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1958) 매혹적인 뮤지칼. 스포일러 있음.
헐리우드에서 바라본 19세기 파리 사교계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미국인의 상상에서 그린 파리다. 고급창녀들이 넘쳐나고, 파리의 젊은 아가씨들은 고급창녀가 되어
부잣집 남자들의 첩이 되어 보석들을 왕창 뜯어내는 것이 꿈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엄청 화를 낼 내용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얄팍하고 어리숙하기에는,
헐리우드 장인들이 너무 뛰어난 사람들이다. 프랑스에서 만든 19세기 파리 사교계 영화들보다 더 파리적으로 느껴진다. 주연배우들도 모두 프랑스 배우들이니. 관객들이야 진짜 프랑스를 그렸든 어쨌든,
프랑스 파리적인 퇴폐와 쾌락의 이미지를 소비하면 그만이다. 감독 빈센트 미넬리는 아주 거장적으로
유려하게 파리의 젊은 아가씨와 상류층 젊은 남자 간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다.
헐리우드가 낳은 최고걸작뮤지컬들 중 하나다.
거물 중의 거물 프랑스 배우 모리스 슈발리에가 노인으로 나온다. 그의 대배우 이미지가 이 영화의
프랑스적인 분위기 창출에 미치는 공이 아주 크다.
그리고, 뮤지컬계의 최고스타 레슬리 캐런이 주연으로 나온다.
당시 프랑스 사교계하면, 퇴폐적이고 탐미주의적이고 쾌락 탐닉에 무척 세련되고
비윤리적이고 불륜이 난무하고 - 실제 당시 프랑스 사교계가 그랬을 지는 모르는데 어쨌든
이 영화는 사람들의 이런 이미지를 무척 화려하게 구현한다. 모두들 한 벌에 수억원은 됨직한 무척 화려한 실크드레스를 입고 커다란 모자를 쓰고 최고급 음식을 탐닉한다. 상류층 젊은이 루이 조르당은 쾌락을 즐기고 즐기다가
이제는 싫증이 난다. 만나는 여자들마다 무슨 고급창녀를 위한 매뉴얼이라도 있는지, 똑같이 행동한다.
이제 질렸다. 그의 가장 큰 즐거움은, 오래 전부터 알던 어느 중산층 노파의 집에 들러
청순한 소녀 지지를 만나는 것이다. 지지는 소녀도 되지 못한 어린아이라서,
조르당을 카드게임에서 속여 놀려먹는가 하면, 장난도 치고, 어리광도 피운다.
그렇게 즐겁고 생각 없이 지내다가 어느날 깨닫는다. 지지가 소녀에서 처녀가 되어있는 것이다.
그는 자기가 지지를 사랑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방금까지 서로 낄낄대고 놀며 장난도 치고 했던 것 같은데,
새삼스럽게 사랑이라니...... 하지만 생각하고 생각해 보아도, 사랑을 느낌이 분명하다.
레슬리 캐런의 순진한 소녀연기 그리고 소녀에서 서서히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연기한 것은
매우 아름답다. 사실 레슬리 캐런의 뮤지컬이다.
이 뮤지컬은 정말 아름답다. 지지와 조르당의 심리를 아주 섬세하게 그린다. 이 뮤지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바로
이 두 사람의 심리 묘사다. 조르당이 밤의 파리거리를 거닐며 생각에 잠겨있다가, 지지에 대한 사랑을 발견하는
장면은 매우 유명하다. 섬세하게 쓰여진 에세이를 몸으로 읽는 것 같다고 할까? 춤도 노래도 아닌,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뮤지컬이다.
지지가 조르당과 연애를 하니까, 주변사람들이 난리다. 주변사람들은 조르당을 기쁘게 할 에티켓을 알려준다.
이것이 뭐다? 바로 고급창녀 매뉴얼이다. 순진한 지지는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한다.
조르당은 엄청 화가 난다. "파리는 순진한 소녀들도 고급창녀들로 바꿔버리는 곳이냐?" 그는 소리친다.
그리고 지지를 억지로 끌어다가 지지의 집에 내팽개친다.
화가 난 조르당이 파리의 밤거리를 헤메며 생각을 곰곰이 하다가 결국 자기는 지지를 사랑함을 깨닫는다.
그는 지지의 집을 찾아가 이별을 통보하는 대신 청혼을 한다. 따지고 보면, 지지는 타락한 것이 아니라
순진한 것이다. 화가 난 조르당이 지지를 내팽개치고 밤거리로 뛰쳐나갔다가
곰곰이 생각하는 장면이나 마침내 그가 지지의 집을 찾아가 청혼하는 장면은
모두 명장면이다.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무척 로맨틱하다. 미국에서 상상해서 만든 파리의 사교계 뮤지컬이지만, 프랑스에서 만든 뮤지컬보다도 더
파리적인 세련되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소녀에서 처녀가 되고 또 사랑을 발견하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는 과정이 무척 로맨틱하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이런 로맨틱한 과정을 한번씩 겪는다. 그리고 용서와 이해가 우리 삶에 가져오는 따스함과 행복을 배운다. 이 뮤지컬은 이런 과정을 무척 아름답게 표현한다. 아름답다 - 이 말 외에 이 뮤지컬을 정의할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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