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1
  • 쓰기
  • 검색

우묵배미의 사랑 (1990) 박중훈, 최명길, 유해리 주연의 걸작 멜로드라마.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2219 4 11

70q6RmtgbhvGWsEH7qsDxhztyaj.jpg

 

우묵배미의 사랑은 지금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시대가 바뀐 탓이다. 도시화 도시화의 와중에 시골로 밀려난 소외계층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것이니까, 

그들에게 감정이입하고 그 시대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야 영화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우묵배미가 그런 곳이다. 사회의 음지에서 상처 받은 사람들이 모여 아둥바둥거리거나 혹은

서로 위안을 주며 살아가는 곳. 1980년대 사회는 번영으로 가고 있는데, 그들은 왜 음지에서 찌꺼기처럼 

살아가는가? 두 남녀의 불륜이야기를 그린 영화이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불륜을 소재로 하지 않았다. 

그들이 불륜을 저지르며 사랑을 확인하는 공간은 사회의 음지다. 불륜을 저지르며 여자는 행복한가? 아니다.

여자는 상처 입고 살았기에, 더 이상 상처를 입고 싶지 않아서 사랑을 한다.

다운로드 (1).jpg

최명길은 사회의 음지인 우묵배미에서도 불쌍한 사람이다. 남편 이대근은 사회에 나가서는 무시당하고 기죽어 산다. 

하지만 집에 와서는 아내를 매질하고 학대한다. 얻어맞고 눈이 밤탱이가 되어서 작은 방직공장에 나와서 하루 종일 막노동을 하고 집으로 또 얻어맞으러 간다. 출구가 없는 절망스런 삶을 살고 있다. 

바람둥이 박중훈은 최명길의 사정을 잘 모르고 그냥 이쁘장하니까 눈독 들인다. 그리고 유혹한다. 

절망스런 삶을 살던 최명길은 박중훈에게 빠져들어 혼신을 다해 기댄다. 

바람둥이 박중훈은 최명길과 어떻게 잘 해보자는 생각이 없다. 

 

절망적인 삶을 팔자이자 운명이겠거니 하고 순응하고 살던 착하기만 한 여자가, 

안식을 줄 수 있는 사랑을 만나자 한없이 기대었는데, 그 남자가 갖고 놀만큼 논 다음 차 버린다는 내용이다. 

최명길은 절망하여 남자와 이별한 다음 우묵배미로부터 사라졌는데, 그 여자의 성격상

사회의 음지에서 더 음지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최명길 캐릭터는 아마 우리나라 영화사상 가장 절망적이고 불쌍한 캐릭터일 것이다.

이것은 박중훈에게는 쾌락 정도에 불과했지만, 최명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생명을 주는

그런 사랑이었다. 최명길이 일생일대의 연기를 이 영화에서 해서,

불쌍하고 간절하고 절망적이고 결국에는 큰 상처를 입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여자의 연기를

엄청 잘 해냈다. 이 영화를 한번 본다면, 이 영화 속 최명길 캐릭터를 잊을 수 없다.

img.jpg

중산층 혹은 상류층 여자가 고독해서 저지르는 불륜이 아니다. 사회의 가장 절망적인 장소에서 

상처 받으며 사는 여자가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자기 영혼의 모든 것을 건, 세상에서 유일하게 안식과 위안을

주는 그런 사랑이다. 상처 입은 발버둥이다. 하지만 결국 배반당한다. 

애초에 박중훈의 입장에서 그가 어떤 사람이고 왜 최명길에게 접근하는지 다 보여주기 때문에,

그저 한없이 기대고 박중훈을 믿는 이 착한 여자가 참 비극적으로 보인다.

다운로드.png.jpg

최명길 외에도 박중훈에게 상처 입으며 사는 또 한 여자가 나온다. 

바로 전직 창녀였다가 박중훈과 결혼한 아내다. 바람 피우는 박중훈 때문에 늘 가슴 앓으며 산다. 

하지만 최명길과 달리, 그녀는 강인하고 생활력 있다.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사회적으로 상승할 인물이다. 

