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 매버릭'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라야 하는 이유
LA 주재 일본 영화 전문 기자 사루와타리 유키의 칼럼을 우리말로 옮겨봤습니다.
원문은 아래
https://toyokeizai.net/articles/-/628953
오락 영화를 싫어하는 아카데미상 <탑건: 매버릭> 작품상 후보 진입할까
일반 감각과 어긋난 엘리트주의라는 비판에 위기감
(아카데미상) 수상을 노리는 영화들이 공개되는 가을의 주요 영화제들이 마무리되면서, 올해 어워드 시즌의 경쟁작들이 조금씩 드러나게 됐다. 데이미언 셔젤의 최신작 <바빌론>과 윌 스미스가 탈주 노예를 연기한 안톤 후쿠아 감독의 실화물 <해방> 등 아직 기자, 비평가들이 보지 못한 영화도 있어서, 현재까지 단독 선두는 없다. 그런 가운데 <탑건: 매버릭>의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 진입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엘리트 지향”, “일반 관객이 느끼는 것과 어긋난다.”라는 비판을 받아온 아카데미상은, 지금껏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에는 까다롭게 굴었다. 사상 최고의 전 세계 흥행 수입을 기록하면서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아바타>도 (작품상 수상이) 유력시되었지만, 결국에는 일반 관객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허트 로커>에게 지고 말았다.
<탑건: 매버릭>의 전작 <탑건>도 (아카데미상) 후보에 든 것은 주제가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편집, 4개 부문이었고 작품상, 감독상, 연기상 등 주요 부문에선 무시당했다. (주연 배우) 톰 크루즈는 연기 경력 가운데 3번 노미네이트되었지만 그건 모두 <매그놀리아> <제리 맥과이어> <7월 4일생> 같은 진지한 드라마 작품이었다.
마블이 작품상 부문에 진출한 건, 아카데미가 다양성을 위해 노력한 가운데 개봉한 <블랙 팬서>뿐이다. 그 영화는 감독도 주연도 흑인이었고, 슈퍼 히어로물이지만 사회적인 메시지를 지닌 작품이었다.
■ 예전 같으면 무시당했을 것
즉, 일반적으로 말해 <탑건: 매버릭>은 어워드 시즌과는 무관한 작품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의 시니어 에디터 클레이튼 데이비스는 10월 6일에 발표한 작품상 부문 예측 순위에 (<탑건: 매버릭>을) 5위에 올려놓았다.
이것은 그 사람만의 의견이 아니다. 어워드 전문 사이트 ‘골드 더비’의 뉴스 레터를 봐도 최근 한 달 사이에 <탑건: 매버릭>은 4위에서 5위 사이를 오가고 있다.
이러한 예측에는 왜 작품이 후보에 들 것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유는 적혀있지 않다. 하지만 N차 관람객이 대거 생길 정도로 사람들을 사로잡고, 비평가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고, 기술적으로도 획기적인 성과를 보인 <탑건: 매버릭>이 최고의 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아카데미상에 걸맞은 관록이 있는지 없는지, 아카데미 회원 취향의 작품인지 아닌지, 하는 개념은 한국영화 <기생충>이 영국의 전쟁 영화 <1917>을 이겼을 때 무너졌다.
그 정도로 충격적이진 않다고 하지만, 올해 훨씬 풍격이 있던 <파워 오브 도그>가 <코다>에게 졌을 때도 그러한 경향이 드러났다.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젊은 사람들과 소수자, 외국인을 대거 초대하여 회원 수를 거의 두 배로 늘린 지금의 아카데미에 과거와 같은 “상식”은 없다.
그런 가운데 그야말로 <기생충> <코다>처럼 순수하게 재밌는 작품들이 유리해진 것이다. 올해 개봉한 작품 중 <탑건: 매버릭> 이상으로 재밌었던 작품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다.
게다가 올해부터 아카데미상은 작품상 부문 후보에 올릴 영화의 수를 10편으로 확정했다. 2008년까지는 5편이었던 후보작들 개수를, 그 이후부터 최저 5편에서 최대 10편까지로 늘렸지만, 대부분 7~9편 사이였고 10편까지 후보작을 꼽은 해는 없었다. 그런 가운데 “기왕이면 10편으로 하자”고 아카데미 측이 결단을 내린 것이다.
