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무 시사)비상선언-리뷰(노 스포로 쓰느라 어려웠어요)
영화에 대한 정보를 1도 모른 채 갔습니다. 자주 그럽니다. 그래야 영화를 보고 "찐"으로 놀라고 "진심"으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인 저의 찰진 작은 깜냥 또는 경험치.
다만.
영화라는 게.
절대 다수를 만족시키기 위한 영화적 기능을 위해서는!
잘난 몇몇보다 평균적인 또는 오히려 영화를 보는 횟수나 영화에 대한 관심이 평균 이하인 분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정답일 겁니다. 이건 흥행에서도 마찬가지이지요. 매일 극장에 오는 한 사람보다는 일주일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 나아가 1년에 한 번 극장에 오는 관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이는 "대중적"이라는 단어로 대체 가능합니다.
반면!
열광적인 지지자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이번 <탑건: 매버릭>을 통해서도 또 <마녀 Part2 The Other One>을 통해서도 단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흥행 예측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또 어감이 좀 이상합니다만) 평균 이하의 통계에 해당하는 관객을 움직일 수 있는 영화야말로 어떻게 보자면 흥행은 따놓은 당상이 아닐까.(아 이 한심할 정도로 상투적인 표현이라니!) 이왕 니쥬를 깔았으니 결론부터 말해버리면, 영화 <비상선언>은 지지자들의 입소문부터 시작해 평균 이하의 통계를 가진 관객으로 옮겨가지 않을까. 비행기가 이륙해 고공비행을 하고 착륙하듯이 흥행하지 않을까, 그런 예상을 해봅니다.
1. 재난영화
재난영화는 제가 스스로 느끼기에 좀 못된 장르입니다.
어싸일럼 같은 B급 무비 최고봉이 제작한 영화나 이에 준하는 <허리케인 쓰나미>처럼 구강재난으로 끝나는 영화가 아니라면, 많은 제작비는 기본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재난영화는 재난 자체가 주인공이기에 등장인물이 타자화되어 밀려나고 맙니다. 대놓고 이사람 주인공이야, 하는 정도의 재난영화가 잘 있지도 않지만 영화가 진행하고 재난이 중심에 자리하면서부터 인간 군상을 다루는 게 이 영화 장르의 법칙이라 기억에 남는 배우가 뒤로 밀려나 버리죠.
즉!
엄청난 제작비에 더해 수많은 주연급 배우들이 필요하거나 아니라 해도 엄청난 배우가 등장해야 하는데 이들 배우가 결국 재난 뒤로 가려진다는 겁니다. 잘 떠올려 보시면 재난 영화 제목은 기억이 명확해도 등장한 배우는 한둘 빼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으실 겁니다.
거기다 흥행 여부!
재난영화는 그 엄청난 제작비로 인해 약간이라도 흥행에 암초를 만났다 하면, 그 즉시 재난으로 결과가 돌아옵니다. 영화사가 망한다거나 투자배급사가 사라지는 것 같은 재앙의...!
결국!
눈에 띄도록 신박하게 만든 재난영화에 눈물 철철 나도록 다 아는 결말까지 다다른다고 해도, 재난영화가 결과적으로 현실에서 재앙이 아니게 되기는 정말 쉽지 않다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결론 아닌 결론에 다다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비상선언>이 무언가를 해냈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뻔한 소재로, 철저하게 한국적으로 변모하며, 도덕과 생명, 윤리와 정치, 이기와 이타, 기준과 허용을 개인에게 반목하는 숙제로 던져주며 눈물까지 짜내는 것도 모자라 두 손 모아 기도하게 만드는 영화로 탄생되었더군요.
영화 보는 2시간 20분 동안, 마치 그 재난을 직접 목격하고 목도하며 어떻게든 해결되고 살아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응원하며 보게 되더군요. 이걸 다른 말로 이렇게 말하겠죠.
재난 영화의 전형을 잘 따른, 심지어 교과서라 부를 정도로 잘 만든 재난영화다!
