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 노새뱀발> 책 읽고 간 후기 (길고 스포가 많습니다)

<헝거게임 노새뱀발> 책 읽고 간 후기입니다. 책도 읽었지만 사실 영화 자체에 큰 기대는 없었고, 다만 남주가 캐스팅 찰떡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르는 배우 발굴하는 느낌으로 다녀와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책과 달랐던 부분을 짚어보려는데 빠진 게 많겠지만 기억나는 것만 적어봅니다 :-)

자잘하게 다른 부분은 생략합니다.

* 영화에서는 스노우가 먼저 루시그레이에게 가져다 주려고 아카데미 식당에서 냅킨에 음식을 싸갑니다. 책에서는 동물원에 있는 조공인들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건 세자누스가 먼저 하고 스노우는 숟가락을 얹습니다. 우선 스노우가는 돈이 없기 때문에 음식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전쟁 동안 군수물품을 팔아 2구역에서 캐피톨로 넘어올 수 있을만큼의 부를 쌓은 플린스가는 돈이 너무나도 많고요. (뭐든 돈으로 수습하니까 책에는 세자누스가 스노우에게 '아버지는 할 수만 있다면 너도 돈으로 샀을 거야'라고 말하고, 이에 스노우가 '사줘! 제발 돈으로 나를 사줘!'하고 속으로 비는 부분도 있습니다 ㅎㅎ) 2구역에 두고 온 지인들에게 절연당하고 캐피톨에서는 겉돌아 마음붙일 곳이 없는 세자누스의 어머니가 음식을 만들고 베이킹을 하는 것으로 그 허한 마음을 채우는 묘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스노우와 세자누스가 12구역으로 갔을 때도 어머니가 커다란 상자에 쿠키며 단것을 가득가득 보내줘서 그걸로 물물교환해서 술도 마시고, 루시그레이 공연도 봅니다.) 책에서는 큰 배낭에 고기 든 샌드위치를 가득 채운 세자누스가 조공인들에게 그걸 나눠주려하지만 실패해서 뒤늦게 온 스노우가 두 개를 받아다가 루시그레이와 함께 먹는 장면이 있습니다. 외면하던 조공인들도 그때부터 샌드위치를 받아갑니다. (2구역 조공인 마르쿠스 제외)

* 윗 장면에서 이어져서 영화에서는 스노우가 루시그레이에게 음식을 울타리 너머로 주지만 책에서는 둘이 바위 같은데 앉아서 피크닉처럼 하나씩 먹습니다. 스노우가 루시그레이를 방송에 소개할때 숙녀 대하듯 했는데 울타리 너머로 음식을 주면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된다며 둘이 나란히 앉아서 먹겠다고 합니다.

* 책에는 헝거게임 전날 스노우가 경기장에 숨어들어 지형을 살피는 장면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수정 때문에 영화의 루시그레이가 책보다 수동적이고 똑똑함이 바래진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스노우가 너무 떠먹여주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책에서는 스노우가 어머니의 파우더 콤팩트를 건네주면서 넌지시 '너만의 파우더를 쓰라'고 말하자 루시그레이가 동물원에 뿌려진 쥐약을 거기다 넣고 경기장에 들어갑니다. 물에 독약을 타는 것도 스노우가 알려줘서 한 게 아니라 스스로 하고요. 

** 이 장면이 빠져서 살짝 아쉬웠는데 경기장에 뱀을 풀고나서 비가 내렸는지해서 뱀들이 거의 다 죽어버립니다. 그런데 루시그레이가 추첨일날 메이페어 등에 뱀을 넣었던 것처럼 한마리 숨겨가지고 있다가 다른 조공인과 싸울 때 뱀에게 그 애 목덜미를 물게 해서 한 명을 더 죽입니다.

* 알아차리신 분들 계실 것 같은데 헝거게임 전날 방송에서 루시그레이가 기타 들고 노래하면 방송화면에 도네이션 숫자가 마구 올라갔었습니다 ㅎㅎ

* 책에서는 조공인이 죽을 때마다 멘토 학생이 앉아있던 의자를 하나씩 빼는데 (스노우가 의자뺏기 게임 같다고 표현) 영화에서는 그런 연출이 없었습니다.

