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 에리크 그라벨 감독님과 인터뷰 하고 온 개인적인 소감
슈아픽처스 측과 익스트림무비의 ‘풀타임' 감독과 인터뷰하실 분 모집합니다.' 라는 이벤트가 올라 왔었는데요. 감사하게도 저와 deckle님이 선정되어 에리크 그라벨 감독님과 인터뷰를 하고 왔습니다.
내가 인터뷰를 신청하게 된 이유
영화를 사랑한다면 직접 만들어 보라는 격언이 있죠. 온전히 영화 속으로 뛰어들어, 직접 만들어 보면 완전히 달리 느껴진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영화 제작 및 연출의 단계까지 나아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씨네필을 지향하는 우리들은 각자의 일상에서 영화의 곁으로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입니다. 감독님과 배우님을 만나는 GV 자리를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언론 보도상의 다양한 내용들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또 영화의 굿즈를 모으고 나누기도 하죠. 이 과정들은 조금이라도 더 영화에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애정이 듬뿍 담긴 일들입니다.
이번 <풀타임>을 연출하신 에리크 그라벨 감독님을 만나 뵙고 인터뷰 하는 기회는 영화에 가까이 다가가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나아가 영화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행복한 기회라고 여겨지기도 했고요. 특히나 에리크 그라벨 감독님의 작품들이 아직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기 때문에 더욱 궁금했습니다. “어떤 세계로 우리를 이끌어줄까?”, “어떤 흥분감으로 물들게 해줄까?” 등등 말이죠.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 대하여
5월 당시에는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풀타임>이 소개되었습니다. 일정상 영화제를 갈 수 없었던 저는 영화를 볼 기회가 없었는데요. 슈아픽처스 측에서 5월 8일, 씨네큐브에서 <풀타임> 상영회에 초대를 해주셔서 미리 보고 왔습니다. 인터뷰는 5월 10일로 정해져 있던 터라 사실상 질문을 준비할 시간이 만 하루 정도밖에는 없었는데요. 의외로 시간이 부족한 부분이 심적 부담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설레는 등 양가적 감정을 느끼며 준비를 이어나갔습니다.
제가 인터뷰를 하면서 고민한 지점은 어느 정도의 수위로 질문을 할 것인지와 관련한 지점들이었습니다. 저 개인과의 1:1 인터뷰가 아니고, 익스트림무비에서 활동하신 회원님들의 이해를 도와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영화제와 특별상영회 GV에서 가급적 나오지 않은 질문을 준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관객인 저의 입장에서 질문을 하면 익스트림무비 회원들도 쉽게 이해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질문을 준비해갔습니다.
현장에서 저와 deckle 님에게 주어진 시간은 50여분이었고, 순차통역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저에게 주어진 시간은 15분 정도라고 생각하고 준비한 여러 질문 중 3~4가지로 다시 추렸습니다. 그리고 각자 질문을 준비해왔던 터라 질문의 순서와 내용을 두고 deckle 님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감독님을 만나러 갔습니다.
에리크 그라벨 감독님과 슈아픽처스 대표님의 배려로 기존 50여분 보다 긴 시간동안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앞에서 밀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은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영화를 주제로 아주 세밀한 이야기들을 오롯이 듣고 또 질문하는 시간 덕에 <풀타임>에 대한 애정이 샘솟아 나는 시간들이었네요. 특히나 아직 개봉되지 않았고, 장편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선보이지 않은 미지의 감독님과 편견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더욱 풍부한 대화가 가능했습니다.
내가 만나본 에리크 그라벨 감독
대면해서 대화를 나눠 본 에리크 그라벨 감독님은 다른 측면은 잘 모르겠지만 영화라는 주제에 있어서 만큼은 매우 진중한 분이셨습니다. 오후 내내 각 언론 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우리가 마지막 시간이었음에도 꼿꼿하고 흐트러뜨림 하나 없는 자세로 경청하고 대답을 해주셨습니다. 본인 영화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를 즐기시고, 그 안에서의 행복감을 찾는 것이 느껴져서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평소에도 씨네필을 지향하시고 영화도 많이 즐기신다는 이야기를 접했는데, 인터뷰 중에도 일로써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프랑스어 통역사 분께서 섬세하게 캐치해주시고, 대화를 잘 전해주셔서 어색함 없이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하고 난 소감
저는 영화와 전혀 관련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느 보통사람보다는 독립예술 영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씨네필에 비하면 훨씬 미치지 못했죠. 그런데, 정말 우연한 계기로 익스트림무비를 만나게 된 이후로 정말 삶이 풍부해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세계를 알면 알수록 보고 싶은 영화가 정말 많아지고, 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더라구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레 영화 다 소비층이 되고, 영화를 풍부하고 깊게 보고 있습니다. 마치 쉴 수 있는 아늑한 동굴을 발견한 느낌입니다. 이제는 자신 있게 주변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저의 취미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라고요.
특히나 익스트림무비 활동을 하면서 인생 썰이 2개가 생겼는데요. 하나는 <쥬라기월드3> 시사회, 아이맥스관에서 육성으로 카운트 다운을 해본 것이고요. 또 다른 하나는 <풀타임>의 에리크 그라벨 감독과 대면 인터뷰를 한 것입니다. 이번에 인터뷰 녹취를 풀고 정리하면서 마치 제가 영화를 만든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특정 영화를 영화 내·외적으로 깊게 애정 한다는 의미를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영화 산업과 영화 생태계의 노동자들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인터뷰 노동자의 어려움인데요. 물론 기계적이고 형식적으로 문답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누군가에게 깊이 있는 질문을 하기 위한 제반 준비과정의 애로점을 많이 느꼈습니다. 사람은 경험의 동물이라고 하는데, 제가 인터뷰를 직접 준비하면서 인터뷰 노동자들의 노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인터뷰를 하는 감독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일은 호흡감이 매우 긴 일인데요. 영화제와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나서는 인터뷰 투어를 하게 됩니다. 이때 여러 매체의 질문이 드라마틱하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비슷한 질문을 받을 수 밖에는 없을 텐데요. 그럴 때 매번 기계처럼 같은 답을 하기도 면구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수입 배급사의 어려움인데요. 모 작은 수입 배급사에서 선보인 모 작품은 몇 천명이 채 들지 않은 채로 극장에서 내렸다고 알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좋은 작품을 가져와서 선보이는 일은 씨네필들에게는 설레고 신나는 일이겠지만 영화 티켓가격의 인상과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중소 수입 배급사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타격으로 다가오니 참 안타까웠습니다. 국내의 다양한 영화 생태계를 지키고 계신 슈아픽처스를 비롯한 많은 중소 수입 배급사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상대적으로는 작지만 영화적 성취가 있는 작품을 더욱더 힘껏 껴안으며 씨네필을 지향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군가는 후루룩 읽고 끝날 짧은 인터뷰이지만 저 개인에게는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내내 생각이 날 것 같네요. <풀타임>을 포함한 다양한 영화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좋은 추억 만들어주신 슈아픽처스와 익스트림무비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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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영화관람후 꼭 인터뷰 정독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셨네요.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화 즐감하세요✊️✊️
와 스크랩 하겠습니다 !!!
침착하게 잘 준비해서 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