그녀와 대비되어, 최명길은 더 불쌍하게 보인다.  

 

굉장히 잘 만든 멜로드라마다. 마구마구 심금을 울린다.

하지만 이 영화가 말했던 당대의 이야기를, 지금 와서, 만들어진 당시처럼 캐치하는 것이 가능할까?

시간이라는 잣대를 이겨내야 비로속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겠지만 말이다.

 

* 박중훈이 진짜 나쁜 놈인 것이, 나중에 최명길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그 여자 몸이 뜨거워서, 안으면 온몸이 녹아 없어지는 기분이었지"이다. 끝까지 자기 쾌락의 대상으로 최명길을 기억한다. 그녀의 사정과 그녀가 자기 때문에 어떻게 되었는지 다 알면서 말이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

  • golgo
    golgo
  • 카란
    카란
  • 다크맨
    다크맨
  • 해리엔젤
    해리엔젤

댓글 11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정말 애정하는 영화입니다
1년에 한번은 꼭 다시 보고 있습니다

볼때마다 더 좋아지는 영화인데..
지금의 젊은 관객이 처음 이 영화를 본다면 다른 느낌일 것 같군요

영화도 너무 너무 좋아하지만...
드라마로 만든 <바보같은 사랑>도 최애 드라마중 하나입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18:24
24.05.14.
BillEvans 작성자
다크맨
영화가 참 잘 만들어졌죠. 최명길 캐릭터가 너무 불쌍해서 잘 안보게 되더군요.
18:38
24.05.14.
BillEvans 작성자
카란
명작이죠. 우리나라 영화들 중 멜로명작은 참 드뭅니다. 멜로명작 좋아하시면, 이만희감독의 "휴일"이나 "귀로"를 찾아보세요. 멜로명작이란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 되실 것 같습니다. 신상옥감독의 동심초도 좋은 영화입니다. 나중에 최은희와 김진규가 이별하는 장면은 우리나라 멜로영화들 중 가장 심금을 울리는 장면 같습니다.
18:42
24.05.14.
3등
본지 오래되어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전 최명길이 박중훈과 헤어진 후 잘 살거 같았어요.
최명길은 가난하고 남편에게 항상 맞고 살아 자신감없고 자신의 의지없이 살았던 여자인데
사랑을 하고 받게 되면서, 그 남자가 본처에게 귀가 잡혀 끌려가는 못난이였어도, 자신 을 찾게 되는 것으로 보였거돈요.
허망하게 끝났지만 둘이 도망도 가보고 알콩달콩 살아도 본 시간이 성장시켜준걸로요.
아마 자신감 없는 예전 모습으로 돌아갔다면 반성하는 모양새를 하는 남편에게 다시 가지 않았을까요.