■ 오락 영화에도 문호를 열다
이처럼 (작품상 후보) 수를 늘린 목적은, 일반 관객에게 사랑받은 상업적인 영화가 들어올 여지를 만들기 위함이다. 2009년에 룰이 변경된 건 (그 전년도에) <다크 나이트>가 (작품상) 후보에 들지 못한 것에 비판이 나오자 그에 대응한 것이었다.
<탑건: 매버릭>의 경우, 앞서 언급한 두 곳에서의 예측에서 5위까지 오른 것을 보면, 작년의 (아카데미 측) 기준이라 할지라도 (작품상) 후보에 들었을 수도 있다. (후보작 개수가) 10편이 되면서 그 기회가 더욱더 증가했다. 그것은 아카데미 측으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아카데미상뿐만 아니라 시상식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최근 미국에서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타이타닉>이 작품상을 받은 해에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점도 고려해보면, 아카데미 측은 흥행 면에서 성공한 작품을 후보에 올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 <블랙 팬서>, 일본에선 아니지만, 미국에선 히트한 <스타 이즈 본>, 이들 세 작품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2018년에도 시청률 상승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청자, 특히 젊은 세대의 마음은 시상식 프로그램에서 완전히 떠난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개봉한 지 5개월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탑건: 매버릭>이 수상을 노리게 된다면,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올해 <탑건: 매버릭>이 보여준 인기는 이례적인 것으로, 그야말로 사회적 현상이라고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에 수상에 실패한다면 “결과는 역시나군. 아카데미는 콧대가 높아.”라며 반감을 살지도 모르지만, <기생충> 때와 같은 깜짝 결과가 있지 않을까 설레면서 (시상식을) 봐주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 <탑건: 매버릭>은 아카데미상이라는 영화의 축제에서 단연코 축복을 받아야 할 작품이다. 최근 들어 OTT 작품들이 아카데미상에서 크게 선전하면서, 극장 문화가 조만간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업계 사람들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탑건: 매버릭>이 나타나서 단숨에 희망을 안겨다 준 것이다. 그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새로 합류한 아카데미 회원 중에는 영화의 비즈니스적인 측면과 관련된 사람들도 많은데, 그 사람들은 <탑건: 매버릭>이 업계 전체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보다 깊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러 각도에서 보면 볼수록 <탑건: 매버릭>은 단순히 대중 취향의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를 것이고, 꼭 올라야 할 작품이다. 만에 하나 후보에 들지 못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아카데미에 대해 진심으로 절망감을 느낄 것이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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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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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를 살린 영화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젊은 사람들과 소수자, 외국인을 대거 초대하여 회원 수를 거의 두 배로 늘린 지금의 아카데미에 과거와 같은 “상식”은 없다.'
이 부분은 좀 공감을 표하고 싶어요. 옛날과 다르게 현세대의 트렌드를 따라간다고는 하더라도 요새 트렌드에 대한 제각각의 반응이 잘 나오는걸 칼럼에서 잘 담은거 같아요
올해는 기대해보고 싶네요.
아바타때도 좀 아쉽더라구요.
번역 수고하심에 감사드립니다.
톰 성님이 오스카에 쌓인 게 많은 분인데.. 이번 기회에 화끈하게 한풀이 한 번 했음 싶네요 ^^
40~50대분들의 감성을 잘 자극한 영화인데 전세대에게 그 감성이 오롯히 전해지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갠적으로 헤어질 결심이 정말 작품적으로는 완벽하리만치
잘만들어서 작품상 받을만하다고 생각하는데 기생충이 작품상을 한번 받아서
왠지 못받을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좀 그렇긴 해여 갠적으로 헤결을 너무 인상적으로 봐서..
그리고 뭔가 이 칼럼을 읽으니 헤어질 결심의 작품상 수상이 힘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황금종려는 못탔어도 작품상은 탈수 있길 바랬는데 아무래도 영화 자체가 한국적인 정서나 색채가 좀 짙어서 해외에서는 실제 영화가 가진 가치가 완전히 전달돼진 못한것 같아 아쉽네요..
헤어질 결심은 그 정도는 못 미치는 것 같아요.
아카데미도 너무 대중성이 짙어진 느낌이랄까요..?
칸 영화제는 엘리트적이지만 심사위원이 7명이라서 취향을 너무 타고..
아카데미는 이제 너무 대중적인것 같고..
적당한 취향타지 않는 엘리트주의 작품성 상이 있으면 좋을텐데..
아무리 좋은 영화라도 알려지질 않으면 힘을 못쓰니...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