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시사 후기 (스포 포함!)
먼저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을 시사회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익무에 처음 글을 작성하기도 하고, 막상 후기를 적으려니 스포를 쓸 수 밖에 없더군요... 아직 못 보신 분들은 나중에 읽어봐주세요...! (비록 영린이의 얕은 시선이지만...ㅎ)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걸작 한 편이 나온 것 같습니다. 번스타인의 입장에서 회상을 하며 생애를 그려낼 줄 알았지만, 번스타인과 펠리시아 이 둘 사이를 제 3자(관객)의 시선으로 영화가 전개됩니다.
초반에 흑백과 작아진 화면비는 고전영화를 연상시키고, 화면전환이나 동화같은 분위기는 마치 '라라랜드'처럼 둘의 꿈 같은 젊은 날의 시간을 잘 보여줍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컬러로 바뀌게 되는데, 이때부터 흑백이라 구분이 가지 않았던 둘의 옷은 '초록색 옷(평화)을 입은 펠리시아'와 '붉은 옷(욕망)을 입은 번스타인'으로 확연하게 대비되며 둘 사이의 갈등을 보여주게 되죠.
둘의 계속되는 갈등으로 공연 중 번스타인의 옆을 항상 지키던 펠리시아의 자리는 어느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 영화의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번스타인의 지휘 장면. 저는 열정적인 그의 지휘와 더불어 그의 표정에 시선이 가더군요. 영화 내내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은 적이 있었나 싶었습니다.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고 이상적인 미래를 그려가보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듯, 결국 안타까운 결말을 맞게 되네요. 그 과정 속 베개로 입을 막으며 현실과 욕망 사이 괴로워하는 번스타인의 모습을 보며 마음 한 켠이 아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욕망에 이끌린 듯한 모습이 살짝 비춰지기도 하지만, 복합적이고 여러 겹을 가진 인물 '레너드 번스타인' 이란 인물을 자연스럽고 세심하게 잘 그려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갇혀있는 동물이에요." 영화를 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입니다. 번스타인을 가장 잘 나타내기도 하구요. 꿈에 대한 아버지로부터의 억압과 남자와 아버지란 이름으로 구속된 그의 성정체성처럼 말이죠.
본인이 가진 천부적인 재능을 다방면으로 발휘하고 싶어하고,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한시라도 떨어져 있기 싫은. 그래서 화장실 갈 때 마저도 문을 열어놓는 그의 동물적인 영혼이 아마도 인간이란 그릇에 담을 수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번스타인만큼은 아니지만 나름의 재능으로 원하던 배우의 꿈을 펼칠 수 있었던 펠리시아 역시도 일평생 번스타인 이란 인물에게 갇혀있었죠. 커튼에 비친 지휘하는 번스타인의 그림자에 속에 갇힌 장면처럼 말이죠.
결국 이렇게 갇혀있는 둘을 구원해줄 수 있는 건 서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가 가벼운 음악이라 여기던 뮤지컬 음악이 나중에 아이들이 기억하고 춤을 출 수 있는 유일한 음악이었다는 게 많은 여운을 주기도 하구요.
아 그리고 브래들리 쿠퍼와 캐리 멀리건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죠.
젊은 시절의 번스타인은 브래들리 쿠퍼의 얼굴로 시작됐는데, 뒤로 갈수록 번스타인 그 자체가 되어있더군요. 목소리까지도요. 다른 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마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연출 능력은 이미 다른 영화들로 증명이 되었구요.
그리고 캐리 멀리건. 제목도, 주인공도 번스타인이지만 그녀의 연기에 시선을 뺏긴 건 왜일까요.
그리고 제작에 스필버그, 스콜세지, 토드 필립스. 이 정도면 볼 가치가 충분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오스카가 기대되기도 합니다. 오펜하이머와 번스타인. 인물의 전기를 다룬 두 영화 중 과연 어느 쪽이 트로피를 거머쥘지요.
말이 길어졌네요. 너무 스포였을까요...ㅎ 사실 전기물이라 결말이 중요한 영화는 아닌 것 같지만요.
보시기 전에 간략하게라도 번스타인이란 인물에 대해, 그리고 그의 음악을 몇 편 듣고 가는 게 영화를 더 깊게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그리고 돌비에서는 안 해주겠지만...(cgv 단독개봉이라던데...) 나름 웅장한 음향을 갖춘 영화관에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용산 15관은 처음인데 음향이 매우 만족스럽더라구요. 지휘 장면에서 현장에 있는 듯 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과연 열어주기는 할까요...)
이런 걸작이 ott에 풀려서 극장에서 보실 분들이 적어져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건 무조건 극장영화거든요. 모니터와 스피커 혹은 이어폰으로는 절대 담아낼 수 없습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그래서 극장에서 꼭 보시는 걸 추천드리고, 저도 개봉하면 한 번 더 관람하며 생각을 정리해봐야겠네요. ㅎㅎ
미리 시사회를 통해 관람할 수 있게 돼 익무노예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추천인 4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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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이 많아서 기대됩니다.
번스타인의 팬으로서 이 영화는 꼭 보아야겠네요. 번스타인은 동성애를 해서 아내의 속을 꽤 썩였더랬죠.
나중에 죽은 아내를 위해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녹음합니다. 그리고 그 표지에 죽은 아내가 천사가 된 모습을 사용했더랬죠. 굉장히 미안해했던 인터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좋아하는 음반입니다.
후반부 하이라이트는 정말 극장에서 볼만한 굉장한 장면이었습니다.
꼼꼼하고 좋은 후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