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9
  • 쓰기
  • 검색

[만강홍: 사라진 밀서] 장르의 외피를 두른 프로파간다

다솜97 다솜97
2762 7 9

중국 송(宋)말, 금(金)과의 접경 주둔지에서 금의 사신이 칼에 찔린 사체로 발견된다. 주둔지에 머물던 송의 재상 진회는 사신의 몸에서 사라진 금의 밀서를 찾기 위해 사신의 최초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효용병 장대와 근위 부통령 손균에게 범인 색출과 밀서 회수를 지시한다. 주어진 2시진 안에 임무를 완수 못하면 목숨을 부지 못 할 두 사람의 불편한 공조 수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포스터2.jpg

범죄 스릴러로 시작된 <만강홍>은 초중반을 넘어서며 태도를 달리한다. 미스터리 추격극이 밀서를 둘러 싼 주요 인물들간 치열한 이전투구 지략 싸움으로 전환되면서 종종 폭소를 자아내던 풍자 희극은 비분강개 모드로 급변한다. 결국 밀서는 맥거핀에 불과하다.

이 지점에서 장예모는 자신의 2002년 작 '영웅'의 이야기를 되풀이한다. 권력자에게 칼을 겨눈 암살자들의 이야기.

천하라는 명분의 실패(혹은 포기)로 끝난 '영웅'과 달리 정충보국을 내세운 <만강홍>의 암살자들은 자신들의 뜻한 바를 이룬다. 실패와 성공이라는 다른 결말을 갖고 있지만 '영웅'이 말하는 천하와 <만강홍>이 말하는 정충보국은 같은 것이다. 전체주의적 애국사상의 고취, 전형적인 프로파간다다.

1.jpg

4.jpg

1980년대 '붉은 수수밭'으로 헤성같이 등장하여 중국 5세대 전영을 세계 영화의 중심으로 이끌었던 장예모(와 그의 5세대 동료 첸카이거, 텐징징 모두)는 그(들) 영화의 반권력적 태도의 힘을 점차적으로 줄여 가면서 현재의 권력시스템에 복무하는 국가(혹은 산업)의 거장으로 변해갔다. 그나마 장예모의 경우에는 '영웅', '진링의 13소녀', '공작조:현애지상' 같은 프로파간다 블럭버스터 사이 사이 '산시나무 아래에서', '5월의 마중', '원 세컨드' 같은 작품을 알리바이로 남기며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만강홍: 사라진 밀서>는 후반부 급발진 모드의 불편함을 감안하더라도 굉장히 잘 만들어진(well-made) 재미있는 장르 영화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빠른 전개로 다소 억지스런 서사를 잘 포장했으며 장예모 영화 특유의 에너지, 활력도 부분적으로 눈에 들어 온다. 현재 중국의 영화산업을 대표하는 스타 배우들의 연기도 무난한 편이다.

덧> 화려한 색감과 황홀한 미장센을 시그니처로 했던 장예모는 2018년 작 '삼국 무영자' 이후 다시 한번 건조한 무채색을 선택했다.

다솜97 다솜97
28 Lv. 96822/100000P

불타는 20대를 훌쩍 넘기고

어느날 귀로에 선 오십대 남자 사람.

영화, 만화 무진장 좋아합니다 ^^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7


  • 알럽커피

  • 옥수동돌담길
  • 카란
    카란
  • 마이네임
    마이네임

  • 이상건
  • Robo_cop
    Robo_cop
  • golgo
    golgo

댓글 9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영웅은 그래도 민중을 위해 칼자루를 휘두르라는 당부라도 담았지만, 이 영화는 그저 국가를 위해 헌신, 희생하라는 매시지인 것 같아요.
16:42
23.10.09.
profile image
공산당원 선전용으로 전략한...
(중뽕 가득한 영화만 만들어내는.)
18:57
23.10.09.
profile image
예고편은 정말 기대감이 큰데 후반부가 아쉬운 모양이네요ㅠ
19:49
23.10.09.
쓰는글 읽고 극장에서 보고싶은데
근처 극장에 시간대가 많지않네요

