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8
  • 쓰기
  • 검색

돌아오지 않는 해병 (1963) 대하전쟁영화 걸작.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3200 4 8

 

 

 

 

 

과거 한국영화사 최고걸작을 꼽을 때 단골로 등장하던 영화가 바로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다. 

지금 보면 이해가 간다. 우리나라 영화사에서 드문 대하드라마다. 벤허나 글래디에이터처럼 말이다.

625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때, 인천상륙작전 후 국군이 북진하여 북한을 점령해가다가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막혀 

후퇴하는 시기에 벌어진 일이다. 이때 북진하여 가다가 중공군에게 막혀서 몰살 당하는 해병대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해병대 개인의 이야기라기보다, 그들을 통해 본 거대한 역사의 흐름같은 것이 진짜 주제 같다. 영화가 굉장히 넓고 

방대한 시대극으로 보인다. 잘 만든 대하드라마하면 내놓을 것이 돌아오지 않는 해병밖에 없었던 시기에는,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 우리나라 영화사 최고 걸작으로 꼽혔다고 해서 이상하지 않다. 

 

 

 

전쟁영화하면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이 영화에 다 있다. 전쟁의 비극과 휴머니즘, 실제감 있고 살벌한 총격전, 영웅적인 군인과 익살 맞고 인간애 넘치는 군인, 군인들 간 갈등과 전우애, 다가오는 죽음의 두려움과 함께 존재하는 일상의 유머러스함과 즐거움, 유머, 전쟁에 괴로움을 겪는 일반인들, 군인들의 전쟁을 통해 더 거대한 시대의 암울함을 기록해내는 것, 전쟁으로 몰살당하는 군인들의 비극 - 이 안에 높은 수준으로 다 있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난삽하거나 혼란스럽지 않다. 꽉 짜여져 있다. 이런 많은 주제들을 능란하게 다루고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대하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 - 대가만이 가능한 경지다. 그런데 이만희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 당시 겨우 32세였다. 

 

 

 

 

 

 

실제 인천의 주먹계 거물이라는 이야기가 있는 장동휘가 해병대 분대장으로 나와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미국으로 따지면,

찰스 브론슨 식의 남성미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다. 

해병대는 북한군을 무찌르며 기세 좋게 북진하는 중이다. 북한군과 벌이는 화려한 총격전이 영화 처음에 나오는데, 

이만큼 실감 나는 장면은 다른 영화에서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진짜 총을 쏘아대고 폭탄을 터뜨리기 때문이다. 누가 이런 무지막지한 아이디어를 짜냈는지 모르겠으나, 영화 찍자고 목숨을 내건 셈이다. 영화를 보면서 "와, 저렇게 실감 나는 장면을 어떻게 찍었을까"하고 궁금했는데, 정말 내 짐작을 벗어난 비범한 영화다.   

배우들에게 총을 막 갈겨댄 것이다. 아마 수류탄도 진짜가 아니었을까? 

북한군이 점령한 본부를 탈환하고 보니, 고문 당한 시체들이 쌓여 있다. 그 속에서 자기 여동생을 찾아낸 이대엽은 통곡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살아남은 어린 소녀 전영선을 찾아낸다. 이대엽에게는 죽은 자기 여동생이 살아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인 소녀다. 

해병대는 당분간 전영선을 몰래 숨겨 기르기로 한다. 

 

 

 

 

 

이 영화는 처음에 격렬한 전투 그리고 마지막에 격렬한 전투로 끝난다. 그 중간에 나오는 것이, 북으로 전진하는 해병대원들 간의 

희로애락과 전우애 그리고 짧은 일상의 즐거움이다. 짧은 대신 아주 강렬하고 비극적이다. 

이 해병대에 새 군인들이 전출되어 온다. 스타 최무룡과 구봉서다. 특히 구봉서는, 지상에서 영원으로에 등장하는 

프랭크 시나트라 비슷한 역할이다. 유머러스하고 속없이 웃기고 휴머니스트에다가 이 살벌한 영화에 코메디적인 요소를 부여한다. 

씬 스틸러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이 거대하고 무거운 대하전쟁드라마를 혼자 떠받치며 인상적인 코메디를 지속해나가는 것이 

어디 쉬운가? 이 무거운 영화에 짓눌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씬 스틸러라고 불릴 정도로 영화에 활기와 코메디를 한껏 불어넣는다 - 

구봉서는 이 영화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인다. 

