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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2024)> - 한국적 편안한 풍경, 한국적 불편한 비애

조윤빈 조윤빈
3698 7 12

 

이 영화는 한국적입니다. 한국인 영화광, 한국인 시네필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찬이라고 저는 봅니다. 제목처럼 비주얼은 한국인이라면 흔히 상상할 수 있는 편안한 시골의 풍경이 프레임에 한 껏 담겨져 있지만, 그 안의 정서는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느꼈을 법한 가족 내 문제가 담겨 있습니다. 부모 중 어느 한 분이 돌아가심으로 인해 벌어지는 자식 간의 갈등은 아마 많은 한국인 분들이 공감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영화 속의 갈등은 주인공네만의 고유한 갈등입니다.

 

 

※ 스포일러 주의

본 리뷰는 영화의 내용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 후기를 읽으시다보면 미관람자분들이더라도 호기심이 생길 겁니다.

관심이 생기면 그 즉시 읽기를 중단하시고 영화 관람하시길 권장합니다.

 

 

영화는 여름에서부터 시작하여 겨울로 마무리됩니다. (즉 봄이 빠져있습니다) 모락모락 나오는 김이 화면에서 걷히면 두부 공장이 비춰지고 공장 밖 여름풍경이 비춰지면서 이 영화는 시작합니다. 이 두부 공장의 설립자는 할아버지 김승필. 두부 공장으로 일궈낸 그의 집 명패는 한자로 적혀있으며 집 안의 여자들은 역할이 정해져있습니다. 전을 부치는 등의 집안일이죠. 승필의 아내 오말녀도 집안일을 거둡니다. 그런데 말녀는 두부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운지 생산된 두부를 다시 만들려 하고, 무더위에 에어컨도 안틀려는만큼 보수적인 승필과 닮아 있습니다. 그런 말녀를 순식간에 온화하게 해주는 존재는 바로 3대 독자인 성진입니다. 성진이 제사일로 집을 방문하자마자 말녀는 에어컨을 틀고, 제사전도 먹이려는 등 애정을 아끼지 않습니다. 말녀에게 성진은 대통령 감이니까요.

 

가족사진.jpg

"이르케 하라꼬? 하, 두, 셋"

말녀의 실수가 담긴 이 때 가족이 화기애애하던 최전성기였다.

 

승필의 아들이자 성진의 아버지는 김태근. 그는 제사가 한창 준비중임에도 화투나 치는 등 별 관심이 없습니다. 나중에 매부(서현철 분)와도 이야기할 때 국제정치와 베트남 인건비 등을 논하는 등 그는 얼핏 보수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태근 또한 공장을 해외에 짓고 싶어하나 봅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베트남 이 공산 빨갱이들 어쩌구 하면서 승필이 화를 냅니다. 태근도 당연히 화를 내며 '해외도 좋다', '자기는 시대에 맞게 자동화된 현대식 공장으로 차릴거다' 등등 진보적인 의견을 내비칩니다. (제가 여기서 보수, 진보 썼다고 정치적 용어로 이해하시면 곤란합니다..ㅎㅎ) 그런데 성진은 두부 공장을 물려받지 않겠다며 불길에 기름을 넣습니다. 태근은 니가 아니면 누가 이어받겠냐며 가족 대환장 파티가 열립니다. 희안한 건 승필은 이런 성진에 대해서는 화를 안냅니다. 즉 갈등은 3각이 아닌 2축의 구도인 것 같네요.

 

 

갈등.jpg

"저 두부 안할겁니다" / "니가 안하믄 누가 할 낀데!"

묘하게도 부자간은 멀고, 조손간은 가깝다.
이야 가족간에 발전적인 토론도 하고 허헣

 

그런데 태근에게는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그도 사실은 꿈을 포기하며 두부 공장 일을 하고 있던 겁니다. 원래 그는 법대생이었나 봅니다. 술주정으로 공부 못한 한을 쏟아내며 난동부리다 곯아떨어지고는 잠꼬대를 합니다. 데모하다 경찰에게 붙잡혀 고문받은 트라우마가 있는 듯 그의 살려달라는 애원이 잠꼬대를 통해 나온 것이었습니다. 계속 가족과 시골의 풍경만 보아왔던 관객으로서는 무거운 상상을 하게되는 지점이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극 중 분위기가 무겁지만은 않았습니다.

