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35] 난도질의 대서사시 - 피어 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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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 스트리트 (2021)
난도질의 대서사시
<피어 스트리트>는 3부작으로 구성된 호러 미스터리 영화입니다.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보더라도 재미있고 흥미로운데, 3부작이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이색적이기도 합니다. 대체로 칼질과 도끼질을 앞세운 영화들은 심플한 구성에 두 시간을 넘기지 않는 편인데, <피어 스트리트>는 전체 러닝 타임이 4시간을 훌쩍 넘기죠. 이 정도면 대서사시 난도질 영화인 셈이죠. 원작이 있는데, <구스범스> 시리즈로 유명한 로버트 로런스 스타인의 <피어 스트리트>입니다.
이 시리즈의 특이할만한 요소는 3부작이 각각 전혀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파트 1은 1994년을 배경으로 ‘셰이디사이드’라는 저주 받은 마을의 쇼핑몰에서 벌어지는 살육이며, 파트 2는 1978년의 여름 캠프장을 피로 물들인 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그리고 마지막 파트 3는 마녀사냥이 일어난 중세가 배경입니다. 뜬금없이 웬 중세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나 싶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어진 셰이디사이드의 비극적인 역사의 비밀을 푸는 최종장의 역할입니다.
난도질 영화의 팬이라면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가 취향일겁니다. 파트1의 오프닝은 명백히 <스크림>에 대한 애정 어린 오마주입니다. 쇼핑몰에서 해골가면을 쓴 살인마에 의해 벌어지는 한 사건은 예측불허의 마무리로, 대체 이 동네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그 후 대략적인 배경과 인물 소개들을 끝내며 본격적인 사건으로 들어가죠.
파트1에서는 대체로 신경질적인 캐릭터가 등장해서인지 90년대를 배경으로 함에도 실제 그 시절 영화들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곤 합니다. 아직 빌드업 중인 캐릭터가 나오고, 독립적으로 볼 땐 완성된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매력적으로 와 닿지는 않습니다. 인물들이 스트레스가 많고 화가 잔뜩 나 있어서 소리를 많이 지르곤 하는데, 그런 점들이 거슬려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긴 이야기인 가운데, 파트1에서 호감도를 올리기 위한 시도들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깔끔하고 수위 높은 살해 장면들이 즐겁고, 조금씩 쌓여가는 미스터리가 다음 편을 궁금하게 만들죠. 그리고 살인마들의 존재감이 단점을 덮어줍니다.
파트2는 무대가 여름 캠프장으로 본격적인 난도질 영화의 성격을 띱니다. 무자비하게 도끼를 휘두르는 살인마가 캠프장을 피로 물들이기 때문에, <13일의 금요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메인 스토리는 파트1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대살육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여성의 이야기로, 흥미로운 설정과 상황들을 많이 보여주고 있죠. 또한 난도질 사건에 은근슬쩍 끼어들면서 비중이 높아지는 오컬트도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해냅니다. 전체적으로 등장 캐릭터에 대한 설정들이 더해지고, 두건을 쓴 박력 넘치는 살인마가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지 비하인드 스토리도 밝혀지면서 재미를 더합니다.
파트2는 재미와 오락적인 면에서 3부작 중 가장 뛰어납니다. 십대들로 득실거리는 캠프장은 대량 살육을 위한 멋진 장소이고, 살인마는 도끼를 휘두르며 유혈낭자한 살인극을 마음껏 즐기죠. 과거 난도질 영화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캠프장과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사운드트랙, 십대들의 패션까지 난도질 장르의 전성기 시절을 재현하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빛을 발휘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답습만 하지 않고, <피어 스트리트>만의 개성을 이야기에 불어 넣습니다. 파트2에 새롭게 합류한 <기묘한 이야기>의 세이디 싱크는 훌륭한 연기로 생동감을 불어 넣죠.
파트3는 중세를 배경으로 오래전부터 이어온 미스터리한 대량 살인극의 이유와 그 비밀의 역사를 품은 최종장입니다. 파트1, 2의 주역들이 투입되어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 마녀사냥의 비극적인 사건을 풀어내면서 파트 1,2를 보며 쌓인 의문들을 모두 해결합니다. 그리고 피날레를 위해 다시 한 번 90년대로 되돌아가죠. 파트3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LGBTQ와 마녀사냥의 결합입니다. 3부작 모두 사회적 의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파트3에서 그 절정에 이루죠. 남성 중심의 사회, 그 속에서도 두드러지는 폭압적인 백인, 차별 받는 성소수자, 부와 빈곤의 계급사회를 무겁게 묘사합니다. 이런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다보니, 사실적인 중세 시대의 묘사는 실패합니다.
<피어 스트리트>는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호러 미스터리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 구성과 화끈한 난도질의 쾌감, 그리고 오컬트 장르를 영리하게 뒤섞어 놓았습니다. 파트별로 다른 시대의 감성과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점도 큰 매력입니다. 살인자에 대한 묘사도 훌륭하죠. 3부작에선 한 명의 비하인드 스토리만 밝혔는데, ‘루비 레인’ 캐릭터도 다루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이야기를 갖춘 난도질 영화라는 점이 <피어 스트리트>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이야기의 주제인 성소수자에 대한 묘사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도 무척 인상적으로 남습니다.
덧붙임...
1. 파트1의 오프닝에서 서점 선반에 진열된 책에서 <피어 스트리트>를 볼수 있습니다. 손님이 구입하는 책 역시 <피어 스트리트>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2. 영화에 삽입된 노래들은 훌륭하지만, 배경인 시대와 어울리지 않은 곡들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1994년이 배경인데, 1995년과 1996년에 발표된 곡이 나오는 식이죠.
3. 이야기의 배경인 '셰이디사이드'라는 이름은 가공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마을의 이름이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그 마을에서 실제 마녀 사냥은 없었다고 합니다.
4. 살인 장면에서 다른 호러 영화들의 오마주들을 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스크림> <샤이닝>이며 카메라 앵글과 사용되는 무기까지 그대로 재현을 하고 있죠. 파트1의 하이라이트인 마트에서 벌어지는 살인극은 <인트루더>에서의 마트라는 배경과 고기 써는 칼의 영향을 받은 것 같더군요. 물론 <13일의 금요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크맨
추천인 11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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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시리즈로 나온 작품이군요. 이번주도 감사합니다. 오옷, 이제 저희를 위해서 넷플에 있는걸 추천해 주셨다.. 캄사..
지난주 추천작 센강 아래 이제서 보고 있는데 수작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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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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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재밌겠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