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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호러 No.32]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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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 - When Evil Lurks (2023)
깨어날 수 없는 악몽


데미안 루그나 감독의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는 호러 영화 팬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춘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성, 잔혹하며 충격적인 비주얼,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점프 컷은 저급하지 않고 깔끔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결말이 만들어내는 공포까지 호러 그 자체이죠.


이야기는 페드로와 지미 형제가 숲에서 하반신이 절단된 시체를 발견하면서 시작됩니다. 짐승의 소행이라고 여긴 형제는 근처에 있는 마을 주민 마리아의 집으로 가게 됩니다. 그곳에서 큰 아들인 유리엘의 몸이 썩은 채 방치된 것을 보게 되고, 악마의 소행으로 여깁니다. 형제는 마을 지주인 루이즈와 함께 유리엘을 멀리 내다 버리려고 트럭에 실어 먼 곳으로 이동했지만, 유리엘은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그 후 루이즈와 페드로, 지미에게 끔찍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의 시작은 오컬트 장르의 분위기와 설정으로 흘러갑니다. 악령에 빙의된 사람들이 등장하고, 퇴마를 위한 도구, 악령을 피하기 위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몇몇 규칙들도 다루고 있죠. 하지만 자신만의 차별화를 위한 선택을 합니다. 영화는 독특하게도 악령을 쫓는 종교인의 도움이나 그들이 행하는 엑소시즘을 다루지 않습니다. 오컬트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 영화는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풀어 나가며, 그 점이 매력적으로 기능하고 있죠. 어쩌면 데미안 루그나 감독이 종교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일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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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오컬트 영화와 비교했을 때,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의 폭력 묘사는 수위가 굉장히 높습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 갑작스럽게 터지며 놀라움을 주고 있고, 아동의 죽음마저 가차 없이 다루고 있어 더 충격적입니다. 이러한 폭력 묘사는 단순히 볼거리를 위함이 아니라, 스토리 진행에 있어서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입니다. 악령이 원하는 것은 자신을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것인데, 몇몇 장면들은 충격과 공포를 만들고,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죠. 이야기에 잘 녹아드는 폭력의 균형과 연출은 매우 효과적이면서 기능적입니다.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의 매력은 제한된 공간의 활용입니다. 넓게는 사회를 움직이고 지탱하는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와 그것들이 갖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죠. 이야기의 무대는 시골 마을이고, 그들은 도시인들이 누리는 여러 혜택들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의료적인 문제나 정신적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종교 같은 것들이죠. 실질적으로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음에도, 나태하고 무관심한 공무원들 때문에 더 큰 비극이 초래되고, 악령은 전염병처럼 점차 펴져 나갑니다. 결국 사회적 약자들은 개개인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되는 절망적인 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 데미안 루그나 감독이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농장에서 살충제를 뿌리는 뉴스를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하는데, 그때 느낀 생각들이 이야기에 잘 스며든 것 같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둡고 꿀꿀한 톤을 고집합니다. 비극적이며 충격적인 사건들을 줄곧 보면서 엔딩을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지 궁금했는데, 영화의 결말이 소름끼치게 마음에 듭니다. 꽁꽁 숨겨두고 있던 비밀을 드러내면서, 살아남은 자의 실낱같은 희망마저 짓밟고 지옥으로 끌고 들어가죠. 악령에게 벗어나려고 발버둥치지 않고 일치감치 죽어 버렸으면 고통에 덜 시달렸을 겁니다.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는 뛰어난 연출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 무자비한 폭력 묘사,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게다가 재미까지 갖추었으니, 2023년도의 베스트 호러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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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평 되게 좋던데... 잔인하다니 보기 겁나네요.^^

10:58
24.05.31.
profile image
호러블맨
제가 23년에 봤던 호러 영화중 단연 원탑이었던 영화입니다~
굉장히 잘만들었는데 굉장히 잔인하고 역겹습니다~
12:43
24.05.31.
profile image

작년에 봤던 호러 영화중 최고의 작품~~
굉장히 잔인하기도 하고 불쾌하고 역겨운 장면도 많은 영화라
고어난이도가 높아서 거의 쏘우급이기때문에 감안하고 봐야ㅎㅎ

한글 제목이 "악이 도사리고 있을때"던데 왠지 어울리는거 같기도 하고..

12:41
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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