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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이동진 GV 정리 - 3부

메론맛다시마 메론맛다시마
54909 36 10

 

 

 

여기서부터는 영화 시각적 자료가 많이 제공이 되서 일부 소제목에 해당 상황을 () 이렇게 안에 정리해놨습니다.

영화 보신분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요.

기억이 안나는 자료는 안적었어요. =_= 헤헤...

 

 

 

 

 

<캐롤> 이동진 GV 정리 - 3부

 

 

 

 

 

<파 프롬 헤븐>은 화면 자체가 굉장히 깨끗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캐롤>에서는 거리 자체가 지저분하게 표현되거나, 비가 오고 바닥에 낙서도 되어 있다. 50년대의 혼란 같은 것을 이런 시각적인 부분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아까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결국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아주 신비스럽고도 가장 순진하게 경탄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사랑은 전인적이지 않은가. 대충할 수가 없다. 그래서 수 많은 일들이 일어나게 되는 건데. 그런 사랑이 가지고 있는 전인성이라는 것 때문에 상대방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거다. 예를 들면, 남자는 많아, 세상의 절반은 남자야 라고 이별을 겪은 여자한테 말해봤자 하나도 소용이 없는 것은, 떠난 남자는 그 남자다. 수 많은 남자 중의 한 남자가 아니다. 그래서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것으로 사람을 느끼는 것이 사랑일 텐데, 그런 것들을 영화에서 너무 잘 보여준다. 캐롤이 계속 이야기 한다. 당신은 너무 특별하고 하늘에서 떨어진 것 같다고. 오로지 그 사람만 보이는 그런 것들을 영화에서는 시선을 잡는 방식으로 집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캐롤의 집으로 가는 터널씬)

이 영화에서 사실상, 이 영화가 하고 싶은 모든 말은 이 장면에 다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캐롤의 집으로 함께 차를 타고 가는 장면인데, 중간에 보면 다른 장면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빅 클로즈 업을 쓰고 있다. 그 때 이 두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면서 시선을 교환하고, 배우들의 연기, 그것을 찍어낸 방식이나 그런 쇼트들을 연결하는 편집 방식 같은 것들이 굉장히 몽환적이면서도 신비스럽다. 사랑에 빠진 두 연인의 설레고 좋은 순간을 포착하고 싶은 영화가 전 세계 170만편쯤 되지 않겠는가. 근데 그 중에서 정말 극소수의 영화들만 그게 성공하게 되는데, 캐롤은 그런 기적적인 순간이 이 영화에 들어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장면이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묘사된 것은 당연히 작심하고 만든 로케이션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터널에 들어가서 그 터널이 갖고 있는 어떤 앞을 볼 수 없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널 속에 우리 둘만 있음. 이런 것에 대한 사랑의 느낌들을 영화에서 너무 잘 보여준다. 그 자체를 어떤 차창의 먼지나, 빛의 산란 등을 통해서 아주 훌륭하게 보여준다. 그 때 사실 그 두 사람이 느꼈던 감정이 사실상 이 영화의 거의 모든 것이 아니겠는가 라는 거다.

 

이름이 테레즈 벨벳인데, 테레즈라는 이름은 프랑스 발음이고, 벨리벳은 체코 성이다. 이런 식으로 듣자마자 그 이름이 독특하다고 하는데, 그런 거 자체가 이 영화가 말해주는 사랑의 고유성과 유일성 같은 부분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사랑은 전인적이라고 아까 말했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인물이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랑을 하게 되면 모든 게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원래 이 인물은 점심 메뉴도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요즘 이야기로 말하면 햄릿 증후군 같은 거다. 결정장애를 가진 여자다. 그런데 이 말이 무색하다. 프랑스를 가자느니 결혼을 하자느니 하는데, 다른 남자를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자기 남친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차일피일 핑계를 대고 미룬다. 결정장애가 있는 것이다. 이 영화 식으로 말한다면 그런 리처드를 사랑한 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기는 그런 사랑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 결정장애인줄안거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캐롤하고 사랑에 빠지게 되니까 모든 게 바뀌어서 상대가 인형이 없다고 하니까 기차 세트를 바로 이야기하고, 바로 그 전에 메뉴얼을 보지 않는가. 줄줄줄 읽다가 단번에 확신 있게 그녀에게 기차 세트를 소개 해 준다. 이번 일요일에 놀러 올래요 라고 말하자 바로 yes라고 말한다. 여행을 서부로 가자는데 직장 그만두고 가야 하는데도 그만두고 따라간다.

