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할리우드 레전드의 데뷔작 - 옥타맨
옥타맨 - Octaman (1971)
할리우드 레전드의 데뷔작...
<옥타맨>은 1971년에 만들어진 초저예산 몬스터 호러영화입니다. <옥타맨>의 감독인 해리 에섹스는 유니버설 몬스터 영화인 <블랙 라군>의 공동각본가였는데, 이번엔 연출과 제작, 각본까지 겸하면서 의지를 활활 불태우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뜨거운 마음과 달리 결과물은 다른 방향으로 튀어버렸죠. <옥타맨>은 어느 분야에서건 최악의 결과를 보여주게 됩니다. 70년대 영화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비주얼이 형편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타맨>은 긴 세월을 끈질기게 살아남으면서 나름의 명성을 가지게 됩니다. 그건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훗날 오스카상을 7번이나 수상하게 되는 전설적인 특수분장사 릭 베이커가 공식 데뷔작으로 이름을 올린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릭 베이커는 <런던의 늑대인간> <그렘린> <마이티 조 영> <혹성탈출> <그린치> <맨 인 블랙> 시리즈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대가입니다. 호오! 그럼 특수분장이 볼만하겠는걸? 릭 베이커가 참여했으니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놀랍게도 <옥타맨>의 비주얼은 눈뜨고 못 봐줄 정도로 엉망진창을 넘어서 그냥 개판입니다.
두 번째는 영화를 너무 못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말하는 졸작 수준의 결과물이죠. 역설적이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은근히 <옥타맨>을 좋아하고 지지를 하는 팬층이 형성됩니다. 그들은 이 영화를 쓰레기나 졸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장점을 찾아낸 것일까요? 아니요. 그들도 <옥타맨>이 못 만들었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이거 졸작이라는데 그 수준이 어떤지 확인하고 싶은 욕망과 기대 이하의 결과물이 어느 정도인지 기대를 품고 보기 때문에 즐거웠던 거죠.
<옥타맨>은 연출과 각본, 몬스터 영화에서 중요한 시각효과,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까지 그야말로 '우리 멋지게 한번 바닥을 쳐보자고!' 이런 각오로 똘똘 뭉쳐서 만든 결과물처럼 보입니다. 이 해괴망측한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예측불허의 싸구려 재미가 <옥타맨>을 컬트영화로 만들게 됩니다. 이런 결과가 일어나게 될 거라는 건 해리 에섹스 감독이 생각지도 못한 현상일겁니다.
<옥타맨>의 스토리는 그럴싸하게 시작됩니다. 환경오염으로 만들어진 문어 괴물이 인간을 공격합니다. B급 영화에서 흔히 보게 되는 설정이죠. 몇몇 멍청한 인간들 때문에 방사능이 유출되고, 마을에 있는 호수가 오염됩니다. 자연 환경이 파괴되고, 그 결과로 반은 문어이자 반은 인간인 '옥타맨'이 탄생하여 자연을 오염시킨 인간들을 응징한다는 교훈적인 이야기입니다.
<옥타맨>은 환경 파괴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되는지를 경고하는 사회성 강한 메시지를 품은 것처럼 보이는 영화입니다. 이 진지하고 교훈적인 주제 의식이 관객에게 전달되기에는, 영화가 지닌 힘이 터무니없이 약합니다. 방사능 오염으로 죽음의 호수로 변한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납득이 될 만한 비주얼이 없으니, 그냥 그런가보다 헛웃음과 함께 넘어가게 됩니다.
더 문제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수준 이하이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이 좀처럼 와 닿지를 않는 거죠. 배우들은 최선을 다해 연기를 하고, 때론 공포의 감정을 표현하려고 무던히 애를 쓰지만, 그 모든 연기가 어색하기만 합니다.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요. 심지어 출연 배우 피어 안젤리가 마약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영화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됩니다.
이제 영화를 구원할 수 있는 건 하나입니다. 할리우드의 레전드인 릭 베이커의 존재이죠. 그가 코스튬을 제작한 문어 괴물의 존재가 <옥타맨>을 생명력이 긴 컬트영화로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릭 베이커가 대충 만든 문어 의상을 리드 모건이라는 배우가 입고서 가공할만한 연기를 펼치는데요. 어색한 걸음으로 걸어 다니면서 눈에 띠는 인간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죠.
문어 인간의 치명적인 무기는 여러 개의 팔입니다.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문어팔이 대충 휘두르면, 그걸 맞는 인간들은 적당히 소리를 지르며 눈치껏 오버를 하며 나자빠집니다. 탄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문어 팔은 스스로 움직일 수가 없으니, 배우가 어설프게 손으로 움켜쥐고 대 흔드는 거죠. 정말 눈물겨운 저예산 현장의 모습입니다... 어이없지만 <옥타맨>의 매력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오스카상 다수를 수상한 릭 베이커의 눈부신 명성과는 거리가 먼 <옥타맨>의 비주얼은, 분명 비웃음의 대상이지만 그의 실력과 명성이 높아지는 것과 비례해 이 영화는 더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 어떤 대가일지라도 아마추어 시절은 있는 거니까요. 물론 <옥타맨> 자체가 저예산 영화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죠. 릭 베이커는 10년 후 <런던의 늑대인간>을 통해서 오스카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두 영화의 특수분장을 비교해서 보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옥타맨>은 진지한 영화를 좋아하거나 어설픈 걸 참지 못하는 관객에게는 절대 추천할 수 없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B급 몬스터물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성격의 영화는 비슷한 취향을 가진 장르 팬들끼리 모여서 볼 때 가장 좋은 감상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영화를 보며 어설픈 요소들을 하나하나 따지면서 보지 않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냥 그 자체를 즐기는 경험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겁니다.
다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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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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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퍼서 웃음을 자아내는 그런 B급 영화인듯하군요. ㅋ
모여라 꿈동산의 탈 인형을 쓴 거 같은 조악한 모습이 더욱 처량한 ㅎㅎ
이것이 바로 B급 영화의 재미죠. 욕하면서 보는.
ㅋㅋ 예전에 진지하게 영화를 '공부'를 할때 항상 거론되던 역대 졸작과 컬트작들이 생각납니다.
'킬러 토마토의 공격' 등등 ㅋㅋ 그냥 킥킥대면서 보기 좋을듯한 작품이군요.
옛날에 호러영화 동아리 상영회에서 무자막으로 보다가 졸았던 기억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