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강홍: 사라진 밀서] 장르의 외피를 두른 프로파간다
중국 송(宋)말, 금(金)과의 접경 주둔지에서 금의 사신이 칼에 찔린 사체로 발견된다. 주둔지에 머물던 송의 재상 진회는 사신의 몸에서 사라진 금의 밀서를 찾기 위해 사신의 최초 살해 용의자로 지목된 효용병 장대와 근위 부통령 손균에게 범인 색출과 밀서 회수를 지시한다. 주어진 2시진 안에 임무를 완수 못하면 목숨을 부지 못 할 두 사람의 불편한 공조 수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범죄 스릴러로 시작된 <만강홍>은 초중반을 넘어서며 태도를 달리한다. 미스터리 추격극이 밀서를 둘러 싼 주요 인물들간 치열한 이전투구 지략 싸움으로 전환되면서 종종 폭소를 자아내던 풍자 희극은 비분강개 모드로 급변한다. 결국 밀서는 맥거핀에 불과하다.
이 지점에서 장예모는 자신의 2002년 작 '영웅'의 이야기를 되풀이한다. 권력자에게 칼을 겨눈 암살자들의 이야기.
천하라는 명분의 실패(혹은 포기)로 끝난 '영웅'과 달리 정충보국을 내세운 <만강홍>의 암살자들은 자신들의 뜻한 바를 이룬다. 실패와 성공이라는 다른 결말을 갖고 있지만 '영웅'이 말하는 천하와 <만강홍>이 말하는 정충보국은 같은 것이다. 전체주의적 애국사상의 고취, 전형적인 프로파간다다.
1980년대 '붉은 수수밭'으로 헤성같이 등장하여 중국 5세대 전영을 세계 영화의 중심으로 이끌었던 장예모(와 그의 5세대 동료 첸카이거, 텐징징 모두)는 그(들) 영화의 반권력적 태도의 힘을 점차적으로 줄여 가면서 현재의 권력시스템에 복무하는 국가(혹은 산업)의 거장으로 변해갔다. 그나마 장예모의 경우에는 '영웅', '진링의 13소녀', '공작조:현애지상' 같은 프로파간다 블럭버스터 사이 사이 '산시나무 아래에서', '5월의 마중', '원 세컨드' 같은 작품을 알리바이로 남기며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만강홍: 사라진 밀서>는 후반부 급발진 모드의 불편함을 감안하더라도 굉장히 잘 만들어진(well-made) 재미있는 장르 영화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빠른 전개로 다소 억지스런 서사를 잘 포장했으며 장예모 영화 특유의 에너지, 활력도 부분적으로 눈에 들어 온다. 현재 중국의 영화산업을 대표하는 스타 배우들의 연기도 무난한 편이다.
덧> 화려한 색감과 황홀한 미장센을 시그니처로 했던 장예모는 2018년 작 '삼국 무영자' 이후 다시 한번 건조한 무채색을 선택했다.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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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없는 중국 영화군요.
(중뽕 가득한 영화만 만들어내는.)
근처 극장에 시간대가 많지않네요
너무 한국영화와 영미권 영화만 요즘 보고있어서
중국영화를 오랜만에 보는거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