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 애스터×아이나 디 엔드(<키리에의 노래> 주연배우) 대담
── 아이나 씨는 아리 애스터 감독님 작품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보 이즈 어프레이드>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아이나 지 엔드: 저는 아리 애스터 감독님을 <미드소마>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사운드 연출을 포함해 내장까지 전해지는 오싹한 공포가 가장 충격적이었어요. 이게 너무 좋아서 단번에 팬이 되었죠.
아리 애스터: 감사합니다.
아이나: 그리고 <보 이즈 어프레이드>를 두 번 봤는데,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충격이 전혀 달랐어요. 사랑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고, 좋은 의미의 트라우마를 준 영화로 앞으로도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애스터: 두 번이나! 정말 기쁘네요.
아이나: 감독님을 실제로 뵙다니 정말 꿈만 같아요.
애스터: (웃음)
── 아이나 씨가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는 부분에 대해 듣고 싶네요.
아이나: 저는 지금까지 부모와 자식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부모와 자식은 어머니가 아들에게 대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부모가 자식에게 보답을 요구하는, 이런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도 좀처럼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여기에 착안해 영화를 만든 감독님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방식으로 지내왔는지 굉장히 궁금해요.
애스터: 이 영화에서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어머니의 사랑이 때로는 아이를 질식시키는 조건부 사랑’을 그리고 있는데, 한 가지 더 말씀드려야 할 것은 이것은 어디까지나 보의 주관에 얽매인 영화라는 점이예요. 보가 스스로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일 수도 있고, ‘사람은, 세상은 이렇다’는 그의 생각이 투영되어 있는, 즉 보의 편견이 걸려 있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보가 엄마 탓이라고 생각하고, 엄마가 보 탓이라고 생각하고, 그 부정적인 나선형을 그린 코미디라고 저 자신은 생각하고 있어요.
아이나: 코미디라고요! 그건 의외네요.
아이나: 한 가지 더 여쭤보고 싶었던 것이 있는데, 사운드에 관한 것이에요. <미드소마> 때도 그랬지만, 예를 들어 스피커를 바꿔서 보면 전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의 사운드에 대한 고집에 대해 알고 싶어요.
애스터: 말씀하신 대로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믹싱도 만족할 때까지 하고 싶어서 그 작업에만 두 달을 투자했어요. 영화로서는 꽤 긴 편에 속하기 때문에, 이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집에서 보실 수 있도록 스테레오 버전도 만들었지만, 저는 역시 극장에서 보실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앞으로 보실 분들은 꼭 5.1채널 서라운드로 몰입감 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나: 뒤에서도 소리가 들리는 느낌이 있고, 중저음이 내장을 파고드는 것 같았어요.
── 아까 아이나 씨는 이 작품에 대한 소감을 ‘트라우마’라고 표현하셨죠?
아이나: 극 중 보가 무대를 보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부터 귀여운 그림책 같은 세계가 시작되고 실제로 벌어지는 내용은 친근하고 생생한 이야기였어요. 귀여운 그림과 사람 냄새가 섞여 있는 부분이 영화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고, 마치 눈앞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처럼 느껴졌는데, 어딘지 모르게 내 일처럼 느껴져서 그런 부분이 트라우마적으로 다가왔어요.
애스터: 말씀하신 대로 겉모습은 동화적이고 만들어진 느낌이 들지만, 사실 보의 마음 속 깊은 곳까지 그려낸 거죠. 그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세계와 삶을 그리기 위해, 굳이 페이크적인 방식을 취하고 싶어서 조금은 만화적으로 그려보려고 했어요. 근거나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만화처럼 충만한 삶을 그려내고 있어서 엄청나게 슬펐어요.
아이나: 정말 슬펐어요. 하지만 그 후에 보를 쫓아온 지브스가 죽는 장면은 재미있었어요(웃음). 저런 죽음은 처음 봐요! 그 아이디어도 감독님이 생각하신 건가요?
애스터: 물론이죠! 하지만 그 사람은 그런 일을 당해도 죽지 않아요(웃음).
── 아이나 씨는 <키리에의 노래>에서 연기를 경험하셨는데, 보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를 어떻게 보셨나요?
아이나: 이런 식으로 허리를 살짝 숙이고 손을 옆으로 붙이고 별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움직일 때나 말할 때도 ‘두려움’이 느껴졌어요. 눈썹 하나만 움직여도 소심한 소년성이 묻어나는데, 정말 정신까지 ‘보’였구나 싶었어요. 대단했어요.
애스터: 정말 잘 봐주셨네요. 감사합니다. 호아킨은 훌륭한 배우이고, 배역에 온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사람이에요. 이번에도 역시 대단했어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캐릭터를 연기해서 연기도 소극적일 줄 알았는데, 상당히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펼쳤어요. 본인은 상당히 고생을 많이 했어요.
── 감독님은 호아킨 씨와 어떤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를 구체화해 나갔나요?
애스터: 시나리오에 어떤 인물인지 쓰여 있기 때문에 거기서 캐치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우선은 ‘매우 내성적이고 늘 불안해하는 아이 같은 남자’라는 부분을 바탕으로 생각해 주었어요. 그다음에 두 사람이 의논해서 실제로 어떤 식으로 몸을 움직일지, 혹은 어떤 모습일지, 어떤 옷을 입을지, 헤어스타일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세세하게 의논해서 만들어 나갔어요. 호아킨은 워낙 금욕적이고 절대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건 어때요?”, “그럼 이건 어떨까요? 아니면 이건 어때요?”라는 질문 공세에 시달렸어요.
아이나: 모처럼의 기회이니 마지막으로 질문 드리고 싶은데, <미드소마>와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공통적으로 정면으로 부딪히는 종류의 성이 아니라, 성을 그리는 방식이 굉장히 비뚤어지게 느껴졌어요. 감독님은 사랑이나 성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는지 궁금해요.
애스터: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저는 예전부터 뒤틀린 묘사에 매력을 느꼈어요. 조르주 바타유의 소설 <눈 이야기> 등을 즐겨 읽었고, 섹스는 우리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이자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결정짓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수치심도 있고, 그런 양면적인 재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할리우드의 많은 영화들이 섹스를 너무 직설적으로, 우리 안에 있는 다양한 왜곡을 배제하고 묘사하는 것 같아요. 그런 섹스 장면을 보면서 ‘정말 탐구할 가치가 있는 주제인데 왜 다른 영화감독들은 좀 더 깊이 파고들지 않는 걸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걸까?’라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물론 훌륭한 섹스 장면을 담은 영화도 많이 있지만요.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묘사가 있으면 거부감을 느껴서 못 보시는 분들도 있고, 반응도 다양하죠. 그래서 저는 이 주제를 탐구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아이나: 아까 호아킨 씨를 금욕주의자라고 말씀하셨는데, 감독님 자신도 굉장히 금욕주의자이시네요. 존경스러워요.
애스터: 저도 통찰력 있는 질문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나서 반가웠어요.
아이나: 저도요.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출처: 일본 Nata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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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비하면 정말 답변도 충실하고 유해졌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