 

이젠 말녀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그녀는 성진으로부터 핑크빛 마이크도 선물받고, 한글도 배웁니다. 배운 한글로 한국의 유명한 노래, '봄날은 간다' 가사 또한 학습합니다. 아까 제가 봄이 빠져있는 영화라고 했는데, 사실 이 봄은 말녀가 대신 짊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주책맞게 성진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서툴게 카메라 버튼을 누르는 모습, 할머니 만이 할 수 있는 혹독한 성적 농담, 떠나려고 택시타는 성진에게 연락하라고 주문하는 등 말녀에게는 봄처럼 자애로운 면모가 있습니다. 그런데 '봄날은 간다'는 제목이 암시를 준 걸까요? 말녀가 사망하면서 극의 분위기는 무거워집니다.

 

영화 바깥의 현실로 돌아오더라도 할아버지, 할머니 들 중 어느 한 분이 돌아가시면 재산 관련해서 부모 형제분들끼리 싸움이 나는 건 좀 흔한 것 같습니다. 바로 제가 이 맥락에서 이 영화는 한국적 불편한 비애가 담겨있다고 봤습니다. 지난 100년간 각국의 역사를 보건대 한국만큼 급속도로 변화무쌍한 나라를 보여준 나라도 드물겁니다. 일제 식민지기부터 이념대립, 전쟁과 분열, 그 후 자유시장경제 질서의 도입과 민주주의의 확대 등 지난 100년은 버라이어티하죠. 60년대 베이비 부머 시기, 그 옛날엔 자식을 많이 낳아서 그 중에 성공할 것 같은 자식을 점찍어둬서 몰아주기를 하다가 요즘같은 저출산 시대엔 1~2명의 자녀만 낳아 집중 투자를 하는 등의 배경이 우리 한국 가족의 문제를 설명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60년대 부모 형제 대는 사람이 많고, 90년대 자식 대는 사람이 적죠. 그렇다보니 저와 같은 90년대 생은 60년대 부모 형제끼리 싸움나는 것을 목격하신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님 말구요~😈)

 

문제는 태근의 누나인 혜숙이 말녀에게 재산을 맡겼다가 실종되면서 벌어집니다. 혜숙은 식물인간 남편을 간병하며 가정 내에서 존재감을 잘 드러내지 않았습니다만 당연히 그 돈에 대한 행방을 따져물을 수밖에 없었고, 태근을 의심하면서 아주 큰 화가 벌어집니다. (나중엔 정말 큰 화재가 벌어지죠..ㅎㅎ) 보통은 고인이 죽기 전에 누가 더 잘 모셨냬 못 모셨냬, 누구에게 상속하기로 한 금액이 이 정도지 않냐 같은 걸로 싸우지 않나요? 그래서 제가 서두에 이 영화 속의 갈등은 주인공네만의 고유한 갈등이라고 해봤습니다.

 

상여행렬.jpg

상여행렬

한국적이면서도 꽃으로 덮여있기에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거기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점점 치매기가 보이는 승필. 꽃으로 뒤덮인 상여가 불살라진 후 그는 때아닌 밤중에 빨갱이 타령을 하면서 대노를 하거나, 바싹 추워진 날씨에도 산소에 가는 등 이상행동을 보입니다. 마치 태근처럼 잠꼬대를 벌이기도 하는데 여기서 승필도 트라우마를 고백하고야 맙니다. 전쟁통에 잠깐 집 바깥으로 떠났다가 온 사이 부모는 죽어있었고, 자신만이 어찌저찌 살아남아 이렇게 두부 사업을 일으킨 것, 그러니 태근아 우리는 힘겹게 일궈온 가정이니 혜숙과 싸우지 말라고 다독입니다. 사실 그 잠꼬대를 들은 건 성진이었죠..

