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거미] 충격적인 이란 사회를 고발한 실화 영화 (스포 O)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란의 고발 영화이다.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두 에피소드를 맡게 된 알리 아바시 감독이 연출했다. 내용은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와 많이 닮아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것이 충격적이다.
묘사의 디테일
장면마다 묘사가 굉장히 디테일하다. 특히 살해 장면들에서는 '헉' 소리 나올 정도로 묘사의 밀도가 높다. 촬영에서 심도, 구도, 흔들림(핸드헬드 씬 및 오토바이 진동 등)를 심리 묘사하는데 정말 잘 썼고, 클로즈업 또한 적극 활용하여 가해자와 피해자의 심리를 극도로 보여주었으며, 연기도.. 특히 피해 여성들의 연기가 충격적일 정도로 묘사가 진했다. 사운드들도 뻔하지 않은 폴리사운드들을 심어 더욱 현장감이 높았다. 알리 압바시 감독이.. 사건이 사건인 만큼 충격적인 장면들을 보여주기로 작정했던 것 같다. 피 나오는 모습들이나 기타 분장들은 좀 작위적으로 과하게 자극적이게 표현한 것 같긴 한데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보여준 데에는 성공한 것 같다. 이런 요인들이 합쳐져 충격적이고 임팩트 있는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믿음'의 무서움
'믿음', '믿음', '믿음', 도대체 믿음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최O종 씨 같은 분을 보면 가정적이고 말랑말랑한 남자일 거라 믿는다,
신도들은 신을 믿는데 논리는 필요 없다. 그냥 의지하고 믿는다.
한 신도가 종교의 이름을 빌려 성범죄를 저지른다면 그건 그 개인의 문제일까, 종교의 문제일까, 혹은 그 사회의 문제일까, 아니면 남녀 힘의 불균형에서 오는 문제일까.
<성스러운 거미>는 종교 범죄에 대해 개인과 사회에 대해 바라보고 그 안에서도 속속 들여다본다.
'믿음'을 경계해야 한다
인간은 각자 자기 위주로 해석하려는 본능이 있다. 생존본능이다. 이기심이기도 하다.
여기에 '믿음'을 덧대면 오류가 발생한다. '내'가 원하는 대로 믿고,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신념이 되고, 사상이 되고, 결국 행동까지 뻗어져 나간다.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잘못된 정의, 잘못된 신념들. 우리는 '믿음'이라는 것 자체에 경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어디서 오는가?
알리 압바시 감독은 중후반부터 점점 개인보다는 집단의 문제로 조명을 비춘다. 유리한 대로 해석하여 종교를 갖다 섞는 가족, 연쇄살인범을 영웅으로 추종하는 집단, 비리를 통해 살인범을 구출해내려는 집단. 이들의 모습들을 조명하여 집단 광기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집단이 잘못된 인식을 공유하면 사회가 썩게 됨을 잘 보여준다. 그 썩은 사회에선 썩은 교육이 공유되고 아이들은 미치광이가 될 것이다. 영화 제목의 '거미'가 미치광이 살인마라면, 미친 사회는 '거미줄' 같은 것이다. 설마 '거미가 한 둘이겠냐?'는 것까지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당한 딸을 두고 "정말 애지중지 키운 내 딸"이라며 펑펑 울면서도 나무람은 가해자가 아니라 본인 딸을 향하고 있었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이지 않는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들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창원 영웅화'가 실제 있었으며, 법치주의 인식이 잘 잡힌 미국에서도 살인마인데 외모가 멋지거나 이쁘면 팬클럽 같은 집단이 생겨 살인마 아니니 그를 풀어주라고 행동하는 사건들이 있었다.
만물의 많은 문제는 어디서 오는가? 대부분 무분별한 믿음에서 온다.
옳은 정의가 없진 않다
풀려날 것처럼 보이던 연쇄살인마 사에드가 교수형 되는 반전을 보여주며 이란 사회가 완전 미쳐 돌아가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실화 영화니깐.. 보면서 '그나마 그나마 다행이었네. 휴..' 하면서 봤다. 몇몇 정신 제대로 박힌 개개인들 덕이다. 지금 이란에서 펼쳐지는 인권운동에 희망을 더해주는 상징은 아닐지.
그럼에도 엔딩 장면은 충격이었다. IS나 네오나치 같은 집단이 왜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찝찝한 장면이었다. 종교도 종교지만 결국 그중 광신도가 되어버린 그 개인들끼리 또 뭉쳐 사회악 무리가 되는 것이다. '끊임없이 극악 집단이 탄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걸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멍하게 엔딩크레딧을 쳐다봤다.
[조금 아쉬운 점]
중반까지는 묘사의 디테일이나 만들어가는 분위기까지 모두 밀도 높게 전개되는데,
중후반부터 점점 건조해져서 말하고자 하는 바의 힘이 떨어진다. 이 실화로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면 조금 아쉽다.
힙합팬
추천인 7
댓글 11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진짜 말씀하신 두 장면들..
내용적으로 저는 가장 찝찝했습니다..
어후ㅠㅠ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카란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엔딩이 참 강렬하고 섬뜩했어요.
죽은 딸을 비난하던 어머니 역시도 그릇된 사회적 인식의 피해자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감독이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에피소드도 연출했다니.. 드라마 제작진이 새삼 대단하단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