하여간! 비디오테이프 살 정도로 좋아했었네요.
'그들도 우리처럼'도 참 좋아했는데요.
20:36
24.05.14.
BillEvans 작성자
어디로가야하나
저는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최명길은 박중훈에게 의지했던 사람이고, 헤어질 때도 "너 없이도 잘 살 거야"하고 말하지 않죠. "자기는 이만큼 사랑했는데, 왜 너는 이정도밖에 날 사랑하지 않았느냐"하고 원망하는 소리를 하죠. 끝까지 박중훈에게 의지했다고 생각합니다. 박중훈이 잡아주길 기대하고 왔는데, 박중훈이 입으로만 떠들고 잡아주지는 않은 때문이 아닐까요?
22:44
24.05.14.
profile image
박중훈 최명길의 브랜드네임을 믿고 봤다가 배우 유혜리를 알게 된 보석같은 영화네요..
그녀의 억척스런 연기에 정말이지 감동(?)을 받고 본 기억이 납니다.
21:08
24.05.14.
BillEvans 작성자
전투종족
유혜리는 원래 애마부인 시리즈에서 섹시스타로 뜬 여배우입니다. 이 영화에서 연기함으로써 섹시스타 딱지를 떼고 연기파가 되죠. 유혜리로서도 의미있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22:45
24.05.14.
BillEvans 작성자
톰행크스
아, 그때 박중훈도 보셨군요. 저도 극장에 가서 보았는데요. 당시 최명길의 베드씬만 화제를 끌었던 것 같은 기억이......
22:47
24.05.14.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로데오][아마데우스][브릭레이어][분리수거] 시사회 신청하... 2 익무노예 익무노예 22시간 전10:38 1827
공지 [케이 넘버]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2 익무노예 익무노예 22시간 전10:27 1274
HOT [분리수거] 컨셉 GV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2 익무노예 익무노예 9시간 전23:27 1113
HOT 썬더볼츠 후기 1 문화러버러버 35분 전08:35 252
HOT 안드리아 이어볼리노,도널드 트럼프 전기 영화 제작 Tulee Tulee 1시간 전07:49 241
HOT 헤일리 앳웰 mission in Seoul accomplished e260 e260 1시간 전07:30 394
HOT 고질라 70주년 예고 1 zdmoon 7시간 전01:11 671
HOT 고질라x콩 슈퍼노바 프로덕션 예고 zdmoon 8시간 전01:08 649
HOT ‘28년 후’ 뉴 스틸 NeoSun NeoSun 8시간 전01:03 662
HOT 루이스 폴먼은 센트리가 아니었다. 3 기다리는자 9시간 전00:10 1113
HOT 2025년 5월 9일 국내 박스오피스 1 golgo golgo 9시간 전00:01 1746
HOT 'Final Destination : Bloodlines'에 대한 단상 6 네버랜드 네버랜드 9시간 전00:01 1460
HOT <씨너스: 죄인들> 2차 예고편 공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0시간 전23:06 1310
HOT 무대인사전 받아먹기 놀이하는 미임파 멤버들 3 NeoSun NeoSun 10시간 전22:23 1935
HOT <블레이드> 각본가 데이비드 S. 고이어, 마블 리부트 ... 3 카란 카란 12시간 전21:02 2236
HOT <부탁 하나만 더 들어줘> 후기 2 뚠뚠는개미 12시간 전20:32 1784
HOT 쿠플 검은수녀들 무료 스트리밍 오픈 2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3시간 전20:00 1583
HOT 배리 키오건, 링고 스타 만나 “너무 떨려서 눈도 못 마주쳤... 2 카란 카란 13시간 전19:59 1559
HOT 노스포) 미션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보고 온 초간단 후기입... 28 갓두조 갓두조 13시간 전19:43 4718
HOT <페니키안 스킴> 메인 예고편 공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3시간 전19:26 1368
HOT 〈제리 맥과이어〉 아역 배우 조나단 립니키 "커리어적... 2 카란 카란 13시간 전19:20 1819
HOT 한스 지머옹, 자신 필모그래피 밸런스 게임, 최종 선택은? 3 NeoSun NeoSun 15시간 전18:05 1545
1175284
image
NeoSun NeoSun 4분 전09:06 40
1175283
image
NeoSun NeoSun 9분 전09:01 76
1175282
normal
문화러버러버 35분 전08:35 252
1175281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7:50 113
1175280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7:50 116
1175279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7:49 241
1175278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1시간 전07:40 236
1175277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7:35 156
1175276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7:35 242
1175275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7:34 105
1175274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07:33 179
1175273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30 394
1175272
image
판자 1시간 전07:30 219
1175271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29 136
1175270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29 190
1175269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29 164
1175268
image
판자 1시간 전07:29 134
1175267
image
e260 e260 1시간 전07:27 162
1175266
image
zdmoon 7시간 전01:27 668
1175265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1:21 415
1175264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1:15 606
1175263
image
zdmoon 7시간 전01:11 671
1175262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1:11 593
1175261
image
zdmoon 8시간 전01:08 649
1175260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01:03 662
1175259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00:47 370
1175258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00:41 510
1175257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00:28 378
1175256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00:25 318
1175255
image
기억의조각 8시간 전00:21 451
1175254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00:18 402
1175253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00:17 381
1175252
normal
기다리는자 9시간 전00:10 1113
1175251
image
hera7067 hera7067 9시간 전00:04 500
1175250
image
golgo golgo 9시간 전00:01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