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에 일본도 분발하자는 일본 칼럼
미국에서 할리우드 소식 전하는 일본인 사루와타리 유키 기자의 칼럼입니다.
내용이 좋은 것 같아서 옮겨봤어요.
토요케이자이 신문 온라인판에 공개됐고요. 원문은 아래입니다.
https://toyokeizai.net/articles/-/618221
'오징어 게임' 에미상으로 보는 아시아 작품의 가능성
순수하게 작품으로 승부하는 시대, 뒤늦은 일본에도 만회할 길이
한국이 할리우드에서 점점 위상을 높이고 있다. 2년 전에는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며 역사를 바꿨는데, 이번에는 <오징어 게임>이 프라임타임 에미상 남우주연상과 각본상(둘 다 드라마 시리즈 부문)을 수상한 것이다. 외국어 작품이, 그것도 토종 한국인이 그 상들을 수상한 건 사상 최초의 일이다.
이 수상은 빅 뉴스지만 결코 놀라운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는 올해 초에도 미국배우조합상(SAG)과 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황동혁의 감독상 수상 역시, <석세션>이 예상대로 작품상, 각본상을 거머쥔 만큼, <오징어 게임>이 하나 가져가는 것도 납득할 수 있는 결과다.
그 두 사람이 영어로 수상 소감을 말한 것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황동혁은 “<오징어 게임>이 에미상에 노미네이트된 이후, 제가 역사를 바꿨다고 여러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 혼자서 역사를 바꿨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역사를 바꾼 겁니다.”, “<오징어 게임>이 비영어 작품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마지막 작품이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시즌 2도 제작될 예정
<오징어 게임>은 이미 시즌 2 제작 결정이 나온 상태여서, 물론 작품의 완성도에 달렸겠지만, 그들이 다시금 에미상에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또 에미상뿐만 아니라 이번의 대성공으로 잘 나가게 된 그들을 향후 다른 시상식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정재는 최근 디즈니+로 공개되는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결정됐다는 소식도 막 전해진 상황이다. 그에게는 다양한 (출연) 제안이 몰려들었고, 그중에서 심사숙고해서 선택했다고 한다.
또 여우조연상 부문(드라마 시리즈)에 노미네이트된 정호연도 차기작으로 조 탈보트 감독의 영화 <The Governess>에서 릴리 로즈 뎁과 함께 출연한다. <오징어 게임>의 두 배우들은 이번 에미상 시상식에서 나란히 시상자로도 나오면서, 할리우드의 일원으로서 확고한 자신감이 붙은 듯 보인다.
어쨌든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의 연이은 쾌거는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이미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7년여 동안 할리우드는 아카데미상 후보들이 백인투성이라는 비판을 받은 아카데미 측이 앞장서는 형태로 다양성에 대한 노력을 이어왔다. 액션 영화에서 더 많은 여성이 활약하고, 여성 감독이 기용되거나, 주요 출연진에 유색 인종을 포함시키는 등 여러 분야에서 배려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에미상 시상식에서도 사회를 맡은 흑인 코미디언 키넌 톰슨이 <석세션>의 출연진에 다양성이 없다는 걸 농담거리로 삼았다. 바야흐로 백인투성이면 꼭 지적당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재밌으면 인종은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설교’는 결국 불필요한 것이다. 출연자가 어떤 인종이든 작품이 재밌으면 보게 된다는 것을 <오징어 게임>이 증명했다. 애당초 과거 할리우드가 만든 것들이 백인투성이였던 건 만드는 사람들이 백인투성이라서, 보는 사람 역시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백인들이 나오는 걸 보고 싶을 거라고 단정했기 때문이었다.
흑인이 출연하는 영화가 만들어져도, 그것은 ‘흑인 관객 대상용’으로 자리매김했고, 아시아계가 주요 출연자로 나오는 영화는 거의 없을 정도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4년 전인 2018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아시아계 외의 관객들도 모으면서 미국에서 대히트. 그리고 2019년에 <기생충>, 2021년에 <오징어 게임> 등장하면서 그 설은 뒤집힌 것이다.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을 때, 그 이유로 아카데미 자체가 다양화를 진행했고, 투표자들 가운데 외국인이 늘어난 것이 자주 꼽혔다. 필자 역시 당시에 그렇게 지적했고 지금도 그것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영화가 순수하게 재밌었다는 사실이 간과됐던 것 같다고 생각된다. <기생충>은 전 세계에서 2억 6200만 달러의 극장 수입을 올렸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 역시 처음에는 결코 세계 제패를 노렸던 것도 아니고, 넷플릭스도 홍보다운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음에도, 재밌다는 입소문으로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 사상 최고의 시청 기록을 세우는 히트작이 됐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즉 엔터테인먼트에서 가장 큰 힘은 재밌는 것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으로 끝내지 말고 계속해서 만드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의 영향도 작용해서, 미국에서도 한국 드라마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었고, 약간의 붐도 생겨났다. 그것이 또 만드는 사람에게 의욕을 줌으로써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는 애니메이션 문화가 있고, 그 작품들이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하는 등 건투하고 있다. 하지만 실사 작품에서는 한국과 같은 기세가 없다. 올해 아카데미 시즌에선 <드라이브 마이 카>가 모든 상들을 독차지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일본 엔터테인먼트 업계 자체에 대한 기대가 생기지 않는 것은, 다음에 또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는 분위기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보여줬듯이 할리우드는, 그리고 세계는 이제 어떤 것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을 만들면, 단숨에 세계가 확장된다. 앞으로 또 어떤 나라에서, 어떤 작품이 나올 것인지. 가슴 설레는 시대가 왔음을 느낀다.
golgo
추천인 10
댓글 12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글에서 탈일본인같은 그냥 아시안이 일본매체에 기고한거 같은 느낌이 배어나오네요
잘 읽었습니다
보여주는 것은 결국 얼굴.
얼굴의 표정으로 만드는 연기.
일본배우의 틀에 박힌 연기력으로
세계에 뭘 보여줄 수 있을지.
애니메이션 캐릭터보다 못한 연기력으로
도대체 뭘 보여준다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블라인드 처리된 댓글입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