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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들어 미워도 다시 한번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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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은, 우리나라 신파조 영화의 최고봉으로 가지는 위치 때문이었다. 얼마나 영화가 형편 없냐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영화가 얼마나 형편 없냐를 확인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영화를 본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한때 걸작으로 생각되었던 영화가 지금은 형편없는 영화가 되어버렸다면 그 사실 안에는 아주 중요한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결론은 "나쁘지 않네?"이다. 왜 이 영화가 그렇게까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성공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 당시는 관객들이 슬픔을 소비하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등장인물에 감정이입하여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을 소비하기 위해 영화관에 가는. 너도 나도 슬프디 슬픈 최루성 영화를 만들어냈으니. 우아하고 절제되었지만 그 안에 간절한 슬픔을 간직하고 있던 동심초같은 멜로영화는 지금도 걸작으로 느껴지지만, 미워도 다시 한번은 캠피한 영화가 되었다. 슬픔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 보고 나면 킬링 타임 잘했고 유쾌해지는 멜로영화라니 참 안 좋게 늙었다. 

 

신영균이 서울에서 자취생활을 하는데 유치권 교사 문희가 신영균에게 밥도 해주고 서로 알콩달콩 산다. 그러다가 문희가 덜컥 임신까지 하게 되는데, 신영균은 그런 문희 앞에 애까지 딸린 아내를 데려온다. 여기서 신영균 캐릭터는 코믹 캐릭터에 가깝다. 당시는 축첩문화가 아직 남아있어 사람들이 그런대로 공감했다는 설명도 있는데, 문희가 지금 첩이 아니지 않은가? 알고보니 신영균은 마음이 너무 착해서(?), 자기에게 잘해주는 문희를 실망시킬 수 없어(?) 잘 해주었다는 것인데, 이것이 임신까지 이어진 것도 신영균의 착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신영균의 아내 전계현은 애기 포대기를 둘러입고 한 손에는 애기 손을 붙잡고 쫓아온다. 그러자 착한 신영균은, 아내와 문희가 둘이 알아서 하라고 하고, 뒤로 슬쩍 빠져버리는 배려(?)를 보여준다. 흠, 화나고 슬퍼야 하는 장면이 맞는데, 코믹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얼까? 

 

문희는 애까지 들쳐업고 온 전계현에게 뭐라 말할 수 없고, 전계현은 속아서 임신까지 한 어린 아가씨한데 뭐라 이야기하기도 그렇고 하다. 그냥 그렇게 별 말 없이 문희와의 러브스토리는 끝난다. 신영균은 아내 손을 붙잡고 문희를 버리고 간다. 

 

문희는 멀쩡한 직업도 버리고 동해안 바닷가 마을로 가서 바닷가 아낙네가 된다. 흠, 어째 이 장면에서 좀 웃겼던 것 같다. 임신해서 몸도 무거운 여자가 선택했다는 것이 중노동 중의 중노동일 바닷가 어촌의 일이라는 건가? 그동안에 사업 성공으로 부자가 된 신영균은 최고로 럭셔리한 삶을 산다. 그는 문희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다. 

 

문희는 자기가 고생하는 것은 괜찮아도, 가난 때문에 아들 김정훈이 무식한 아이로 자라는 것이 가슴 아프다. 그래서, 신영균에게 연락해서 아들 김정훈을 데려가라고 한다. 아들을 위해 모든것을 희생하는 헌신적인 어머니다. 신영균은 김정훈을 보자 엄청난 부성애를 느껴서 아들을 위해서는 뭐든 하리라는 생각이 된다. 자, 그런데 문제가 있다. 조강지처 전계현에게 "임자가 내 사생아를 키워줘" 해야 하는데, 좀 낯뜨겁다. 당시 축첩제도가 남아있었던 시대라 그런지, 조강지처 전계현은 여자의 숙명을 받아들인다. "엄마, 엄마는 왜 같이 갈 수 없는 거야" "아저씨, 우리 엄마도 데려가" 하며 어린이 김정훈이 문희와 신영균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는다. 문희가 김정훈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한 바가지 쏟는다. 신영균은 이렇게 사태를 만든 것이 다 자기 책임인데, 누가 자기에게 이런 숙명을 주었냐고 절규한다. 만악의 근원이 신영균이다. 

 

전계현이 아무리 자기 자식처럼 김정훈을 키우려 해도 자기 자식이 아니니까 아무래도 김정훈에게 서운한 일이 생긴다. 부성애 가득한 신영균은 김정훈을 잘 다독이며 위로해주긴 커녕 스파르타 식으로 "여기 왔으면 우리집에 적응해야지"하면서 혼만 낸다. 문희는 아들 김정훈이 그냥 고생만 하는 것을 알자 아들 김정훈을 데리러 와서 함께 바닷가 마을로 내려간다. 이번에도 김정훈이 아버지 어머니 사이를 오가며 열일하고, 신영균이 눈물 한 바가지를 쏟는다. 따지고 보면, 자기 집에 온 김정훈을 괴롭게 만든 것이 자기인데 말이다. 

 

이 영화는 지금 보면 캠피한 즐거움을 준다. 신영균은 본의는 아니겠지만 엄청난 개그 캐릭터가 된 것 같다. 뭐만 하면 "아, 이거 난감한데?"하는 표정을 지으며 뒤로 쏙 빠지고, 여자들끼리는 뭐라 하기 멋쩍어서 그냥 흐지부지 갈등이 해소되는 구성으로 간다. 문희도 전계현도 여자의 숙명을 받아들이며 인고의 세월을 (신영균 때문에) 산다. 이것이 미덕으로 받아들여지고 관객들이 감정이입해서 눈물까지 쏟았다는 것을 보면 세월이 바뀌어도 엄청 바뀌었다는 건가? 

 

걸작 퀄리티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지만, 대신 이야기 뼈대가 엄청 단순하고 효과적이다. 관객들에게 횡설수설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최루성 장면들을 엄청 십압해도 영화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영화가 섬세하게 감정을 그리지도 않는다. 완급조절 강약조절 그런 거 없다. 그냥 돌직구로 뭐만 하면 눈물 한바가지 쏟는다. 이런 종류 영화를 개발해낸 것이 이 "미워도 다시 한번"인가? 70년대 우리 영화계를 풍미한...... 신영균 말마따나, 걸작은 아니지만 시대를 충실히 반영한 가치를 가졌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물론 그것도 대단한 위업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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