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이 망할 거라고 다들 예상했던 이유
LA 주재 일본 기자 사루와타리 유키의 칼럼을 우리말로 옮겨봤습니다.
https://toyokeizai.net/articles/-/625698
<아바타 2> 개봉 전에 <타이타닉> 한번 더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타이타닉>이 폭망할 게 뻔히 보였던 당시 사정
디카프리오는 대히트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심경이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타이타닉>이 세계 최초로 공개됬던 건 1997년 도쿄국제영화제, 전 세계에서 21억 달러 매출을 올리며, 당시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그 영화가 세상에 나온 지 꼭 사반세기가 지난 셈이다.
그 영화가 달성한 성과는 수두룩하다. 아카데미상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작품, 감독상 포함 11개 상을 받았다. 그 영화를 응원한 사람들이 많았던 덕분에,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 방송은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반복 관람하는 사람도 많아서 북미 지역에서 10개월 가까이 극장 상영이 이어진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개봉 전에는 아무도 그럴 줄 예상 못했다. 제작 중 예산이 점점 불어나서, 결국에는 2억 달러 이상이라는 당시로선 사상 최고액이 들어간 영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제작 중에도 온갖 트러블이
홍보비 등을 포함하면 만약 전 세계에서 4억 달러를 벌었다 해도 본전치기다. 게다가 전해진 정보로 봤을 때, 이 영화가 4억 달러 이상 벌 히트작이 될 줄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할리우드에는 제작 중에 트러블이 발생하거나, 개봉이 여러 차례 연기된 작품은 대체로 변변치 않은 영화로 여겨지는 풍조가 있다. <타이타닉>의 경우 재수 옴 붙은 요인이 잔뜩 있었던 것이다.
우선 (제작, 배급사) 20세기폭스는 거대 예산이 투입된 로맨스 영화라는 컨셉을 처음부터 달가워하지 않았다. 카메론과의 인간관계를 존중해 1억 달러까지라면 제작비를 내겠다며 오케이한 것이다. 카메론이 예산을 초과할 것은 뻔히 보였고, 이때부터 적자를 각오한 폭스는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려고 다른 스튜디오를 파트너로 삼기로 생각한다.
거기에 끼어든 것이 파라마운트다. 하지만 파라마운트는 최대 6,500만 달러까지만 돈을 내겠다고 우겨댔다. 그 금액을 초과하면 전부 폭스가 내야 한다. 폭스는 그 조건을 받아들였고, 자신들은 해외 배급권을 유지한 채, 파라마운트에 북미 배급권을 넘기기로 동의한다. 파라마운트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매우 성공적인 거래였던 셈이다.
스튜디오의 예측은 옳았고, 카메론은 촬영 기간이 채 절반도 안 지나간 사이에 이미 5천만 달러 이상의 예산을 써버렸다. 그래서 폭스의 영화 부문 수장 빌 메카닉은 멕시코에 마련된 촬영장(멕시코를 택한 건 인건비가 싸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을 방문해, 예산을 줄이기 위해 삭제했으면 하는 부분을 적은 2페이지짜리 종이 목록을 카메론에게 건넸다.
이를 본 카메론은 “내 영화를 자르고 싶으면 날 해고하시오. 다만 해고하려면 날 죽여야 할 거요.”라며 강경하게 나섰다. 메카닉은 그 리스트를 그대로 들고서 터덜터덜 LA로 돌아가야 했다.
그렇다고 카메론이 전혀 신경 쓰지 않은 건 아니었다. 남의 돈을 너무 많이 쓰는 것이 꺼림칙했던 카메론은 연출 개런티를 받지 않겠다고 나섰다. (각본가로서의 개런티는 받았다.)
그렇게 스튜디오와 카메론이 충돌하는 사이에, 촬영 현장에서도 안 좋은 일들이 벌어졌다. 스턴트맨이 여럿 부상당하고, 하루 동안의 진행될 일이 터무니없이 길어지거나, 카메론이 늘 화를 내고 있다는 정보가, 오늘날 같은 인터넷 사회가 아니었음에도 흘러나와서 미디어를 떠들썩하게 했던 것이다. <타이타닉>의 제작 상황은 멀리서 보는 이들에겐 말 그대로 침몰하는 커다란 배였다.
원래 예정된 개봉일에 완성하지 못했다.
충돌은 폭스와 파라마운트 사이에도 벌어졌다. 예를 들어 편집 작업을 위한 스태프가 더 필요해지자, 그 비용을 어느 쪽이 내는지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당초 결정된 7월 2일 개봉일까지 완성이 더뎌지자, 연기된 개봉일은 언제로 하는지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폭스는 8월 중순을 원했지만, 미국은 그 시기에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이 끝날 무렵이라서 맞질 않아 파라마운트가 반대. 파라마운트는 추수감사절 시기를 제안했지만, 폭스는 그 시기에 다른 작품이 있어서 자사 작품과의 경쟁할 순 없다며 반대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12월 19일로 결정됐는데 해외 배급권을 가진 폭스는 도쿄국제영화제에 출품함으로써 파라마운트보다 먼저 <타이타닉>을 공개했다.
다만 도쿄국제영화제는 전 세계 주요 언론사와 기자가 모일 만한 주목도 높은 영화제라고 하긴 힘들어서, 영화의 완성도가 어떨지는 개봉 전까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드디어 개봉 날이 되어 멋지게 박스오피스 1위. 게다가 4월 초까지 정상의 자리를 지켜냈다. 그야말로 경사 중의 경사였다.
하지만 주연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갑자기 최고의 스타가 된 것에 복잡한 심경이었던 것 같다. “내 얼굴이 열쇠고리가 된 걸 보는 게 익숙해지지 않는다.”라며 당시 그는 드물게 진행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보통은 기세를 몰아서 바로 다음 작품에 나와 인기를 유지하기 마련이지만, <타이타닉> 개봉 후 2년 이상 지나서 비교적 작은 영화 <비치>로 스크린에 돌아온 점도 디카프리오다운 일이다(그 사이에 <타이타닉> 개봉 전에 찍은 <아이언 마스크> <셀러브리티>가 개봉되었다.)
원래 디카프리오는 <타이타닉> 출연을 크게 내켜 하지 않았다. 잭 도슨이라는 캐릭터에 별로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모양이다. 한편 케이트 윈슬렛은 로즈 역을 꼭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당신의 로즈로부터”라고 적힌 카드와 함께 한 송이 장미를 카메론에게 보내 어필했다.
그런 윈슬렛도 촬영장에서 카메론이 보인 태도에 질렸던 것으로 보도되었지만,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윈슬렛은 올해 12월에 개봉하는 <아바타: 물의 길>에서 다시금 카메론과 작업했기 때문이다.
<아바타> 속편인 <물의 길>도 제작이 발표되고 공개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카메론의 경우 그게 꼭 나쁜 징후라고 할 수 없다는 걸 이미 다들 알고 있다. 올겨울 카메론은 그의 로즈와 함께 다시금 기록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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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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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스크린으로 보고싶네요
IMAX 필수 감상 필수죠.
이명작을 TV로 한번 봤다가 급후회한적이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