과로 '공포의 임팩트'를 강화했다면,
이들 장면에서의 스크린X 효과는 영화 본편만으로 충분히 구현되지 못한
'공포의 공기'를 보다 넓고 깊게 강화하는 데 일조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발락이 빌런 또는 카메오(?)로서 뿜어냈던 존재감과 그에 따라 촉발되었던 기대감에 비해
막상 발락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만들어진 <더 넌>은
그 존재감과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하는 영화가 되어 아쉽습니다.
그래도 영화 속에 컨저링 유니버스 속 발락의 위치와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흥미로운 단서를 던져놓은 덕분에, 향후 등장할 컨저링 유니버스 영화들 속에서도
발락이 또 다른 방식으로 특별한 존재감을 과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오늘 봤는데 생각보다 기대 이하라 속상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편이 기대되기에.. 후편을 빨리 보고 싶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