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단평...

코엑스 시사 다녀온 후기입니다.

<야당>은 마약 세계와 법 집행기관 사이의 그림자 속에서 은밀히 줄타기하는 브로커의 험난한 여정을 그려냅니다. 야당은 두 세계를 오가며 위험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중간자의 아슬아슬한 생존의 이야기죠.

대선이라는 거대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마약범과 야당, 경찰, 검사, 미디어, 권력자가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뒤엉켜 치열한 사투를 벌입니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자, 돈을 긁어 모으는 자, 더 높은 권력의 정점을 향해 질주하는 자, 그리고 사회정의를 구현하려는 이들이 각자의 욕망을 앞세우며 충돌합니다.

<야당>의 이야기와 캐릭터는 익숙하지만, 부패와 타락에 찌든 세계를 더욱 대담하고 강렬하게 그려냅니다. 범죄자가 체포되어도 막강한 권력의 개입으로 진실이 은폐되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는, 영화 속 이야기로만 치부할 수 없는 현실의 반영입니다. 거대한 정치적, 재정적 영향력으로 무장한 엘리트 계층의 비리를 보호하는 권력 네트워크의 실체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보이죠.

특히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폭탄처럼 등장하는 실제 사건의 재치 있는 패러디는 전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한바탕 웃음과 함께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명장면으로 기억될 만합니다. 현실 정치의 답답한 분위기에 지친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짜릿한 영화적 쾌감을 선사합니다.

사회 현실을 은근하게 담아내면서도 관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균형 잡힌 오락영화인 <야당>은, 강하늘과 유해진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져 극장에서 꼭 만나보길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