너무 한국영화와 영미권 영화만 요즘 보고있어서
중국영화를 오랜만에 보는거같습니다
04:45
23.10.1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문워크]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9 익무노예 익무노예 24.12.31.14:19 3720
HOT 2025년 1월 8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7시간 전00:01 770
HOT 오랜만에 다모 정주행했습니다 2 울프맨 7시간 전23:29 346
HOT 퍼스트키스 일본 첫시사회의 공통적인 후기들 1 GI 7시간 전23:31 584
HOT 플레인 ‘모가디슈‘ 4K 스틸북 팩샷 2 NeoSun NeoSun 9시간 전21:46 582
HOT <애니멀 킹덤>을 보고 왔습니다. 2 막베스 8시간 전22:15 458
HOT ‘서브스턴스’ 속 LA는 사실 가짜다 2 NeoSun NeoSun 10시간 전20:47 1986
HOT 이창동감독님 일곱번째 장편영화 올해 크랭크인 예정 1 김형서 11시간 전19:17 1898
HOT 반지의 제왕 아이맥스 6 12시간 전18:20 2051
HOT 왜 사람들(그리고 넷플릭스까지) 오징어 게임의 핵심을 놓치... 4 NeoSun NeoSun 13시간 전18:00 2324
HOT <데블스 배스(2024)> 단편 감상문 4 조윤빈 조윤빈 13시간 전17:37 556
HOT <몬스터>, <20세기 소년>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 3 카란 카란 13시간 전17:19 1410
HOT 달콤한 인생 (2005) 재 감상 중 분기점(?) 이랄까.. 장면이 ... 1 장수정 16시간 전15:05 793
HOT [총을든스님]-시사회 간단리뷰(스포x) 1 미라이 15시간 전15:32 400
HOT 마녀 배달부 키키 발매 40주년 표지 리뉴얼 (일본) 4 호러블맨 호러블맨 15시간 전15:12 979
HOT '폴리스 아카데미' 주연 배우 근황 5 golgo golgo 16시간 전14:21 2375
HOT 은빛 살구 - 간단 후기 2 소설가 소설가 17시간 전14:05 545
HOT <주술회전> 럭키 드로우 상영회 2 카란 카란 18시간 전13:07 768
HOT 리 워넬 '울프 맨' 초기 SNS 반응들 모음 - 상당... 5 NeoSun NeoSun 19시간 전11:31 1304
HOT (※내용 언급) 릴리로즈 뎁 <노스페라투>의 엘렌, 이자... 6 카란 카란 20시간 전10:47 748
HOT <서브스턴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데미 무어 골든글... 6 카란 카란 20시간 전10:39 1939
1163075
image
NeoSun NeoSun 3분 전07:08 24
1163074
image
stanly stanly 8분 전07:03 19
1163073
image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1시간 전05:20 157
1163072
image
zdmoon 3시간 전03:14 325
1163071
image
zdmoon 3시간 전03:13 154
1163070
image
zdmoon 4시간 전02:49 371
1163069
normal
영알못입니다 5시간 전01:12 182
1163068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6시간 전01:03 259
1163067
image
선우 선우 6시간 전00:57 312
1163066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6시간 전00:56 195
1163065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6시간 전00:42 280
1163064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0:38 299
1163063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0:15 404
1163062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0:12 502
1163061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00:08 351
1163060
image
golgo golgo 7시간 전00:01 770
1163059
normal
소설가 소설가 7시간 전23:56 265
1163058
image
카란 카란 7시간 전23:43 674
1163057
image
GI 7시간 전23:31 584
1163056
image
울프맨 7시간 전23:29 346
1163055
normal
스미스요원 스미스요원 8시간 전22:21 513
1163054
normal
막베스 8시간 전22:15 458
1163053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1:46 582
1163052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1:36 548
1163051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1:31 402
1163050
normal
10시간 전20:53 895
1163049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20:47 1986
1163048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20:42 649
1163047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10시간 전20:15 955
1163046
image
김형서 11시간 전19:17 1898
1163045
normal
스미스요원 스미스요원 12시간 전19:11 241
1163044
normal
12시간 전18:20 2051
1163043
image
NeoSun NeoSun 13시간 전18:01 316
1163042
image
NeoSun NeoSun 13시간 전18:00 2324
1163041
image
NeoSun NeoSun 13시간 전17:50 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