 

말녀의 장례까지 마치고 떠나는 성진을 배웅하는 승필. 이전에 제사지내고 성진을 배웅할때는 말녀가 전화하라고 보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추운 날씨가 되었습니다. 이젠 승필이 홀몸으로 배웅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검은 봉투를 꺼내며 '나 죽은 후에도 비밀로 하라'며 성진에게 건네줍니다. 차안에서 성진은 그 물건을 꺼내는데.. 혜숙이 말녀에게 맡긴 것으로 보이는 돈들이 수십만원씩 계속해서 이체된 정리 내역이 담긴 통장이었습니다.. 태근과 혜숙이 찢어지게 싸우는 와중에도 승필은 정신이 혼미한척 모르쇠했던 것이었습니다. 이는 3대 독자에 대한 소중함이었을까요? 남아선호사상에 대한 결과물일까요? 그보다 우리는 승필을 비난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자신이 몸소 겪은 일에 대한 방어기제일 수도 있으니 저는 단연코 비난할 수 없다고 봅니다. 매우 슬퍼지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아주 오랫동안 승필이 귀가하는 장면을 겨울철 시골길과 함께 익스트림 롱 샷으로 마무리합니다. (서편제와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지네요.)

 

보고 난 후에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시네마테크KOFA에 놀러가면서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감독 분의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 점에서도 그랬구요. 그런데 보고난 후에는 좀 자세하게 리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이 영화의 가치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래에는 한국 사회의 변곡점을 보여주는 고전 영화로 취급받지 않나 상상해봅니다.

 

그리고 오정민 감독님에 대한 기대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다음 작품이 나오면 챙겨볼까 합니다. 여러분의 가족은 어땠나요? 영화 속 성진처럼 저와 비슷한 세대분들, 그리고 저보다 부모세대의 분들도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을지 궁금해집니다. 매우 길게 쓴 리뷰라서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포스터.jpg

KakaoTalk_20250223_023929058.jpg

조윤빈 조윤빈
5 Lv. 2450/3240P

서른 즈음에 시네필이 되고 싶어진 영혼. 과시보단 사랑을 표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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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7


  • 창민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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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엔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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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atine

  • 이상건

  • 즐거운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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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조윤빈 작성자
즐거운인생

네, 마치 후손이 직접 전해듣는 것 같았어요. 따로 역사를 알려주거나 플래시백 장면 하나 없이 오직 연기와 대사만으로 트라우마를 전달하는 방식이 딱 후손이 들을만한 방식과 매우 유사해 보였습니다.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56
25.02.23.
profile image 2등
감독 본인이 자전적 스토리일까요. 그런 디테일들은 쉽게 안 나올 텐데 .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08:36
25.02.23.
profile image
조윤빈 작성자
golgo
golgo님의 댓글을 보니까 저도 그런 생각이 드네요. 생각해보니 경험하지않고서 만들어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보이네요. 언젠가 의문점을 해소하게 되길 바랍니다.

후기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12:54
25.02.23.
profile image
조윤빈 작성자
이상건
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처럼 급격한 산업화와 민주화, 또는 베이비부머와 저출산의 격차가 심한 나라도 없어보입니다. 저는 이러한 한국적 배경이 영화에 작용했다 생각해서 한국적이라고 결론지어봤습니다.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2:58
25.02.23.
profile image
전 영화를 보면서 임권택 감독의 “축제”가 많이
생각났네요
16:03
25.02.23.
profile image
조윤빈 작성자
Sonatine

오오 저도 봐야겠네요. 관련있는 영화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3:26
25.02.23.
profile image
조윤빈 작성자
Sonatine
조금 전 '축제'를 봤습니다.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알겠습니다. 그러고보니 각각 전라도와 경상도의 장례 풍습을 담고 있기도 하는군요!

앞으로도 좋은 영화, 관련된 영화 많이 추천 부탁드립니다.
21:09
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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