 

소녀 전영선을 귀여워하는 해병대원들은 언제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살아간다. 바로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것 없다. 

그렇더라도 일상은 지속되어야 한다. 막걸리를 잔뜩 사다가 막걸리 파티를 하며 해병대원들이 미친듯 엉덩이춤을 추는 장면은

왜 그렇게 슬픈가? 휴가비를 받아다가 외박 나가는 해병대원들은 (장난으로 자기들보다 상급자로 삼은) 전영선에게 경례를 한다. 

"다녀 오겠습니다" 그러자 전영선도 경례를 하면서 "사고 치지 말고 다녀와라"라고 한다. 이 영화의 또 한가지 장점은, 

굉장히 생생한 현장감 묘사다. 지금 현재 상상으로 624 당시 국군을 그린 것과는 상대가 안된다. 

 

해병대원들은 중공군과 직접 대결하는 장소에 배치된다. 산으로 둘러싸인, 전략적으로 불리한 장소다.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아마 죽더라도 여기서 중공군 진격을 가능한 한 지연시켜라 하는 의도 같은데, 죽음을 늘 각오하고 있던 해병대원들은 

두 말 없이 자리를 지킨다. 인해전술로 밀려오는 중공군들이 산을 덮는 장면은 명장면이다.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이, 

막을 수 없는 force of nature 처럼 중공군들은 질주해 온다. 정말 효과적이고 인상적으로 연출된 명장면이다. 

 

해병대원들은 자기들이 여기서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한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총을 쏘며 그들을 막는다. 한 명 한 명이 죽어가면서 마침내 장동휘와 최무룡이 남는다. 

장동휘는 뒤에서 총을 쏘아대는 중공군에게 혼자 사격하러 가면서 최무룡에게 명대사를 한다. "너는 살아 남아라. 그래서 사람들에게 

물어라. 전쟁이라는 것이 인간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지금까지도 널리 인용되는 명대사다. 

살아남은 장동휘와 최무룡은 산처럼 쌓인 시체들 속에서 절규한다. 

 

1960년대 영화답게 아주 묵직하면서 감상적이지 않다. 그것이 마음에 든다. 전쟁의 참상과 휴머니즘을 말로 어떻게 때워보려고 하거나, "슬프지? 슬프지?" 하고 값싸게 충동질하려 하지 않는다. 묵직하고 생생하게 전쟁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참상과 휴머니즘을 스스로 체험하게 만든다. 그리고 해병대원들 하나 하나의 개성을 살려냄으로써, 그들의 처절한 최후를 감동적인 것으로 만든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4


  • 노스탤지아
  • 카란
    카란

  • 선댄스
  • golgo
    golgo

댓글 8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실탄 써서 촬영했다는 얘기가 있네요.

혹시나 유튜브 검색해보니 HD 해상도로 올라와 있고..

말로만 들었던 작품인데 시간 내서 봐야겠습니다.

