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아 페레즈'가 해외에서 욕먹는 이유
<에밀리아 페레즈>가 금년도 아카데미상 최다 노미네이트 작품이면서, 꽤나 욕먹고 있다던데...
그에 관한 CBC의 기사를 우리말로 옮겨봤습니다. 오역 있을 수 있어요.
https://www.cbc.ca/news/entertainment/emilia-perez-controversy-1.7440053
오스카가 사랑한 <에밀리아 페레즈>, 다른 이들은 왜 싫어할까?
멕시코 영화 평론가는 “이 영화에서 스피디 곤잘레스 수준의 인종 차별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에밀리아 페레즈>에 대해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이 장르를 넘나드는 멕시코 배경의 성전환 뮤지컬 드라마 작품이 잘해낸 게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영화상 투표자들을 열광시켰다는 것이다. 골든글로브상에서 뮤지컬 코미디 영화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이 넷플릭스 영화는 아카데미상에서 다시금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목요일에 발표된 최종 노미네이트 목록에서 <에밀리아 페레즈>는 여우주연상에서부터 작품상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부문에 후보에 오르며 13개나 노미네이트되는 기록을 세웠다. 3월 2일 시상식을 앞두고 최다 노미네이트 영화가 됐을 뿐만 아니라,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가장 많이 후보 지명된 외국어 영화가 되었다.
그런데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둔 <에밀리아 페레즈>에 대해, 왜 비평가들은 진정성 없음에서부터 트랜스젠더 혐오, 인종 차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난들을 쏟아내고 있는 걸까?
멕시코의 영화 평론가 리카르도 갈레고스 라모스는 “멕시코가 모두가 싫어하는 영화 한 편으로 일치단결된 사실이 놀랍습니다.”라고 말했다. “(멕시코의) 모든 사람들이 극장 가서 보지 말라고 권유하고 있어요. 제발 그 영화 지지하지 말라면서요.”
이 영화는 제목이기도 한 주인공 에밀리아 페레즈가 성전환하기 전과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멕시코에서 가장 강력한 카르텔 보스였던 페레즈는 성전환 수술을 받고 자신의 신분을 바꾸기 위해, 한 변호사를 매수한다. 조이 살다나가 연기한 그 변호사는 페레즈가 죽은 걸로 위장시키고, 그의 가족까지 속이면서 과거의 삶을 완전히 버릴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아내(셀레나 고메즈)와 아이들이 그리웠던 페레즈는 음모를 꾸민다. 먼 친척으로 가장한 페레즈는 아내와 아이들을 거대한 저택으로 초대한다. 그와 동시에 페레즈는 자선 단체를 설립해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범죄에 대해 보상하려 한다. 전직 마약상의 도움을 받아 카르텔 희생자들의 유해를 찾아서 유족들에게 돌려준다.
CBC의 평론가는 영화의 플롯이 너무 산만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갈레고스 라모스는 <에밀리아 페레즈>가 어떻게, 그리고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가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감독) 오디아르는 멕시코인이 아니며, 영화는 멕시코가 아닌 프랑스의 실내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었다. 또한 영화의 주요 배우들 중 단 한 사람 아드리안나 파즈만이 멕시코인이다. 이 때문에 멕시코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갈레르고 라모스는 이 영화가 “알아듣기 힘들 정도로” 서툰 멕시코 억양을 사용하고, 카르텔 범죄를 오락적으로 얄팍하게 이용하며, 멕시코 사회에 대한 근시안적이고 고정관념적인 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오디아르 감독은 사과하며 영화에 대해 변호했다.
오디아르 감독은 지난 1월 15일 멕시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가 그 문제를 그냥 넘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고, 또 너무 가볍게 처리한 것처럼 보인다면 사과드립니다.”라고 프랑스어로 말했다.
“이 영화가 적어도 몇 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고, 또 그 질문들이 대화와 논의를 유도할지도 모르죠. 그렇게 된다면 전 만족합니다.”
그렇게 제기된 논의는 영화 속 멕시코 묘사 이상의 것이었다.
Globe and Mail의 사라타이 블랙은 “관객의 지성을 믿지 않으며, 주연 여배우들의 기량을 크게 낭비했으며, 얄팍하고 무기력한 정치성면에서 최악의 의미에서 병적으로 파렴치한 얄팍하고 영혼 없는 작품이다. 즉 오스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했다.
한편으로 다른 이들은 이 영화를 옹호하고 나섰다. 제임스 카메론은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했고, 멕시코 영화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는 “이러한 시네마 작품을 보는 것은 너무나 아름다운 일”라고 오디아르를 추켜세웠다.
