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케인> 댄 버크&로버트 올슨 감독 인터뷰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액션 히어로를 만드는 도전’
JoBlo: <노보케인>의 설정이 굉장히 독특하다. 처음 이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그리고 어떻게 이 작품이 다음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 확신했나?
댄 버크 & 로버트 올슨: 처음 원고를 읽었을 때 지금과는 조금 다른 톤이었지만, 이 아이디어 자체가 강렬하게 남았다. 우리는 정말 많은 시나리오를 받는데, 대부분 손봐야 할 부분이 있다. 그래서 항상 "이게 진짜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인가?" 하는 관점에서 본다. <노보케인>은 그런 점에서 확실히 특별했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이 납치된 연인을 구하기 위해 싸운다’라는 설정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었다. 요즘처럼 영화가 쏟아지는 시대에는 '스티키 컨셉'이 중요하다. 즉, 한 문장으로도 기억에 남을 만큼 강렬한 설정이어야 한다. 이 아이디어를 보자마자 머릿속에 수많은 장면들이 떠올랐고, 우리가 각색하면서 기존 시나리오에는 없었던 장면들도 추가했다.
JoBlo: 예고편을 보면 <노보케인>의 톤이 <업그레이드>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영감을 받은 작품이 있었나?
댄 버크 & 로버트 올슨: 맞다, <업그레이드>는 확실한 레퍼런스 중 하나였다. <업그레이드>는 '스티키 컨셉'을 잘 활용한 영화의 좋은 예다. 특히 주인공이 싸울 때 몸과 얼굴이 따로 노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몸은 본능적으로 반응하는데, 얼굴은 공포에 질리거나 미안해하는 듯한 연출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노보케인>의 액션은 <존 윅> 같은 스타일과는 다르다. 주인공이 처음부터 끝까지 무적처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 얻어맞다가 간신히 승리하는 구조다. 기존의 ‘비밀 요원이었던 정원사’ 같은 설정과는 전혀 다르게 가고 싶었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장르를 새롭게 확장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재미있으면서도 액션이 확실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리썰 웨폰> 같은 밸런스를 목표로 했다. <리썰 웨폰>은 코미디 요소가 있지만, 동시에 캐릭터 간의 드라마와 갈등도 살아 있는 작품이다. <노보케인>에서도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주인공이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JoBlo: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주인공’이라는 설정 덕분에 다양한 연출이 가능했을 것 같다. 액션 시퀀스를 찍을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랐나?
댄 버크 & 로버트 올슨: 그렇다! 심지어 대화 장면을 찍을 때도 신나 있었다. 특히 액션 장면에서 일일 촬영본을 보면서 “그래, 이거다!” 싶었지다. 코미디적인 액션 장면을 찍을 때,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이 웃으면 확신이 생긴다. 스태프들이야말로 가장 까다로운 첫 번째 관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예고편에서 나오는 ‘고문당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잭 퀘이드가 너무나 완벽하게 연기해서 현장에서 다들 웃었다. 그때부터 이 영화가 제대로 먹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잭은 정말 대단한 배우다. 이 설정을 살릴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는데, 그는 코미디와 드라마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연기력을 가졌다. <노보케인>에서는 "맞아도 반응하지 않는 법"을 새롭게 익혀야 했다. 우리가 보통 맞으면 반사적으로 움찔하지만, 네이선은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촬영하면서도 “아, 이건 너무 아파 보이네. 다시 찍자” 같은 식으로 세밀하게 조정했다.
JoBlo: 주인공 네이선이 가지고 있는 CIPA(무통각증)라는 희귀 질환에 대해 별도로 연구했나?
댄 버크 & 로버트 올슨: 물론이다. CIPA는 정말 흥미로운 질환이다. 다만, 영화에서는 이 설정을 조금 과장해서 사용했다. 실제 CIPA를 가진 사람들은 훨씬 심각한 신체적 제한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부분에서 벗어나는 연출이 많다. 하지만 결국 <노보케인>은 영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신의 장애를 무기가 되도록 바꾸는 과정"이었다. 네이선은 평생 자신을 ‘약점’으로 여겨 왔지만, 이제는 그걸 이용해서 싸우는 법을 배운다. 테스트 상영에서도 이런 메시지가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장애를 가진 캐릭터가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강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JoBlo: 촬영 중 ‘이건 너무 과하다’ 싶어서 삭제하거나 조정한 장면이 있었나?
댄 버크 & 로버트 올슨: ‘너무 과격해서’라기보다는, 예산 문제로 줄인 장면이 몇 개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렇게 조정한 장면들이 오히려 더 좋아졌다. 사실, <노보케인>은 마치 폭주하는 기차 같은 영화다. 한 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그래서 제작 단계에서 액션의 강도를 조절해야 했다. 특히 "네이선이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는 부분을 신경 썼다. 만약 그가 너무 심하게 다친다면, 영화의 톤이 지나치게 무거워질 수 있었다. 그래서 그가 완전히 무적이 아니라는 점을 유지하면서도, 너무 심각한 부상은 피하는 방향으로 조정했다.
아.. 업그레이드...
그러고보니 좀 비슷한 느낌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