 

 

 

대조, 그리고 두 인물의 차이점

영화 속에는 두 남자가 있다. 리처드가 있고, 갑자기 분위기 속에서 키스하게 된 대니라는 남자가 있는데 이 대니는 그녀를 이해해 준다. 리차드는 체제 내의 인물이다. 사랑이라는 통념 내의 인물이기 때문에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 두 사람(대니와 테레즈)의 대화가 굉장히 중요한데, 그 전에 대화를 길게 보면 대니가 그런 말을 한다. 사진을 찍을 때 사람은 안 찍는다 라는 이야기를 한 직후에,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때가 있게 되는데 그런 게 그 사람에게 끌리거나 끌리지 않는 이유라는 걸 우리가 알 방법이 없다. 우리가 아는 건 그 사람에게 끌려있느냐 아니냐 라는 사실 그 자체. 감정이지 감정의 이유가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정 반대편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리차드다. 자전거를 타고 둘이 이야기를 할 때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이유가 있기 마련이야 라는 말을 한다. 이런 두 가지 사랑법이 영화 속에서 대조가 되고 있다.

 

딱 봐도 알듯이, 테레즈는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한 여자가 아니다. 경영자가 선물이랍시고 생색내면서 줬던 크리스마스 산타 모자를 혼자서 쓰지 않는다. 그리고 영화에서 보면 직장생활을 굉장히 지겨워하고 있다. 사물함 앞에서 시간 기다리다가 딱 칼퇴하는 장면 등이 이런 것들을 보여주는데, 다시 말해서 테레즈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나 자신의 모습에 굉장히 불만족스러운 상황이다. 놀랍게도 영화에서 모자를 초반에 쓰게 되는데, 쓰게 되는 이유는 매니저가 쓰라고 해서다. 그런데 매니저가 쓰라고 말하는 동작을 캐롤이 영화 속에서 고스란히 따라 한다. 그러니까 사실상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한 명은 직장 매뉴얼대로 왜 모자를 쓰지 않느냐 라고 지적해서 쓰기 싫은데 억지로 쓴 거고, 그렇게 억지로 쓴 모자를 자기에게 가장 큰 강렬한 경험을 남긴 여자가 가면서 당신 모자 예뻐요 라고 말을 한 것이다. 같은 동작으로.

 