2. 한국의 배우
K-Movie가 성장과 진보, 성취적인 결과를 얻어내며 각광을 받는 이들은 한둘이 아닐 겁니다. 할리우드로 진출한다는 감독의 소식 이외에도 우리가 매체로만 전해듣던 유명 영화제나 시상식 등에 한국 배우의 이름이 종종 등장합니다. 최근 <오징어게임>이 불러온 세계적인 성과는 오히려 표현하여 적는 게 피곤할 정도로 가시적이고 파괴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배우 이름을 적어봅니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영화제?
드라마 어워드?
아닙니다. 다 아시겠지만 <비상선언> 출연진입니다. 화려하다 못해 대단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이들을 한 데 모으려면 얼마만큼의 시나리오와 그 안에 담긴 드라마가 설득을 한 걸까요?
이들이 출연하도록!
아주 간단히 유추할 수 있을 겁니다. 시나리오가 미치도록 좋았거나, 그게 아니라면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할 정도로 영화에 무언가가 있었거나.
감히 말씀하자면, <비상선언> 안에는 한국의 배우가 다 있습니다. 각자가 주연을 맡을 수 있는 7명의 배우도 모자라 중견급, 단역, 남과 녀, 노와 소를 가리지 않고요. 그리고 이들 배우들이 각기 하나의 독립된 개체로 기능합니다. 단순히 허비되거나 소비로 그치지 않고 각자의 롤에서 각자의 역할을 시작에서 끝내는 것으로 말입니다.
<비상선언> 안에는 한국 배우가 모두 있습니다! 이 모두가 하나의 배우로 또 집합으로 기능합니다.
3. 종합예술
정말 뻔하디 뻔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부릅니다.
소설이라면, 텍스트로 그려진 단어와 이를 조합한 문장을 머릿속에서 인간이 지능적이며 능동적으로 재생해야 합니다. 오늘, 현대로 보자면 매우 후진적인(ㅎ 저 소설가인데...) 매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음익이라고 치면, 인간이 가장 집중하는 3분 안에 기승전결을 가진 마무리까지 포함해 인간의 뇌리에 멜로디와 박자를 박아넣어야 합니다. 이게 기능하면 인간은 하루 종일 한 음악을 흥얼거리게 되지요.
배우라고 또 연기라고 한다면, 무대가 있어야 합니다. 무대가 있으려면 미술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수많은 인력과 기술, 자원이 뒤따릅니다.
작게만 꼽았습니다만! 어떤가요?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려면 얼마나 많은 집합적인 노력과 비용이 들지.
<비상선언>은 이 종합예술을 단 한 번의 울림으로 승화시킵니다.
영화 도입부. 비행기가 떠오르고. 그 고동치는 저음의 사운드가 극장을 울릴 때! 저는 단번에 결론하고 말았습니다. 끝났다! 가슴이 웅장해지고 영화를 보고 있다는 그 벅찬 감동이 고동치는 사운드만으로도 해갈되는 영화, 한 편! <비상선언>
극장을 지진처럼 울리는 첫 사운드만으로도 이 영화는 끝났다!
4. 기준에 대한 도전, 도전에 대한 기준
우리는 인간이므로, 그리고 인간이기 때문에 유기적으로 살아갈 기준을 배웁니다. 여기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되지만 가장 쉬운 단어 하나로 표현하라면 바로 도덕입니다. 사전적으로는 "인간이 지켜야 할 바람직한 행동의 규범"입니다. 여기서 <비상선언>이 묻습니다. "바람직한"이 무엇인지.
저는 영화를 보기 전까지 이 영화의 소재가 항공기 테러, 라는 알려진 줄거리 정도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관람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이 글을 노 스포로 적는 이유는, 관객들 역시 그래야만 항공기 테러에 더 크게 당하고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등 한국이 검증한 배우가 주는 감동에 더 크게 테러 당하리라 판단한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만만하게 보이고 쉽게 넘어갈 듯한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종국에 이르러 내게 이걸 물어봅니다.
과연 바람직한 게 무엇인지!
우리가 지금껏 배워온 것에 대해 반목하게 합니다. 거기에는 윤리와 생명, 이타와 이기까지 포함합니다. 어느 누구도 <비상선언>이 진행하는 이타에도, 또 이기에도 한쪽의 편을 들기가 어렵습니다. 윤리와 생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적었던 도덕의 "바람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가 제시한 결론이 절대적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은 분명 한 번쯤은 자신에게 물을 겁니다.