'메즈칼과 과카몰리'
하지만 갈레고스 라모스는 멕시코와 멕시코인에 대한 만화적이고 고정관념적 묘사가 영화 업계의 인정을 무색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페레즈의 어린 아들이 그녀에 대해 노래하는 ‘Papa’라는 노래를 예로 들면서, 에밀리아 페레즈가 실제 멕시코인보다는 “외국인 관객을” 위한 캐릭터라고 지적했다.
그 아이는 “당신에게서 매운 음식 냄새가 나요. 매콤 매콤한. 메즈칼과 과카몰리.”라고 노래한다.
갈레고스 라모스는 “영화 업계가, 그리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그에 대해 ‘흠, 이건 옳지 않아.’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영화에서 *스피디 곤잘레스 수준의 인종 차별이 벌어지는 것과 같다.”라고 지적했다.
(*만화영화 <루니툰>에서 멕시코인을 희화화한 생쥐 캐릭터)
<에밀리아 페레즈>의 지지자들은 장르를 넘나드는 스타일과 에밀리아 페레즈 내면을 투영한 개인적인 이야기를 영화의 매력으로 꼽는다. 토론토의 영화 평론가 테리 하트는 토론토국제 영화제에서 <에밀리아 페레즈>를 보고 가장 마음에 든 영화라며 극찬했다.
“아직 못 본 사람에게 이 영화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처음 7분 동안 ‘내가 뭘 보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즐거웠기 때문이다. 정말로 아주 오랜만에 느낀 가장 신선했던 영화 경험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 경험을 넘어서는 것이 에밀리아 페레즈라는 캐릭터의 존재감이었다고 말했다.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은 실제 트랜스젠더로,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트랜스젠더 배우다. 하지만 주요 영화상들을 휩쓰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에밀리아 페레즈>는 미디어 속 성소수자들을 대표하는 GLAAD상 후보에서 완전히 배제되었고, 그 단체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지 말라는 에세이도 남겼다.
평론가 하트는 <에밀리아 페레즈>를 옹호하는 멕시코인 비평가, 퀴어 비평가도 있다고 지적하면서, 반박과 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어떤 사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긍정적 의견뿐만 아니라 부정적 의견도 나오죠. 그리고 그 모든 게 대화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이들의 관점이 정말 중요하죠.”
평론가 사라타이 블랙은 영화를 보면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좋은 소리처럼 들릴 것 같아서 충격적이었다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충격적이지 않았다. 그냥 아연실색했을 뿐이다.”
논바이너리인 블랙은 페레즈를 묘사한 방식이 특히 부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영화가 트랜스젠더 인물의 여정 중 하나의 가능성 있는 요소이긴 하지만, 꼭 필요하지도 가장 중요하지도 않은 의학적 수술을 통한 전환에 굉장히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CBC와의 인터뷰에서 블랙은 <에밀리아 페레즈>가 거의 왜곡된 수준으로 신체적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트랜스젠더 신체의 가장 사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것을 구경거리처럼 연출하면서, 그들의 내면의 삶에 대해선 전적으로 무관심하다고 했다.
블랙은 끔찍한 곡 하나를 지적했다. “남자를 여자로, 아님 여자를 남자로?” 페레즈를 수술하는 의사가 부르는 곡이다. “남자에서 여자로”라는 답을 들은 의사는 묵직하고 길게 코믹한 어조로 “음경을 질로”라고 응답한다.
“모욕적”
<에멜리아 페레즈>는 또한 페레즈의 ‘타고난 남성성’이 다시 드러나서 그의 가족과 사회 전반을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는 위협을 근거로 하고 있다고 블랙은 말했다. 특히 <The People's Joker> <빛나는 TV를 보았다>, 넷플릭스의 <윌과 하퍼> 같은 트랜스젠더 창작자들의 다른 작품이 덜 주목받는 상황에서, 이는 안타깝고 불쾌한 고정관념이라고 말했다.
“트랜스젠더에 대해 관심이 없는 <에밀리아 페레즈>가 그 주제를 주도하는 것은 정말 모욕적입니다.”
흑인 비평가로서 그는 <에밀리아 페레즈>와 같은 스토리라인이 과거에도 있었다고 말했다. <크래쉬> <그린북> <헬프> 같은 영화는 모두 소외된 집단을 얄팍하게 격려하는 묘사를 통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또 수상작이 됐다고 말했다. <에밀리아 페레즈> 역시 그러한 사례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런 영화, 즉 격려가 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커뮤니티에 아주 해로운 영화가 대화의 폭을 넓히고, 관심 없던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는데 분명 도움이 된다는 거죠. 하지만 그 대가로 해당 커뮤니티의 희생이 따릅니다. 그건 피곤한 일이에요.”
주제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이야기의 허술함과 진부함이 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더라구요. 성전환을 했다고 해서 인성이 근본적으로 다 바뀔수가 없다고 보는데...