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의 군대> 싼티나지만 기깔난다
게임을 되게 좋아하는 게임덕후로서 몇년 전에 어느 게임에서 되게 반가운 걸 봤습니다
호러액션게임 <바이오하자드:빌리지>에선 생체병기를 만드는 공장이 나오는데 거기서 나온 생물병기들의 디자인은 어디로 봐도 한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볼 수 있었죠
근데 이후에 밝혀지길 그 영화의 디자인을 허락없이 도용했다는 의혹이 있더군요
이후 법적 분쟁까지 갔던걸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예상치 못한 만남이었던 건지 오랜만에 이 영화는 제 마음 속에서 빼꼼 튀어나왔습니다
전 이 영화를 처음 봤던 그 시기를 기억합니다
2차대전이 한창인 시기, 한 소련군 부대가 외딴 마을에서 들려오는 구조신호를 포착합니다
소련군의 활약을 담은 프로파간다 영상을 찍고있던 디미트리와 병사들은 이 신호를 따라 동료들을 구출하러 가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고 오직 기괴한 기계병사들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몇가지 재밌는 점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페이크다큐, 파운드푸티지 장르로서 굉장히 리얼한 연출을 지향합니다
저예산 영화라서 대규모 전투를 촬영할 수 없어 본작의 전투장면은 굉장히 소규모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동시에 공포영화이기도 합니다
관객은 소련군의 일원이 되어 어느샌가 이들과 함께 끔찍한 일이 자행되고 있는 이 마을을 탐색하게 됩니다
동시에 이 영화는 전쟁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기괴한 크리쳐들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반전사상을 적나라하게 비추는 작품이기도 하는 겁니다
꽤나 놀라운 일입니다
이런 B급스러운 싼티나는 영화가 보통 상업영화가 하나만 가져도 충분할 3가지의 특징을 전부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B급일 뿐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둘째치고 좀봇이라는 크리쳐를 만들기 위해 의학적으로 엉망이기 그지없는 고증오류로 떡칠된 영화니까요
인간의 두개골 안에다 뇌만 덜렁 넣는다고 그게 작동한다는 것부터가 초등학생 수준의 유치함입니다
팔에 개틀링건을 달아놓은 여고생이 야쿠자들을 쓸어버린다는 소재만큼이나 유치하다고요
근데 한가지 알아둬야 할 것이... B급은 원래 불량식품 같은 겁니다
영양가 하나도 없지만 심심풀이로 맛은 있으니까 먹는 것처럼요
이 영화가 딱 그런 영화입니다
태클 걸 곳이 많지만 굳이 태클을 걸지 않고 싶은 재미로 가득한 영화
영화사 업적에 남을 걸작이냐 묻는다면 전 아니라고 대답할 겁니다
남들에게 적극 추천할 영화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하지만 명작이었냐 묻는다면 목이 빠져라 고개를 끄덕일 자신이 있습니다
내용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완벽한 반전사상을 가진 영화입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나치 부역자이자 미친 광기를 가진 천재입니다
그는 나치의 사상과는 별개로 자신의 연구만 할 수 있다면 누구의 아래에든 갈 준비가 되어있는 인간쓰레기죠
소련은 그의 비인간적인 실험을 알아차렸음에도 그의 천재성을 엿보고 처벌보다는 영입을 하려고 합니다
문득 냉전 시기의 독일에서 활동한 바더 마인호프와 68운동을 떠올리게 됩니다
처벌받지 않은 과거의 잔재들, 나치에 협력했음에도 이렇다 할 업보를 치르지 않고 권력을 지속해나간 자들이 떠올려집니다
동시에 디미트리는 이런 박사를 소련에게 데려가기 위해 자신의 인간성조차 버릴 수 있는 똑같은 쓰레기입니다
그는 자신의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으며 이렇게 말하죠
"모두가 명예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제가 증언할게요!"
명예.
전쟁에서 고위공직자들은 명예를 외칩니다
하지만 전장 한복한에서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병사에게 훈장이 대체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
정작 디미트리는 자신이 죽을 상황에 처하자 살고싶다며 발버둥칩니다
그가 그렇게 말하는 명예훈장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이가 증언할 것이라 말하지만 그에게 중요한 건 명예가 아닌 생존입니다
전쟁 한복판에서 명예는 그저 의미없는 단어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결국 죽은 이들은 명예가 지켜졌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살아돌아오진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결말은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최고의 코미디입니다
제 점수는 5점 만점에 4.5점입니다만... 제가 B급영화 매니아라는 걸 감안하고 들으셔야 할 점수입니다...
작성자 한줄평
"만화 같은 상상력으로 전쟁의 광기를 비추다"
스누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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