그러니까 이 두 사람의 첫 만남에서 캐롤이 테레즈에게 안겨준 것은 사실상 자기가 너무 싫은, 지겨워하는 그 삶이 사실은 특별한 거다 라고 지적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삶의 의미를 바꿔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 반대로, 캐롤에게 테레즈는 어떤 여자냐? 장갑을 돌려준 여자다. 장갑을 돌려줬다는 건 자기가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린 것을 돌려준 것이다.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린 것은 굳이 이렇게 일대일로 해석할 필요는 없겠지만 영화 식으로 이야기한다면 동성애적 정체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일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이 장갑을 돌려주는 행위 속에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장갑을 돌려준 사람이야 라고 말하면서 사라 올슨한테 말하는데, 민망하니까 말을 돌려서 캐롤이 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이야기가 뭐냐면 빨리 여기 교통 혼잡을 빠져나가지 못하면 큰일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테레즈는 케롤을 혼잡한 상황 속에서 끄집어내주는 여자다. 그런 면에서 이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의미가 있다 라고 말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선물한 것을 보자. 선물 한 걸 보면 카메라를 선물했다. 비싼 카메라. 여기서 계급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카메라라는 것은 테레즈 입장에서 보면 미래의 꿈이다. 현재로는 취미로 갖고 있지만 한 번도 사진을 팔아본 적도 없고 전시해 본 적도 없고 막연하게 사진 찍는 것이 직업이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미래의 꿈이다. 지금 갖고 있는 카메라도 별로이기도 하고.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던 캐롤은 테레즈에게 카메라를 선물한다. 카메라라는 것은 미래를 뜻하는 것이다. 테레즈에게 있어서. 다시 말해서 캐롤은 테레즈에게 미래를 열어준 여자인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테레즈는 레코드 판을 선물한다. 그 레코드 판은 뭐냐, 둘에게 아주 좋았던, 뭐 그날 저녁은 개판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그 전까지 아주 좋았던… 내가 앉아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고 OOO 노래를 연주할 때. (가수가 안들립니다.) 캐롤은 맨발이었다. 그것도 굉장히 섹슈얼 한 느낌이다. 둘이 가졌던 어떤 감정, 썸의 가장 고귀한 형태가 아닌가. 그런 상황 속에 둘이 함께 있던 경험이 있는데, 그 경험을 반추하게 해주는 선물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테레즈는 캐롤에게 과거를 자꾸 건드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과거에는 불안도 있다. 그 불안의 핵심은 애비와의 사랑이다. 그러니까, 그런 부분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한 쪽은 추억을 자극하는 관계고 한쪽은 미래의 꿈을 자극하는 관계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테레즈의 성장영화처럼도 보인다.

 

다음에, 이걸 왜 했지... 기억이 안 난다. 생각이 나면 말해주겠다. (웃음) 대본이 있는 게 아니라서, 미안하다. 이건 또 왜 했지... (웃음) 지금 내가 말한 것만 해도 두 사람이 큰 차이가 있다. 인생의 단계라던가 전제 조건에도 차이가 있다. 이 차이가 생각보다 많다. 많은데... 이 두 개는 모르겠으니 넘기겠다.

 

 

 

정체성

이 장면을 보게 되면 캐롤이 초청해서 그녀 집에 가게 되었다. 손님이다. 손님인데 음식을 테레즈가 준비하고 있다. 커피도 준비하고. 왜 담배가 없어서 여자가 히스테리를 부리는데 담배 가게를 알려주면 내가 처음 간 동네에서 담배를 사오겠다고 말을 하는가. 이건 두 사람 사이에 계급 문제가 있다는 거다. 애초에 고객과 손님으로 만났고, 고객이 손님이구나. (웃음) 고객과 점원으로 만났고, 뿐만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는 현격한 계급 격차가 있다. 예를 들면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도 똑같이 주문한다. 그런 레스토랑에 가본적이 없으니까. 그런 묘사들을 통해서 사실 두 사람 사이,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 계급의 방해물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런데 사실 모든 멜로 영화에는 방해물이 있다. 두 사람이 사랑하는데 방해물이 없으면 사실상 멜로 영화는 그 장르의 어떤 동력이 없는 것이다. 하다못해 시어머니가 반대한다던가, 만났는데 남자 성격이 싸가지가 없는데 내가 싸가지 없는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거나 등. 이런 것들이 사회성을 가지면서 점점 더 강화가 되는데, 강화가 된다는 것은 통념이 강한 것을 끌어들인다는 거다. 그런 걸 넘어설 때 우리는 더 재미있어하니까. 그것이 옛날에는 불륜 같은 거였다. 불륜의 사랑은 사회적으로 용인이 안됐었다. 결혼 밖의 사랑,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치정으로 얽혀서 망가지거나 혹은 그런 걸 넘어서서 사랑하거나 하는 것들을 보여주게 된다.

