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레드 (1975) 다리오 아르젠토의 걸작 지알로. 스포일러 있음.
지알로는 yellow 의 이탈리아어다.
영화쟝르 펄프픽션의 기원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싸구려 추리소설의 표지가 노란색이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도끼로 목을 자르는 정도는 예사로 나오는 극도의 잔인함, 패셔너블한 아름다운 영상과 미장센, 하지만 허접한 줄거리로 유명하다. 영화 장면 하나하나가 패션모델을 놓고 찍은 아름다운 화보같다.
이탈리아 호러영화의 거장 마리오 바바가 창시한 쟝르다.
마리오 바바는 원래 촬영감독 출신이라서 아름다운 영상을 잡아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창출해내는 데 대가급 능력을 가졌으나, 스토리텔링은 굉장히 약했다.
지알로영화들은 마리오 바바의 이런 특징을 다 공유한다.
그나마, 다리오 아르젠토가 걸작스릴러의 요소를 가장 많이 영화 내에 구현해낼 수 있었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영화를 보면, 마리오 바바의 영향이 굉장히 크게 보인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쿨하고 좀 더 현대적으로 보이고 록음악이 요란스럽게 울리는 마리오 바바다.
마리오 바바는 20세기를 살았던 19세기 정신의 소유자였지만, 말년에는 20세기 당시의 사회를 영화에 담으려
노력했다. 그 결과는 실패다. 마리오 바바가 실패한 그 자리에서 다리오 아르젠토가 시작한다.
이 영화 딥 레드는 지알로 쟝르에서는 탁월한 위치에 있다. 다리오 아르젠토감독은 알프레드 히치콕류의
잘 짜여진 스릴러와 지알로를 결합시켜 (간신히) 성공하고 있다.
로마의 밤거리를 걷던 재즈피아니스트 마커스 - 그가 로마의 밤거리를 걷는 장면의 아름다움은
눈에 확 들어온다. 지알로가 그 결함에도 불구하고 격찬을 받는 이유다.
그런데, 그는 어느순간 고개를 들어 무심히 눈앞의 아파트를 바라본다.
갑자기 어느 여자가 나타나 유리창에 손을 대고 비명을 지른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여자의 목을 자른다.
죽어가는 그 순간의 여자와 눈이 딱 마주친다.
마커스는 경악한다.
알프레드 히치콕류의,
평범한 사람이 단번에 휙하고 범죄의 세계 속으로 빨려들어간다는 공식을 잘 따르고 있다.
하지만, 히치콕감독의 영화에서 이렇게 강렬하고 충격적이고 매혹적인 장면이 있었나? 이렇게만 잘 만들었으면,
스릴러영화의 최고걸작자리는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결함 또한 그 장점만큼이나 만만치 않다.
마커스는 계단을 뛰어올라가 그녀의 방으로 들어간다.
마커스는 살해당한 여자의 집 복도를 살펴본다. 그는 어느 그림 앞에서 웬지 멈추어서는데,
나중에 보니 그 그림이 없어졌다. 그 이유는...... 바로 이런 그림이기 때문이었다.
그림이 아닌, 살인자의 얼굴이 비친 거울이었던 것이다. 이 복도장면의 공포와 아름다움은 너무나 잘 연출되어 있어서, 여기까지만 보면, 스릴러영화의 걸작을 만나게 되었음을 의심치 않는다.
범인은 늘 나가기 전에 검은색으로 자기 얼굴을 칠한다. 살인을 저지를 때, 어둠 속에서 눈을 뜨면 두 눈알들만 허공에서 깜박거리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도 상당히 공포스럽다. 특히, 희생자들이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이 어둠 속을 헤메다닐 때 말이다.
하지만, 이 인상적인 장면들 이후, 영화는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마커스는 웬지 이 장면을 잊을 수 없다.
그는 자기도 어쩌지 못하는 호기심으로 범인을 찾아나서기 시작한다.
이탈리아 지알로에 자주 나오는 주제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감독의 블로우업 이후 반복되던 주제다.
이 영화 남주인공이,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감독의 영화 블로우업에서 남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다.
하지만 컴팩트하게 가야 할 장면이, 주인공이 이 사람을 만나고 저 사람을 만나고 하면서 아주 지루하게 간다.
나중에 보면, 없어도 되는 장면들이다. 재미없고 지루하고 의미도 없는 장면들이 길게 이어지는데,
이것이 따분하다. 그런가 하면, 정말 중요한 추리장면은 또 확 지나가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칠 정도다. 추리는 얼렁뚱땅 억지스럽고, 중요하지 않은 장면은 쓸 데 없이 길어서 지루하고, 추리의 과정도 부자연스럽다. 이것만 보면 또 졸작이다. 하지만, 그럴게 느낄 때쯤 또 놀라운 장면들이 연속으로 등장한다.
놀랍도록 공포스럽고 아름답고 강렬한 살인장면들이다.
이런 장면들을 다른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비범한 장면들이다.
이런 감탄을 하게 될 즈음, 영화는 다시 얼렁뚱땅 흘러간다.
후다닥 범인을 찾아내고, 범인과 마지막 대결을 한 다음, 주인공의 럭키펀치로 범인을 잡는다.
지알로들이 다 공유하는 특징들이지만, 이 영화만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이,
그나마 걸작 스릴러의 요소를 함께 품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비범한 영상미와 이탈리아 패션을 연상시키는 사치스런 패셔너블함과 함께,
걸작 스릴러의 요소가 느껴진다.
아마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감독의 블로우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알로쟝르를 대표할 한작품을 고르라면, 이 영화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독보적인 살인예술을 감상하시라.
"그래, 그때 그건 그림이 아니었어. 거울이었어. 살인자의 모습이 비친......"
살인자가 끓는 물에 억지로 넣어 질식시켜 죽인 까닭에 (그전에 목을 자름) 얼굴이 퉁퉁 부어 죽은 시체. 귀찮아서라도 이렇게는 살해 안한다.
살인마의 검은 장갑과 면도칼.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의 손임.)
주인공 마커스가 귀신 들린 집에서 발견한 말라붙은 시체.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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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젠토의 개성이 가득한 호러..
묘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전 개인적으론 마리오바바보다 다리오 아르젠토를 더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