15:44
22.09.27.
BillEvans 작성자
golgo
걸작이고 대배우들의 열연이 참 인상적입니다. 젊은 구봉서의 연기가 훌륭합니다.
00:38
22.09.28.
2등
전투 장면이 정말 박력있죠. 감독의 다른 작품인 "들국화는 피었는데"도 전투장면 연출은 볼만합니다.
16:09
22.09.27.
BillEvans 작성자
선댄스
제한된 자금으로 굉장한 퀄리티를 뽑아냈죠. 김수용감독이 헐리우드에 가서 프렌치 커넥션 카체이싱 장면을 찍는 것을 보았는데, 이정도 지원을 해준다면 이만희 감독은 더 잘 찍을 수 있다 하고 코웃음을 쳤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00:39
22.09.28.
profile image 3등
제목만 들어본 작품인데 잘 읽었습니다!
18:22
22.09.27.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나야, 문희] 예매권 이벤트 16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12:07 1690
공지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1] 시사회에 초... 17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20:03 2544
공지 [총을 든 스님] 시사회 당첨자입니다. 4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19:54 1895
HOT 디즈니 플러스) 왓 이프 시즌3 1화 - 초간단 후기(약 스포) 3 소설가 소설가 7시간 전23:50 806
HOT 2024년 12월 22일 국내 박스오피스 2 golgo golgo 7시간 전00:01 1173
HOT 저스틴 발도니 WME 에이전시에서 퇴출 2 카란 카란 9시간 전21:37 1190
HOT 김민주, 김혜윤 SBS 연기대상 1 NeoSun NeoSun 9시간 전21:50 1483
HOT 히든페이스 관객수 100만명 돌파 축하 인증샷 공개!! 4 카스미팬S 11시간 전20:07 1557
HOT 뇌를 좋아하는 좀비들의 귀환! 1 기다리는자 11시간 전20:03 978
HOT <최애의 아이: The Final Act> 실사화, 원작 팬과 신... 3 카란 카란 10시간 전20:37 842
HOT 매트릭스 주말 포스터 받았어요! 2 진지미 9시간 전21:37 740
HOT <수퍼 소닉3> 키아누 리브스 & 벤 슈와츠 일본 인... 7 카란 카란 19시간 전12:15 881
HOT <나폴레옹>을 보고 나서 (스포 O, 추천) - 리들리 스... 6 톰행크스 톰행크스 12시간 전19:03 690
HOT 단다단 애니메이션 2기 PV 공개, 2025년 7월 방영 예정 5 션2022 14시간 전16:52 804
HOT 올해의 영화 투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TV부문은..... 3 스티븐킴 스티븐킴 14시간 전17:23 782
HOT 곽도원 리스크 이겨낸 [소방관] 250만·손익분기점 돌파‥3억 ... 5 시작 시작 15시간 전16:00 2409
HOT <모아나 2> 300만 관객 돌파 3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5시간 전15:58 808
HOT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 GO> PV 공개 4 션2022 16시간 전15:09 841
HOT 광음시네마 롯데 괜찮네요 2 왈도3호 왈도3호 16시간 전14:44 725
HOT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티저 예고편 8 카란 카란 17시간 전13:55 1718
HOT 더니 빌뇌브, ‘듄‘ 영화화 비하인드 스토리 언급 2 NeoSun NeoSun 19시간 전12:06 1540
HOT 라이언 존슨의 차기작 ‘오리지널 SF’ 5 NeoSun NeoSun 19시간 전11:47 2237
HOT 자레드 레토,<마스터브 오브 더 유니버스> 실사판 출연 4 Tulee Tulee 20시간 전10:59 1482
1161483
image
e260 e260 1분 전07:24 5
1161482
image
e260 e260 2분 전07:23 7
1161481
image
e260 e260 4분 전07:21 21
1161480
normal
Sonatine Sonatine 51분 전06:34 82
1161479
normal
기둥주 6시간 전01:00 492
1161478
image
NeoSun NeoSun 6시간 전00:43 406
1161477
normal
뚠뚠는개미 7시간 전00:01 666
1161476
image
golgo golgo 7시간 전00:01 1173
1161475
image
이상한놈 7시간 전23:56 906
1161474
image
소설가 소설가 7시간 전23:50 806
1161473
image
hera7067 hera7067 7시간 전23:35 783
1161472
image
8시간 전23:19 392
1161471
image
hera7067 hera7067 8시간 전22:27 694
1161470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1:50 1483
1161469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1:41 449
1161468
image
hera7067 hera7067 9시간 전21:38 239
1161467
image
진지미 9시간 전21:37 740
1161466
image
카란 카란 9시간 전21:37 1190
1161465
image
hera7067 hera7067 9시간 전21:30 762
1161464
image
hera7067 hera7067 10시간 전21:25 249
1161463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21:16 406
1161462
normal
Sonatine Sonatine 10시간 전21:09 191
1161461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20:53 587
1161460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20:52 626
1161459
image
NeoSun NeoSun 10시간 전20:50 290
1161458
image
카란 카란 10시간 전20:37 842
1161457
image
카스미팬S 11시간 전20:07 1557
1161456
normal
기다리는자 11시간 전20:03 978
1161455
image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11시간 전19:41 272
1161454
image
NeoSun NeoSun 11시간 전19:26 384
1161453
normal
카스미팬S 12시간 전19:03 408
1161452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12시간 전19:03 690
1161451
normal
Sonatine Sonatine 12시간 전18:30 365
1161450
image
뚠뚠는개미 13시간 전18:19 719
1161449
image
e260 e260 13시간 전18:15 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