 

그럼 그 다음 문제는 뭘까? 예를 들어 인종문제일 것이다. 할리우드 주류 영화에서 키스를 한 (아마 여기서 키스의 의미는 백인과 흑인의 키스일 듯) 최초의 영화가 내가 알기로는 <정글 피버>인데, 그게 나온 지가 30년이 채 되지 않았다. 흑백이 모여 사는 나라인데도 불구하고 키스 장면을 못 넣는다. 그럴 때 인종을 넘어서서 사랑하면 어떨까? 그런 데서 사회적인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게 뭘까? 라고 하면 성별에 관한 장벽일 것이다.

 

이제 인종 문제도 할리우드 영화에서 덴젤 워싱턴 같은 멋진 배우와 산드라 블록 같은 멋진 배우가 키스를 해도 우린 아무렇지도 않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은 이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조차도 갖고 있는 통념의 마지막 저항감 같은 것은, 다시 말해 어떤 일부의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저항감 같은 것은 성별에 관한 부분이다. 다른 쪽으로는 굉장히 모던하면서 정치적으로도 올바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이상하게 동성애에 대해서 역겁다. 어떻다는 식으로 너무나 쉽게 코멘트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남자끼리 사랑한다. 여자끼리 사랑한다면 어떨까 라고 해서 가장 간고한 장면을 멜로 영화 속에 구축하는 것이다.

 

그게 이런 <캐롤> 같은 영화 일 텐데, 흥미로운 건 그런 정체성이 굉장히 중요한 게, 정체성이란 건 고정되어 있지 않다. 사회가 그 정체성을 얼마나 핍박하느냐 하고도 관련이 있다. 그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뭐 예를 들어, 내 개인적인 정체성은 여러 가지가 있지 않겠는가. 남성의 정체성, 이성애자의 정체성 등 수많은 정체성이 있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어떻게 보면 지식인으로 보일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랬을 때 예를 들어 내게 그런 정체성이 있다고 하면, 지식인의 정체성은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런데, 내가 만약에 진시황 시대에 태어났다고 치자. 그러면 내가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아버지, 내가 남자라는 거. 이런 정체성보다 지식인이라는 정체성이 더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지식인으로써의 나의 정체성,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종교적으로 기독교인이다. 지금 교회를 뭐 한 달에 한 번 정도 간다고 하면 그 정체성이 약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로마시대에 태어났다? 그러면 그 사람이 설사 동성애자라고 하더라도, 지금 내가 동성애자라고 하는 것은 지금 통념 속에서 가장 방해를 받는 정체성이기 때문에 예를 든 것이다. 동성애라는 것, 지식인이라는 것, 남자라는 것, 그런 거 하나도 안 중요하고 지금 기독교라는 정체성이 제일 중요해진다. 왜냐하면 그게 가장 크리티컬 하게 다뤄지는 그런 억압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50년대 미국에서 그런 정체성으로 가장 억압받는 게 뭐냐는 거다. 인종일수도 있고 성 일수도 있고 여러 가지일 텐데, 이 영화는 섹슈얼리티적으로 보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변화하고 사회와의 관련 속에서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계급의 차이가 있고, 나이 차이가 있다. 이 나이 차이도 사랑의 장벽 중 하나다. 지금은 좀 우습다. 실제 두 사람 나이가 극중에서는 몇 살 차이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 소설에서 이 테레즈는 20살, 21살 정도로 나온다. 배우의 나이로 추측해보면 16살 차이다. 루니 마라랑 케이트 블란쳇의 나이가 16살 차이인데, 아마 아이가 있고 소녀라고 말하는걸 보면 20대 초반과 40대 정도의 차이가 있지 않겠나 싶다. 이 두 사람 사이의 연령간의 어떤 큰 차이도 있는 것이다.

