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 baby, kiii (1966) 이탈리아 마을을 휩쓴 미소녀 유령. 스포일러 있음.
금발 미소녀 유령이 등장하는 호러영화다. 미소녀유령이 나타나 이탈리아 어느 시골마을을 황폐화시킨다.
다섯명이나 연속으로 죽어 나간다. 의사가 파견되어 이 사실을 조사하게 된다.
그는 유령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나오는 증거들이 현실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다.
마을의 무당은 의사에게 경고한다.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말라고. 책임감 있는 의사는 멈추지 않고
사건의 핵심을 추구해 나간다. 미소녀유령은 의사 앞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의사는 미친듯한 색채의 폭포와
격렬하게 왜곡된 공간이라는 공포를 겪게 된다. 광기에 가까이 다가간다.
당시 이탈리아 영화 대가들 - 가령 루키노 비스콘티감독의 격찬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호러영화의 문법을 따른다기보다 자기 영화미학을 실험한다는 경향이 강하다.
가령 의사가 미소녀의 유령을 쫓아가다가 현란한 색채의 요동을 보고 뒷걸음치다가 벽에 기댄다. 그런데, 벽이 서서히 마을의 폐허스런 모습으로 바뀐다. 단순히 오버래핑이 된다기보다 미묘한 뉘앙스를 가지고 서서히 변하는데, 이것이
인상적이다. 그의 괴로운 얼굴이 클로즈업으로 보이더니, 빠르게 180도 회전을 한다. 그 다음 장면에서 그는
그 얼굴 포즈로 침대에서 깨어난다. 무당의 집이다. 무당은 그가 안간힘을 써서 그 저택에서 빠져나와
쓰러져 있었다고 말한다.
의사가 대저택 복도에서 도망가는 미소녀 유령을 쫓아간다. 그런데 잡을락 말락했을 때 놓친다.
그런데 아무 설명 없이 갑자기 필름을 다시 돌리듯이 의사가 유령을 쫓아가는 장면이 반복된다.
이번에는 잡았다. 그런데, 유령이 등을 돌리는데, 미소녀유령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이런 식으로 줄거리와는 상관없이 약 빤 사이키델릭한 장면들이 나온다. 호러영화를 만들려는 것인지,
자기 영상실험을 하는 것이 주목적인지 아리송해 질 때가 있다.
그리고, 마리오 바바가 이 영화에서 만들어 낸 호러영화 기본 장치들도 다수 있다.
금발의 미소녀 유령이 천진난만하게 노는데, 사람들이 끔찍하게 죽어나가는 것도 이 영화가 처음이다.
샤이닝에서도 이런 소녀유령이 나오고, 사일런트힐에서도 이런 소녀유령(?)이 나온다.
어떤 장면은 오멘에서 나온 장면과 아주 유사하다. 자살하려고 꼬챙이 위로 뛰어내려 꼬챙이에 푹 관통하여 죽는 장면은 거의 카피수준이다.
아무도 없는 계단에서, 생전 아이가 놀던 공 하나가 통 통 튀면서 내려오는 장면으로
공포를 자아내는 것도 이 영화에서 나온 것이다.
히치콕감독의 현기증에서 나오는 나선계단장면이 공포의 소재로 아주 중요하게 사용된다.
마을사람들은 미소녀유령이 나와서 죽인다기보다, 자기들이 과거 저지른 원죄 때문에 스스로 알아서
파멸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 마을에 공포를 드리우는 것은, 자기들 원죄에 대한 괴로움과 공포다.
의사가 찾아내는 것은 이거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이 한사코
의사가 연쇄살인의 진실을 추구하려는 것을 방해했던 것이다.
자기 영상실험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때도 있지만,
결국 이 영화는 잘 만든 호러영화다. 결과적으로 보면,
잘 만든 호러영화의 문법을 따라가면서 그 안에서 격렬한 진폭을 만들어낸다.
마리오 바바의 영화는 견고하지는 않다. 너무 불안정하고 괴롭고 현란하다. 하나의 그릇 안에 안정적으로 담길 수 없다. 그래서, b급영화로 치부되는 때가 있었다. 하지만 견고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19세기 계급사회 - 그 안에서 벌어지는 그로테스크하고 불안정하고 금기를 깨는
불안정성이라는 주제는 여전히 의미가 있다.
밀라노 패션을 연상시키는 패셔너블한 이미지과 색채 그리고
너무 현란한 색채로 인한 현기증과 불안정함같은
그의 전매특허가 나온다.
또한, 19세기적 고딕소설을 연상시키는 대저택과 거기 얽힌 비밀, 계급의식같은 것도 나온다. 이 호러영화는
계급의식을 그려내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추천인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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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으스스하네요. 언젠가 한글 자막으로 제대로 보고 싶은데... 쉽진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