절대적인 기준 즉 진리와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도덕이 바뀔 수 있을까?
다만 한 가지는 <비상선언>이 공감하게 합니다. 생명만큼 즉 인간의 가치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입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 즉 금수와 다른 것은 단순히 생명을 영위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양보하고 배려하며 살기 때문이지요. 가족에게는 또 지인에게는 그래서 결과적으로 큰일이 터졌을 때 이타적일 수 있는 인간만의 영위.
5.비상선언
재난영화입니다. 대략 3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고 합니다. 영화의 성패에 따라 하나의 제작사를 넘어 투자배급이 살짝 경화가 올 정도의 금액입니다. 잘 만들기 위해 사력을 다했을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합니다. 그럼 어떻게 잘 만들었을까.
비상선언 한 편 안에 한국영화 관련은 다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배우. 한국 영화의 클리셰. 한국적인 플롯. 기타 등등. 그런데 이게 잘 조합하여 기능합니다. 클리셰는 클리셰대로, 배우는 배우대로, 플롯 역시. 이 종합예술은 딱 한 번의 고동만으로도 관객을 사로잡을 정도입니다. 영화 시작한 어느 순간부터 두 손 모으고 끝까지 보고 있는 저 자신에게 매우 놀랐습니다. 그만큼 간절하게 다가오는 영화입니다. 그렇다고 과잉과 억지가 없는 것은 아니나 윤리와 생명, 이타와 이기가 맞부딪치다 해갈 지점에 이르렀을 때! 그 거대한 카타르시스는 누리지 않은 관객은 알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후련해집니다.
비상선언이 얼마나 관객을 후려치고 테러해 극장으로 모을지는 저의 깜냥으로는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재난 영화로는 드물게 요소들이 잘 기능하고 조합해 외국 어느 영화에도 꿀리지 않습니다. 잘 만든 재난영화입니다. K-Movie라고 말해도 부끄럽지 않은 정도입니다. 할리우드라면 1억 달러로도 만들기 어려웠을 듯한 퀄리티입니다.
비록 조금 길고 과잉이나 약간의 억지가 있다 해도, 이 정도면 충분히 눈감아 주고도 남을 정도였답니다. 좋은 영화였습니다!
추천인 36
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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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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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우니 건강 잘 챙기시고요. 얼른 비상선언 보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물론 나쁘게 보려면야, 나쁘지 않은 영화 없잖아요.
그냥 많은 부분에서 간절히 보게 만드는 영화였어요.
오늘도 좋은 날 되십시오.
익무 시사 참여하십시오.
글 잘 봤습니다. 후반 전개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현실에 가깝다고 공감할 이들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영화는 정말... 두 손 모으고 보고 있더라고요 제가.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앞으로 익무에서 자주 뵈어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많이 많이요~~~!
앞으로 자주자주 뵈어요. 익무 참 신나고 행복한 곳이랍니다.
왠지 그냥 감성에 젖게 하는 닉...비디오테이프...
잘 기억할게요. 오늘도 좋은 일 가득하십시오. 그리고 오래 기억되는 오늘 되시기를요.
오늘도 행복하시고 좋은 날 되십시오.
시사 신청하셔요. 얼른 보시길 바랄게요.
날이 더우니 건강 잘 챙기시고요. 좋은 날 되십시오.
영화도 얼른 감상하세요. 이왕이면 익무 시사로!!! 꼭이요.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였어요!
오늘도 행복하십시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오늘도 좋은 후기 보고 배워갑니다! 한국영화에서 보이는 모든 요소들의 집약체 같은 영화, 종합선물세트라 보면 되겠네요!!
기대 정말 됩니다 :)
칭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오히려 제가 길게 적은 걸 설레는 영화관 님께서 한문장으로 정리해 주셨어요.
한국 영화의 집약체, 종합 선물 세트!
오늘도 좋은 날 되시구요, 행복한 일 가득하세요.
영화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