 

한 명은 결혼제도의 바깥으로 벗어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한 명은 결혼제도의 입구에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는 정 반대의 상황이다. 리차드는 결혼하자고 말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얼핏 두 사람이 비슷해 보이는 게 두 사람은 새해 전야를 남편을 포함해서 다른 남자랑 보낸 경험이 없다. 그렇게 고백적으로 이야기하니, 루니 마라도 새해를 혼자 보냈다고 말한다. 똑같은 것 같지만 이유는 다르다. 말하자면, 조금 막말해 보자면, 테레즈는 인생이 심심한 여자다. 인생에서 뭔가 일어났으면 하고 바라는 여자다. 되는 일도 없고, 주변에 사람도 없다. 가족이 묘사가 되지 않는다. 친구도 거의 없다. 리차드라는 남자가 있지만 데면데면한 상황이고 대니라는 남자 정도? 이렇게 주변에 인간관계가 별로 없고 항상 고독하고, 외롭고,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이 없는 상황이라서 어떻게 하면 뭔가 일어났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으로써 외로운 사람이다.

 

반면, 캐롤은 정 반대다. 인생이 너무 복잡해서 미치겠는 사람이다. 인생에서 수 많은 족쇄와 끈 같은 것들이 자신을 옭아매는데 거기서 벗어났으면 하는 사람이다. 비유해서 말하면 제발 내 인생이 평온했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혼자 보내는 이유는 남자가 항상 사업 때문에 클라이언트 분위기를 맞춰야 되어서 그러지 않았는가. 고독한 건 똑같지만 고독의 이유는 전혀 다른 맥락에 있다. 두 사람의 차이가 크다는 이야기다.

 

한 사람은 존재감이 없다. 루니 마라가 존재감이 없다는 건 이상하다. 이렇게 예쁜데, 오드리 햅번이나 나탈리 포트만이 생각난다. 루니 마라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극중에서의 테레즈를 보면 매니큐어를 칠하지 않는다. 옷차림도 굉장히 수수하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타입이 아니다. 항상 묻혀있고 조용한 여자다. 반면에 상대방은 메니큐어 색을 보면 아시다시피 패션 감각, 자기가 자기를 어필하는 방법을 안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이는 여자 아닌가. (웃음)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저 눈빛을 받으면 죽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인데. (웃음) 그런 강력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데, 한 명은 거대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고 한 명은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났다. 어떻게 보면 캐롤은 환경이다. 그리고 이 사람은 그 환경 속에 들어간 일종의 오브제 같은 거다. 그래서 환경으로써 캐롤이 갖고 있는 확고한 자기 세계와 강한 흡입력 속에서 캐롤이란 대상을 넣었을 때 그것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처럼도 보이는 거다. (오브제가 테레즈일 것 같은데, 말씀을 계속하시다 보니 계속 캐롤이라고 나오네요.)

 

그런데, 내내 매니큐어를 칠하다가 이 장면에서 보면 매니큐어를 지운 상태다. 상대방이 전화를 걸어오고, 상대방이 그렇게 자기를 보고 싶어하지만 전화를 끊을 때 캐롤의 손을 보면 매니큐어가 없다. 이런 것들을 통해서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보여주고 있다. 

 

 

 

 

 

<캐롤> 이동진 GV 정리 1부 바로가기

http://extmovie.maxmovie.com/xe/9936938​

 

<캐롤> 이동진 GV 정리 2부 바로가기

http://extmovie.maxmovie.com/xe/9936942

 

<캐롤> 이동진 GV 정리 4부 바로가기

http://extmovie.maxmovie.com/xe/994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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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잘 봤습니다. 트위터 한 두줄로 요약된 걸로 판단하기 힘든...

굉장히 깊이 있는 해설이었네요.^^

14:19
16.02.01.
profile image 2등
한번도 참여한 적 없어 몰랐는데 이동진 라이브 톡 인기 많은 이유를 님 덕분에 이제야 알게 됐어요.대단하십니다!
14:57
16.02.01.
3등
........
삭제된 댓글입니다.
15:22
16.02.01.
profile image
이번에도 감사합니다!! 터널 씬은 황홀하더라구요^^
19:59
16.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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