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넥스트 골 윈즈(Next Goal Wins, 2023) : 유쾌하고 멋드러진 아메리칸 사모아 축구문화 가이드
모든 영화 이미지 출처: 영화 <넥스트 골 윈즈>
이번 영화 <넥스트 골 윈즈>는 필연적으로 리뷰에 나의 사심이 뒷받침될 수 밖에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 중 하나인 타이카 와이티티의 영화기 때문이다.
다른 많은 관객들처럼 나도 <토르: 라그나로크(2017)>로 타이카 와이티티를 처음 접하게 됐는데, 조금씩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영화에 관심을 가져가고 있던 나로서는 이전의 <토르> 시리즈를 접하지 않았음에도 이 영화가 정말 기발하게 재밌어서 감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2019년에(우리나라엔 2020년 개봉) 마침내 내놓은 <조조 래빗>은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침울할 수밖에 없는 배경의 역사를 유쾌하게 비틀어 사랑스러움과 감동적인 성장, 그리고 악동같은 유머로 완성한 이 영화는 지금도 내 마음 속 원픽이며, 코로나 이후 <괴물(2023)>이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같은 어마어마한 작품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나의 최애 영화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고, 뭐든지 하나에만 집착하면 안 되는 법. <조조 래빗> 이후 내놓은 <토르: 러브 앤 썬더(2022)>는 좋아하는 감독의 관심 있는 시리즈라는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봤음에도 내 눈에도 그저 그랬고, 일반 관객과 평론가들은 혹평 세례를 퍼부었다. 코미디는 재미도 없는 주제에 분량이 과했고, 정말 중요한 서사들은 분량을 빼앗겼으며, 정말 멋진 장면들(거대 신의 죽음이나 암흑 공간에서의 전투 등)이 앞에 깔려 기대를 듬뿍 받았던 클라이막스는 호불호가 갈릴 만한 연출로 꾸며졌다.
따라서 이번 작품 <넥스트 골 윈즈>는 필연적으로 타이카 감독의 커리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작품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과는? 그래도 절반...보다 살짝 이상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매력적으로 녹여낸... 아메리칸 사모아(>>>> 축구)라는 소재
<넥스트 골 윈즈>는 기본적으로 스포츠영화다. 약체 팀이 까칠한 새 감독을 만나 동상이몽으로 고생하다 마침내 힘을 모아 목표를 이룬다는, 매우 정석적인 틀을 가진 작품이다. 실제로 스포츠 영화로서 그 이상의 내용은 플롯에 없다. 따라서 이 영화의 성공을 위한 동력은 플롯 자체보다 이 플롯을 움직이는 다른 세팅으로부터 오게 될 텐데. 이번 세팅은 '아메리칸 사모아'라는 낯선 문화다.
다행이다!! 아메리칸 사모아의 멋진 풍광, 여유넘치는 호흡, 인정 많고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문화는 굉장히 매력넘치게 그려졌다. 초반부 가장 마이페이스에 까칠하게 그려졌던 '자이야'조차 아메리칸 사모아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땐 정체성과 무관하게 아름답게 융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처음 보는 배우임에도 익숙한 듯 아메리칸 사모아의 풍경과 멋드러지게 어우러지는 대사연기와 제스처를 뽐냈다.
이야기 자체가 실화 기반임을 감안하면, 이번 소재는 타이카 감독의 '안전한' 내지는 '탁월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약체 팀이 까칠한 새 감독과 좌충우돌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성취를 이룬다'는 플롯은 그 자체로 진부하단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아메리칸 사모아라는 낯선 배경을 선택함으로서 감독과 선수들이 한번에 융화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개연성을 제공하고, 그 과정에 단순한 '운동 스타일' 차이를 넘어선 '라이프 스타일'의 차이, 나아가 삶에 대한 가치관 차이를 투영할 수 있으며 이를 봉합하는 과정에서 영화는 단순히 경기 실적을 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도약을 시도하게 된다. '행복'이다.
즉, <넥스트 골 윈즈>에서 사모아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는,
(심지어 '승리'도 아닌,)
'딱 한 골'을 넣음으로서 얻는 것은,
피파 랭킹의 상승도 월드컵 예선 통과도 아닌 "자문화에 대한 긍정"과 "가치관의 승리"이고
"그들이 행복하다는 증거이자 실체"이다.
스포츠 영화로선 아주 약간 아쉬운
스포츠 영화로서는 살짝 아쉬운 부분이 있다. 감독의 축구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잘 느껴지긴 하는데, 하이라이트에서 긴장감을 고조하는 방식이나 골을 넣는 장면의 극적인 쾌감은 좀 떨어지는 편.
토마스 론겐(마이클 페스벤더)이 선수들에게 마지막으로 용기를 북돋는 장면 역시 크나큰 비밀을 털어놓는다는 빌드업은 좋았으나 대사와 연출의 임팩트는 2% 아쉽게 느껴졌고,
유머러스한 연출이랍시고 넣은 것 같은데, 기절했다가 깨어나서 하이라이트를 플래시백으로 전달받는 연출은 좀 아니었다 싶다. 몰입감을 확 꺾어버렸다.
타이카 감독은 이전 작품부터 영화의 특정 장르와 드라마를 병치시키며 하이라이트 구간마다 해당 장르보다는 드라마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조조 래빗>에서는 전쟁의 승패가 결정되는 부분따위 과감하게 생략하고 전쟁 이후의 이야기로 넘어갔고, <토르: 러브 앤 썬더> 역시 하이라이트는 싸움보다 무한의 존재 '이터니티' 앞에 선 '토르'와 '신 도살자 고르'의 인간적 선택이 가져갔다.
드라마 그 자체가 전쟁의 경과보다 중요했던 <조조 래빗>에서는 이것이 탁월한 선택이었으나 스포츠 영화에서 하이라이트는 드라마보다 긴장감을 선택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작품의 전반적 평가에 따라 이 부분은 감독의 개성으로도, 단점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겠으나 감독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으로 보여진다.
토마스 론겐 딸의 비밀 빌드업은 참 좋았는데... 터뜨림의 임팩트가 아무리 생각해도 아주 약간 아쉽다.
종합하자면, <넥스트 골 윈즈>는 감독 고유의 개성이 역시나 제대로 발휘된 '아메리칸 사모아 축구문화 투어'다. 영화에 어떤 점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감상이 갈릴 수 있겠다. 다만 아무래도 접할 기회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아메리칸 사모아 문화를 멋드러지고 매력넘치게 소개한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 있으며, 추천할 만한 작품이랄 수 있겠다.
블로그에 전문과 다른 영화 리뷰도 많답니다 :)
https://m.blog.naver.com/bobby_is_hobbying/223348235961
바비그린
추천인 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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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평이 많아서 걸렀었는데요. 직접 관람하고 평가해봐야겠습니다.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이런 언더독 스포츠물의 대표격인 <쿨 러닝>이 있고.. 또 한국에서 비슷한 <드림>이 있어서 이 영화는 딱히 볼 마음이 안 들었는데, 리뷰 보고 좀 흥미가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