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17' 일본 영화 평론가 리뷰

<미키 17>은 일본에서 지난 주말 개봉.
원문은 아래입니다.
https://eiga.com/movie/98957/critic/
<미키 17> 평론
원작 이상으로 밀도 높은 ‘크리처물’로서의 자세
봉준호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감독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2000)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조망하는 데 있어서 적확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아파트 내 강아지 실종을 둘러싼 주민들의 소동을 그린 이 영화는 웃음과 긴장을 혼합한 연출, 만화를 연상시키는 대담한 화면 구성력, 무엇보다 시대 고증과 디테일에 집착하는 ‘리얼리즘 작가’로서의 자기 스타일을, 경력 초기에 일찌감치 확립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편 봉준호는 1990년대 말부터 대두된 영화 마니아 세대 감독의 중심인물로서, SF, 스릴러 등의 장르에 주저 없이 도전, 한국영화 르네상스에 다면적인 표정과 무한한 발전성을 부여했다. 특히 한국에선 전통이 없는 괴수 영화에 도전한 <괴물>(2006)은 한국에서 기록적인 히트를 기록한 것에 비해 (일본에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몬스터 출현이라는 거대한 상황에서 펼쳐지는 홈드라마로서, 훗날 세계 시장을 겨냥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2017)을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
그런 봉준호의 최신작에선, 죽어도 복제 생산을 반복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우주 개척에 종사하는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를 보면서, 누구나 미국 아카데미 수상작 <기생충>의 블루컬러 가족 이미지를 겹쳐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미키 17>에서 봉 감독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원작 소설을 보다 디스토피아적으로 설정하고, 복제인간의 실존, 정체성이라는 주제 이상으로 ‘크리퍼’로 불리는 외계 생물의 서브플롯을 강화했다. 따라서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크리처 영화’라는 맥락에서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 인류의 침략 행위와 개척지 외계 행성 원주 생물의 생존권을 드라마의 핵심으로 삼고서, 이질적인 생물을 메타포로 삼아 사회 문제와 계급투쟁에 접근한 <괴물> <옥자>와 마찬가지로, 크리처물에 대한 감독의 강한 적극성이 풀가동되고 있다.
또한 괴수라는 키워드에서,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 개척단 사령관 마셜 역시 괴물급 폭군으로서, 관객의 심층에 날카로운 발톱 자국을 남긴다. 미디어를 통해 대중을 선동하는 이 배타주의자는, 정권을 되찾고서 마구 날뛰는 트럼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캐리커처했다. 생각해보면 <괴물> 역시 주한미군이 다량의 독극물을 한강에 방류한 사건을 비꼰 것이었으니, 보다 월드와이드하게 전개된 이 작품에서 미국 권력자를 냉소적으로 풍자한 것도 납득이 된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먼 존재가 된 듯한 봉 감독이지만, 재소자 취급을 받는 패틴슨의 칙칙한 의상은 (감독의) 초기작처럼 상징적이어서, <플란다스의 개> <괴물>에서 비슷한 느낌의 싸구려 후드티와 촌스러운 유니폼을 입은 배두나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패틴슨의 능수능란한 1인 2역 연기도 즐겁지만, 세계의 그 어떤 나라보다도 괴수 문화에 젖어 있는 일본이 봉준호 감독 특유의 몬스터 무비의 농도에 반응해 주지 않는다면 미안해질 것 같다.
오자키 카즈오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