* 루시그레이가 우승하고 아카데미 학생들이 '내보내'라고 다함께 소리지르는데 '꺼내줘'가 더 적절한 번역이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스노우가 루시그레이를 뱀들로부터 지켜주려고 체취가 묻은 손수건을 뱀통에 넣는 장면이 있는데, 책에서는 흰 손수건에 흰 실로 수놓은 이니셜이라서 못보고 그날 마침 손수건을 잃어버린 연구원 하나가 대신 잘릴뻔 합니다. 잘리기 직전에 CXS라는 이니셜을 발견해서 (크라수스 크산토스 스노우. 스노우도 자기가 아는 이름 중에 X로 시작하는 이름은 아버지 이름뿐이라고 합니다.) 스노우가 가지고 있던 손수건이라는 것이 발각됩니다. 

* 영화에서는 세자누스가 마을에서 빌리토프, 스프루스와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의심하게 되는데 책에서는 땅에다가 군부대 지도를 그려주고 있는 걸 보고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 영화에서는 스노우가 2구역 전출 통보를 받고 10일 뒤에 기차를 탄다는 설정이지만 책에서는 세자누스가 죽은 뒤 루시그레이와 만나서 떠나기로 한 날 아침에 사령관에게 호출받고 장교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그리고 영화와 달리 기차가 아닌 호버크래프트를 타고 이동하며, 캐피톨에서 내리라는 말을 듣고 골 박사를 만난 뒤에야 자신이 2구역으로 가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 책에서는 세자누스가 죽을 때 스노우가 골 박사에게 보낸 녹음본 재생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습니다.

**  책에서는 영화에서의 악한 느낌으로 세자누스를 죽음으로 몰고가지 않습니다. 세자누스는 처형 당하기 전 며칠을 부대에 구금되어있는데, 스노우는 플린스씨가 와서 돈으로 아들의 석방을 협상하고 세자누스를 얼른 집으로 데려가기만을 기다립니다. 플린스부인에게 세자누스가 곤란한 상황이니 그의 아버지가 연락을 해보는게 어떠냐는 편지를 쓰기도 하고요. 공을 세워서 캐피톨로 돌아가는 목표도 목표지만, 헝거게임 경기장 안에 들어간 세자누스를 강제로 구해내거나 하면서 자신이 피해입는 일이 더이상 없길 바라서 벌인 일이 그 정도로 커질 줄은 몰라 당황하기도 하는 심리 묘사의 차이가 큽니다. 

* 영화에서 스노우는 세자누스가 죽은 뒤 막사로 돌아와 그의 소지품 상자를 열어보는데요. 책에서는 스노우와 세자누스가 찍은 사진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상자도 세자누스가 죽기 전에 열어봅니다. 가족사진과 2구역에서 찍은 졸업사진밖에 없고 오히려 캐피톨 친구들의 사진은 하나도 없어서 스노우가 캐피톨에 충성심이나 애정이 전혀 없는 세자누스의 마음을 파악하는 단서가 됩니다. 아카데미 졸업장이 든 액자 뒤에서는 돈 뭉치가 나와서 이 많은 돈을 왜 가져온 건지 궁금해하기도 하고요. 그 뒤 세자누스가 '너나 나나 돈 한푼 없지' 라는 식의 말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하는 모습을 보고 더더욱 그를 주시합니다. (스노우는 세자누스가 죽은 뒤 이 돈을 알뜰하게 챙겨서 티그리스에게 편지로 보내고, 캐피톨에 돌아와서는 그 봉투를 몰래 가로채 자기가 챙깁니다...) 

* 영화에서 티그리스와 스노우는 할머니를 '할머니' (Grandma, Grandmother) 아니라 '할머님' (Grandma'am)이라고 부릅니다. 책에서는 '할머님'으로 번역되었는데 영화에서는 '할머니'로 번역되어 있었습니다. '할머님'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어릴 때 티그리스가 왕족 같은 할머니를 '할머니'라고 부르는 건 너무 낮춰 부르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ㅎㅎ 영화에서도 할머님은 다 쓰러져가는 집에서도 왕족 같은 차림을 하고 계시죠...

