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1924) 걸작. 스포일러 있음.
굳이 1924년 영화를 본 이유는 다름 아니다. 특수효과와 자극적 연기가 범벅이 되기 이전
피터 팬 동화가 나온 그 시대, 소박하고 환상적이고 무대연극에 가까운 그런 원류를 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죠니 뎁이 나왔던 파인딩 네버랜드에 보면, 원작자가 피터 팬을 써서 극장에서 상연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때 그 따스하고 환상적이고 무대극적인 그런 피터 팬을 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완전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 환상적이고 동화적이고 따스할 수가! 너무 사랑스럽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후크같은 영화는 이런 보석을 그냥 망친 거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보아 당시 무대극의 분위기를 전해준다.
사실 이 영화 성공의 60%는 아주 매력적인 피터 팬을 연기한 배우 베티 브론슨에게 돌아가야 한다. 리메스터링이 되면서
당시 화질이 선명하게 재현되게 되었고 베티 브론슨의 쾌활하고 순진한 연기가 살아난다. 역대 최고 피터팬이다.
둥그런 눈을 크게 뜨고 깡총깡총 잠시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며 연기하는데 매력이 철철 넘친다. 이런 배우와 연기가 화질이 나쁘고 옛날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잊혀져 있었다니 아까운 일이다. 디즈니가 자기가 만드는 애니메이션에 방해가 된다고 사들여 버린 이유가 있다.
베티 브론슨의 연기는 도저히 애니메이션으로 따라잡을 수 없는 거다. 베티 브론슨의 연기를 보면 눈을 뗄 수 없다. 그만큼 흥미진진하고
따스하다. 그녀의 연기에는 악의나 복잡한 계산 그리고 순수하지 못한 잡티가 없다.
무대극으로 살아난 피터 팬은 정말 동화적이고 따스하다. 피터 팬의 첫장면 - 아이들이 자기 싫다고 울고 아이들 부모가 싫다는 아이들에게 약을 먹이려 애쓰는 평범한 장면 - 이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흥미롭고 재미있게 살아나는가? 마치 연극으로 보는 듯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장감이 있다. 피터 팬이 방에 들어와서 자기 그림자를 붙이려고 애쓰는 장면은 너무 사랑스럽다.
파터 팬이 날아다니는 장면이나 팅커 벨이 등장하는 장면은 오늘날 특수효과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소박하고 동화적인 장면이 오히려 정겹다. 마치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듯이 사뿐사뿐 날아오르는 피터 팬의 모습은 발레의 동작을 보는 듯 우아하고 아름답다.
원래는 빛의 형태로 동화에 나왔던 요정이 작은 미인의 형태로 나온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이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요정이 피터 팬의 사랑을 받는 웬디를 질투하는 것도 이 영화에서 시작한 거다. 하지만 이런 작은 혁신들도 주인공 베티 브론슨의 압도적 매력 앞에서 다 희미해진다.
피터 팬의 줄거리나 주제를 분석하는 것은 의미 없다.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이고 영화화가 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본 피터 팬은 아주 신선하고 흥미진진하며 아기자기하다. 원작자가 의도한 "당신이 몇살이든 이 동화를 읽을 때는 어린이로 잠시 돌아가 읽으라"가 글자 그대로 실현된 영화다. 역대 최고 피터 팬이 나오는 걸작이다.
추천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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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예회에서 어린이들을 탈을 쓰고 연극할 때 그런 느낌입니다. 현실을 재현하려는 목적이 아닌 동화극같은 느낌이 드는 영화에
딱 들어맞는 분장 같더군요.
악어... 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피터팬의 연기만으로도 볼가치가 있겠습니다.
무성 영화라 몸을 쓰는 연기가 지금과는 좀 다르네요.
귀한자료 감사합니다~
인형탈 개가 확실히 튀는데
배우들이 참 매력적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