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새로움과 원작에 대한 예우 - 이블 데드 라이즈
이블 데드 라이즈 (2023)
새로움과 원작에 대한 예우
할리우드의 많은 프렌차이즈 호러 영화들중 <이블 데드> 시리즈는 특이한 행보를 보이는 작품입니다. 샘 레이미 감독과 브루스 캠벨의 첫 번째 <이블 데드>(1981) 영화로 시작되는 전설이 40년이 넘게 지속이 되었지만, 그 동안 만들어진 영화는 고작 5편에 불과합니다. TV 시리즈까지 포함하면 카운트가 하나 더 올라가겠군요. 첫 번째 영화의 등장부터 지금까지의 기나 긴 세월을 생각하면 적어도 10편 이상의 극장판이 나옴직한데, 샘 레이미와 부르스 캠벨은 <이블 데드> 시리즈가 남발되는 것을 원치 않는 모양입니다.
<이블 데드 라이즈>는 시리즈의 정통성을 이어가는 한 편, 새로운 변화도 모색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뭐니 뭐니 해도 <이블 데드>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숲속의 오두막 공간입니다. 피의 무대로 활용된 오두막은 ‘리 코로닌’ 감독에 의해 오프닝에만 일부 배경으로 나오고, 나머지는 지진으로 망가진 아파트가 새로운 피의 무대입니다. 악마의 책, 네크로노미콘을 어떤 식으로 도심의 아파트로 끌어와야 할지, 아파트라는 공간의 쓰임새까지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만 하죠. 시리즈 3편인 <아미 오브 다크니스>도 숲과 오두막을 벗어났지만, 그 영화는 브루스 캠벨이 존재했죠.
그리고 <이블 데드> 시리즈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호러와 코미디의 조화인데, 이번 영화의 분위기는 꽤 진지하고 무거우며 무섭게 만들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이것은 샘 레이미 감독의 첫 번째 영화의 성격을 이어가는데, 그로 인해 유머가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샘 레이미의 <이블 데드> 3부작의 팬이라면 입가에 미소를 지을만한 장면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됩니다. 사실 오프닝 장면부터 큰 유머가 쓰이고 있죠. 샘 레이미 감독의 1편부터 시그니처로 등장하는 고속으로 질주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여기서도 사용하는데, 숲을 통과하고 호수 위로 미끄러지듯 질주하는 것의 정체가 밝혀질 때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이블 데드>는 숲속 오두막에 놀러온 친구들끼리 벌어지는 살육의 파티를 다뤘습니다. 중세가 무대인 3편을 제외하면 리부트까지 거의 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이번 영화는 친구 관계에서 벗어나 가족으로 변화를 주지만, 벌어지는 사건들은 전작들과 비슷합니다.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악령 들린 가족과 주민들과의 싸움에서 이전 영화들의 오마주들이 곳곳에 녹아있어 오리지널 팬들에게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1편의 대표적인 장면 중 나무 가지들이 여성을 묶고 강간하는 장면이 굉장히 악명이 높은데, <이블 데드 라이즈>에서는 엘리베이터의 전선들이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물론 시대 흐름에 맞추어 논란이 될법한 성적인 장면은 완전히 제거되었습니다. 그 외 얼굴에 대량의 피를 쏟아내는 장면도 다시 볼 수 있고, 눈알이 튀어나와 날아가며 입속으로 골인하는 장면도 재현됩니다.
그리고 <이블 데드>가 배출한 호러 스타 애쉬는 등장하지 않지만, 애쉬를 연기한 브루스 캠벨이 주문을 외는 신부의 목소리 카메오로 팬서비스를 하고 있죠. 악마에 씐 친구들을 전기톱으로 도륙한 애쉬를 생각하면 굉장히 재미있는 설정의 카메오입니다. 그리고 전기톱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해서 화끈하게 쓰이고 있죠. 이외에도 노골적인 <샤이닝>의 오마주에서는 대량의 피를 사용해서 엘리베이터 장면을 멋지게 재현합니다. <샤이닝>은 가족을 위협하는 아버지의 활약이었다면, <이블 데드 라이즈>는 역전이 되어 어머니가 가족을 위협합니다. 이런 변화들은 꽤 흥미로운 볼거리입니다.
<이블 데드 라이즈>는 새롭게 구성한 고어 씬과 샘 레이미의 영화에 쓰인 고어 씬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이런 구성이 너무 나태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오리지널 팬들에게는 상당한 추억 소환의 장치로 잘 먹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심플한 구성에 빠른 속도감이 장점인데다, 여기에 점점 길어지는 영화 러닝타임의 트렌드와 달리 96분에 불과한 것도 좋습니다.
무엇보다 강력한 고어씬과 대량의 피를 퍼부으면서도 긴장과 공포, 재미까지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죠. 많은 호러 영화들이 고어 효과에 치중하느라 영화적인 재미를 놓치곤 하는데, <이블 데드 라이즈>는 이를 능숙하게 해결하고 있죠.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이블 데드>를 접하게 된다면 이와 같은 요소들이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리지널 팬들에게 <이블 데드>는 아무리 잘 만들고 재미있어도, 브루스 캠벨의 존재가 없으면 뭔가 아쉽다는 기분이 들기 마련인데, 처음 보는 관객이라면 그런 단점은 느낄 수 없을 겁니다. 그 만큼 브루스 캠벨의 존재는 <이블 데드> 시리즈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한 가지... 오프닝의 호수와 오두막에서 일어나는 제시카와 테레사, 케일럽의 죽음은 생뚱맞게 보일 수도 있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의문이 해소됩니다. 피바다 쇼가 끝나고 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전화 통화를 하는 여성이 등장하는데 그녀가 바로 제시카입니다. 시간순서로 보면 엔딩 이후 제시카가 친구와 숲으로 놀러간 상황인데 가장 앞부분에 배치를 한 셈이죠. 새롭게 만들든 후속작이 되든 <이블 데드>에는 반드시 숲속 오두막이 나와야만 하죠. 처음과 마지막 장면은 그런 고민의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이블 데드 라이즈>는 잔혹한 피바다 쇼에 거부감이 없다면 뇌를 비우고 즐기기에 좋은 호러 영화입니다. 단순한 이야기 구성과 <이블 데드> 프랜차이즈의 정통성을 잇는 화끈한 볼거리, 적당한 수준의 긴장과 공포를 만끽하는데 손색이 없습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원작에 대한 애정과 예우도 엿볼 수 있고요. <이블 데드>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가능하다면 다음 <이블 데드> 영화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브루스 캠벨이 등장하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다크맨
추천인 6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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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 빨리 보면 좋겠습니다 ㅎㅎ
애쉬 복귀작도 기대해봅니다!
근데 제 예상보다는 어ㅁ청나게 보기 어려울 저ㅇ도는 아니었네요. 이블데드 2013을 하ㄴ번 보ㅏ야겠네요. 포ㄴ업뎃후 타이핑이 이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