* 루시그레이 캐릭터가 책보다 수동적으로 느껴졌다면, 클레멘시아는 좀 더 미운 캐릭터로 그려졌습니다. 책에서는 스노우와 자기는 항상 과제를 같이했었다고 나대지도 않고, 자기가 쓴 보고서라고 영화에서만큼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지도 않습니다. (스노우에게 '같이 써야하는 걸 너 혼자 써서 내버렸어?' 하는 느낌으로 투덜대고, 골 박사가 제안서를 누가 썼냐고 물어봤을 때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멘터 전부가 함께 논의했다고 대답하는 정도.)

* 책에서는 이름이 불리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난 뒤 루시그레이가 제섭에게 손을 뻗어서 둘이 손을 잡고 인사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헝거게임 1편에서 캣니스와 피타가 손 잡는 장면이 떠올랐을텐데, 영화에서는 그 부분이 생략되어 아쉬웠습니다.

* 책에는 스노우가 경기장에서 세자누스를 끌어낸 뒤 플린스 저택에 문병 비슷하게 들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세자누스 아버지가 네 아버지였다면 (둘이 사업 영역이 겹쳐서 아는 사이였습니다.) 절대 나를 구하지 않았을 거라며 그의 아버지의 외모를 빼다 박은 스노우를 한참 쳐다봅니다. 그러다가 캐피톨 출신이 아닌 자신에게도 예의를 다해주었던 스노우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혹시 너는 어머니를 닮았니?'라고 수차례 물어보는 장면이 있습니다. 스노우는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하면서 어머니와 저는 모두 매일을 감사해야한다고 생각한다는 투의 대답을 하고, 이는 세자누스의 아버지가 그를 세자누스의 진짜 친구로 여기는 계기가 됩니다. 책에서는 이게 이어져서 나중에 루시그레이와 도망쳤다가 부대로 돌아오면서 메이페어를 죽인 총을 호수에 가라앉히는 과정에서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물건 중 물에 젖어서 못 쓰게 되지 않은 유일한 것이 아버지가 남긴 나침반이었고 (가족사진, 어머니의 콤팩트는 전부 못 쓰게 됨) 이제 스노우에게는 그의 아버지와 같은 성향만이 남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영화에서는 새 옷 입은 스노우를 보고 티그리스가 '아버지와 아주 닮았다'고 말하는 대사로 일축되어서 아쉬웠어요...

* 책에서는 호수에서 캣니스 캐고 나서 쉬면서 루시그레이가 노래를 하나 더 부르는데 이게 캣니스가 루 죽었을 때 꽃으로 장식해주고 부른 것과 같은 노래입니다.

* 책에서는 '스노우가 일등이다'로 번역된 표현이 영화에서는 '눈이 제일 위에 쌓인다' (정확하지 않습니다! 기억나시는 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ㅠㅠ) 는 표현으로 번역되었습니다.

* 캐피톨 아카데미 교복 보니까 남학생들 바지 입히고 그 위에 검투사 치마같은걸 둘렀는데 캐피톨 학생들 이름은 전부 로마의 역사적인 인물에서 따온 이름이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반면 구역에서 온 조공인들은 평범한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하 노새뱀발 책을 참고합니다)

세자누스 > 티베리우스 황제의 근위 대장으로 많은 권력을 지녔던 군인이었으나 배반을 꾀한다는 의심을 받아 숙청되었다. 

아라크네 > 자신이 신보다 솜씨가 좋다고 우쭐대다 아테나 여신의 분노를 샀다. 아테나는 아라크네를 영원히 베를 짜는 거미로 변신시켰다. (동물원에서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다가 죽은 여학생입니다.)

코리올라누스 > 로마의 코리올라누스 장군은 로마의 정부에 대항하는 반란을 성공적으로 제압한 뒤 정치에 진출하려하나 오히려 추방당한다.

뒤죽박죽이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